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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춰진 수능에… 새벽부터 응원인파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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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춰진 수능에… 새벽부터 응원인파 몰려

입력
2017.11.23 21:0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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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팩ㆍ비타민 등 선물 꾸러미 건네

속초고 후배들은 큰 절 퍼포먼스

경찰, 수험표 두고 온 수험생 싣고

42km거리 30분 만에 호송작전

전국 교통지원건수 1112건 달해

고사장 곳곳 지진 대피소 안내문

각종 사고 대비 소방관 배치도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열린 23일 오전 한 수험생이 후배들의 응원을 받으며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고사장으로 향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열린 23일 오전 한 수험생이 후배들의 응원을 받으며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고사장으로 향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경북 포항 강진으로 일주일 미뤄진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23일, 전국 1,180개 시험장은 긴장된 표정의 수험생과 학부모, 응원을 위해 모인 후배 고교생들과 교사들로 이른 새벽부터 인산인해였다. 수능이 늦어져 추워진 탓에 전국 대부분 지역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졌지만 후배들의 응원전은 한파를 녹일 정도로 뜨거웠다. 고사장 곳곳에 지진대피소 안내문이 붙고 각종 사고에 대비해 소방관이 두 명씩 배치되는 등 과거와 다른 풍경이 눈에 띄기도 했다.

전국 고사장은 동이 트기 전부터 현수막과 플래카드를 들고 응원전을 펼치는 이들로 붐볐다. 북과 소고를 치며 “수능 대박”을 외치는 후배 고교생들은 수능을 치르는 선배들이 고사장에 도착할 때마다 비타민과 초콜릿, 핫팩이 들어있는 꾸러미를 건넸다. 서울 용산구 선린인터넷고에 응원 나온 신광여고 2학년 이수정(17)양은 “지진으로 수능이 미뤄져 선배들이 얼마나 놀랐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쓰인다”면서도 “좋은 성적을 낼 거라도 믿는다”고 말했다. 출근 전 양복 차림으로 딸을 배웅하러 온 장모(48)씨는 “쌍둥이가 고3이라 아이엄마는 성동글로벌고로, 나는 이곳으로 왔다”며 “수능 연기로 컨디션이 망가지면 어쩌나 싶었는데 두 아이 모두 상황을 담담하게 받아들여 다행”이라고 했다.

수험생들은 긴장을 풀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다. 서울 종로구 동성고에서 만난 김준성(18)군은 “불안해서 일찍 오긴 했는데 아무래도 서울 지역이다 보니 지진이 크게 걱정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재수생 박모(19)군은 “두 번째라 그런지 긴장은 덜 된다”며 “지진 때문에 수능이 처음인 수험생들이 많이 떨릴 것 같다”고 말했다. 강원 춘천시 사대부고에서는 한 여학생이 응원 나온 교사와 포옹을 하다 감정이 북받친 듯,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광주 광산구에서는 고사장 입실 직전 아버지에게 큰 절을 한 수험생이 화제였다. 전준서(18)군이 고사장까지 차를 태워다 주고 직장으로 향하는 아버지를 다시 부른 뒤 차량에 탄 아버지에게 감사 표시로 큰 절을 올린 것. 훈훈한 부자의 모습을 지켜본 주변 사람들도 미소를 지었다.

후배 고교생들의 톡톡 튀는 응원문화는 이날 볼거리였다. 충북 청주 서원고에서는 후배들이 ‘찍으면 다 정답, 그레잇(great)!’ ‘수능 대박 나고 꽃길만 걷자’ 등 톡톡 튀는 문구의 플래카드를 들고 선배들을 응원했고, 강원 속초고에서는 후배 50여명이 선배들의 수능 대박을 기원하며 교문 앞에서 큰 절을 올리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경찰은 수험생 호송작전을 펼쳤다. 서울에 살다 최근 경기 의정부시로 이사온 A양은 이날 서울에서 시험을 봐야 했는데 긴장한 탓에 고사장에 도착해서야 수험표를 두고 온 사실을 알게 됐다.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 수험표를 챙겼지만 입실까지 30분 남은 상황. A양은 경찰 도움으로 42㎞ 거리를 30분 만에 이동할 수 있었다. 인천 강화군에서는 이날 오전 7시25분쯤 눈길 접촉사고로 수험생 14명이 도로에 갇히게 됐는데 경찰 순찰차 4대가 긴급 투입된 덕에 안전하게 수험장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경찰의 전국 수험생 교통지원 건수는 총 1,112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부산 지역에서는 수험생이 시험 도중 실신해 병원에 이송되는 등의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오전 9시쯤 부산 사상구 주례여고에서 국어영역 시험을 치르던 B(23)씨가 갑자기 쓰러져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고, 비슷한 시간 사상구 대덕여고에서는 C(19)씨가 구토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이송됐다.

지진 변수로 수험기간이 일주일 늘어난 만큼 수능이 끝난 해방감은 더 컸다. 오후 4시32분 수능 종료(제2 외국어 제외)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자 고사장 주변에서는 “아!”라는 환호가 일제히 터져 나왔다. “고생했다” “맛있는 저녁 먹자” 등 수험생과 마중 나온 가족 간에 대화가 곳곳에서 들렸다. 서울 마포구 서울여고에서 만난 이모(18)양은 “지진으로 수능이 연기돼 하늘이 준 기회라 생각하고 더 공부했는데 수능이 대체적으로 어려웠다”고 말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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