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고액 수령자 삭감액 현직 하위직보다 적어… 하후상박 '글쎄'

알림

고액 수령자 삭감액 현직 하위직보다 적어… 하후상박 '글쎄'

입력
2014.11.10 04:40
0 0

현재 월 500만원 받는 퇴직자 20만원가량 깎인 480만원으로

2006년 9급 임용 현직 공무원 월 210만원→160만원 뚝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가 갈등 국면으로 치달으며 공전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정부보다 재정절감 효과를 더욱 강화한 개혁안을 내놓고 법안 처리를 서두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여러가지 개선해야 할 점을 지적하고 있다. 고위직과 하위직 사이의 연금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소득재분배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것인지, 기대만큼 재정절감 효과가 있을 것인지, 기존 수령자의 연금 삭감이 법적 문제는 없는지 등 공무원연금 개혁이 상생의 길로 나아갈 방안을 찾아본다.

2004년 충청 지역 한 공립초등학교 교장으로 퇴임한 이모(72)씨. 40년 넘는 교직생활 끝에 퇴직한 그는 한 달 500만원이 조금 넘는 연금을 받고 있다. 40대 공무원인 아들은 중고생 두 딸의 학원비와 생활비에 힘이 부치지만 자신은 손녀들에게 용돈 하나는 두둑하게 주는 ‘통 큰 할아버지’로 통한다. 반면 2006년 9급으로 서울시 공무원으로 임용된 A(34)씨는 현행 공무원연금 제도에서 30년 재직 후 퇴직할 때 월 210만원 가량(2012년 불변가)을 받게 된다. 최근 새누리당이 내놓은 연금개혁안이 도입될 경우 이들의 연금액은 어떻게 달라질까.

이씨는 공무원 평균 연금액(219만원)의 2배를 초과해 받는 대상에 해당되기 때문에 2016년부터 10년간 물가상승률과 상관없이 연금액이 동결된다. 또 기존 수령자에 대해 2~4%를 떼어내도록 돼 있는 재정안정화 기여금이 4%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이씨는 월 20만원 정도가 깎인 약 480만원의 연금을 받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아직 퇴직하지 않은 C씨의 경우엔 연금액이 50만원 깎인 월 160만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고액의 연금을 받고 있는 기존 수령자와 비교하면 고위직과 하위직 간 연금 양극화는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격차가 더 벌어지는 셈이다.

기존 수령자들은 여전히 고액 받아

새누리당의 안이 안전행정부가 내놓았던 안과 다른 두드러진 특징은 하후상박을 강화한 점이다. 연금 납입액을 더 내고 덜 받는 것은 다를 게 없지만 연금액수가 낮은 하위직은 덜 깎고 많이 받는 고위직에게서 더 많이 깎도록 했기 때문이다.

A씨의 경우 같은 해에 공무원생활을 시작한 높은 직급의 공무원과 비교해보면 연금액이 삭감되는 정도가 덜한 것은 사실이다. 2006년 5급으로 보건복지부 공무원으로 임용된 B(38)씨, 7급으로 경기도에 임용된 C(36ㆍ경기도)씨의 경우 현행 제도에서 30년 재직 후 받을 연금 월액은 각각 310만원, 250만원이다. 연금개혁안을 적용하면 이들의 연금 월액은 각각 220만원, 180만원으로 90만원, 70만원씩 깎인다. 새누리당은 지난달 개혁안 발표 당시 5급 임용자의 경우 정부안보다 연금액이 11만원 더 깎이고, 9급 임용자는 정부안보다 6만원 덜 깎인다고 밝혔다.

소득(직급) 수준에 따라 삭감 효과를 차등화했음에도 하후상박이라고 하기 어려운 이유는 고액 연금을 받고 있는 기존 수령자들의 연금액을 대폭 삭감하지 못했고, 하위직의 경우 덜 깎였다고 해도 절대 금액이 너무 낮아 노후 보장 기능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안에서 이미 퇴직한 기존 수령자들에 적용되는 내용은 ▦재정안정화 기여금을 연금액수에 따라 2~4%로 차등 부과하고 ▦고액연금자의 연금액 인상을 동결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삭감률이 현재 재직 공무원보다 크게 낮고, 연금액 동결 대상(438만원 초과 수령자)도 최대 1,800명에 불과하다.

하위직 노후보장 안 돼 ‘하박상박’

전문가들은 이런 방안은 양극화 해소에 큰 의미가 없다고 분석한다. 재정안정화 기여금은 2016년 1,900억원에 조금 못 미칠 것으로 추산된다. 현행 제도에서 예상되는 2016년 공무원연금 적자 3조7,000억원의 20분의 1 수준이다. 이마저도 연금수령자의 재산권 침해 등에 따른 위헌논란까지 일고 있어 시행여부도 미지수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차등부과하는 비율 편차가 크지 않아 하후상박이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재직자만 비교 대상으로 삼는다 해도 임용시기가 오래될수록 개혁의 영향이 덜하다. 1990년 5급으로 임용된 D(55ㆍ국가직)씨, 7급 임용자 E(53ㆍ지방직)씨, 9급 임용자 F(53ㆍ지방직)씨가 현행 기준으로 30년 재직 후 받을 첫 연금 월액은 각각 360만원, 280만원, 250만원 가량이다. 개혁안이 도입될 경우 이들의 연금 월액은 각각 340만원, 260만원, 230만원 가량으로 떨어진다. 1990년 임용자들은 이미 납입한 기여금이 많아 하후상박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새누리당의 개혁안은 결국 연금액은 많이 깎이고, 소득재분배 효과는 미미한 ‘하박상박’ 구조라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직종별 임금 특성 등을 무시한 채 마련된 개혁안이어서 일반직 하위 공무원들의 피해가 크다는 분석이다. 전체 공무원 중 교육직 연금수령자는 200만~400만원대에 약 90%가 몰려 있지만, 일반직은 40%에 불과하다. 1998년 외환위기 이전까지 교장의 정년퇴임 연령이 65세 이르는 등 교육직의 경우 보수나 처우가 일반직에 비해 고액연금을 받기에 유리한 조건이다.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직원들이 점심식사를 하기위해 청사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직원들이 점심식사를 하기위해 청사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연금하한제 도입” “월급 인상 어렵다” 공방도

김진수 연세대 교수는 소득재분배 효과와 노후 보장을 위해 연금 상하한제(하한 150만원, 상한 350만원)를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를 당론으로 검토하고 있다. 김 교수가 지난달 22일 선진복지사회연구회 ‘공무원연금 개혁과 해결방안’ 토론회에서 발표한 이 안에는 상하한제 이외에 소득이 있는 퇴직 공무원의 연금지급 정지, 연금 지급연령 조기 상향 등이 포함돼 있다. 제갈현숙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도 “노후 보장이라는 연금 본연의 성격을 우선시해 개혁하지 않는 이상 소득재분배가 되더라도 상박하박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공무원연금 개혁 TF팀장인 이한구 의원은 “하위직 공무원의 월급을 약 30% 가량 올려줘야 가능한 안”이라며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도 “하위직의 임금 인상은 하후상박을 위해 분명히 필요하지만 하한선 150만원은 연금의 재정상황을 무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한형직기자 hj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