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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쌓여만 가는 기업유보금, 투자 안 하나,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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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쌓여만 가는 기업유보금, 투자 안 하나, 못하나

입력
2015.03.23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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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기업들이 벌어들인 소득의 활용처를 찾지 못한 채 ‘창고’에 쌓아만 두고 있는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어제 재벌닷컴에 따르면 국내 10대 그룹 96개 상장계열사의 지난해 말 사내유보금 총액은 503조9,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37조6,300억원(8.1%)이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업들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30% 내외 격감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보금이 오히려 증가한 건 기업들이 불황에 위축돼 그나마 번 돈조차 새로운 투자 등에 쓰지 못하고 손에 쥐고만 있었다는 얘기다.

이익을 유보금으로 쌓아두기만 하는 보수적 행태는 견고한 실적을 유지하고 있는 핵심 그룹들도 마찬가지였다. 삼성은 18개 상장사 유보금 총액이 196조7,1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7%나 증가했고, 현대차도 11개 상장사들이 총 102조1,500억원의 유보금을 쌓아 전년 대비 10.9% 증가했다. 최고 그룹들부터 유보금 쌓기에 몰두하다 보니 납입자본금 대비 유보금 비율을 나타내는 사내유보율도 10대 그룹 평균 1,327.1%를 기록, 1년 전보다 69.4% 포인트 높아졌다.

대기업들의 사내 유보 증가는 곧바로 투자 감소로 이어져 경제의 전반적 활력을 떨어뜨린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약 270조원이었던 10대 그룹 사내유보금이 지난해 말 두 배 가까이 폭증하는 동안, 해당 그룹의 실물 투자액은 26조원에서 2013년 7조원으로 75%나 격감했다. 2013년 국내 기업의 해외 M&A 총액이 중국(1,641억달러)에 비해 4분의 1인 414억달러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해외투자에도 적극적이었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국내외 불황 속에서 제대로 된 성장전략을 마련하지 못하고 멈칫거리기만 했다는 얘기다.

기업의 막대한 유보금을 가계와 재정에 환류시켜 경제활성화에 활용하려는 게 세계적 추세다. 미국 기업의 해외 유보금 과세 등을 골자로 한 오바마 행정부의 법인세 개혁이 그렇고, 최경환 경제팀이 도입한 우리의 기업소득환류세제 역시 유보금의 선순환을 겨냥했다. 하지만 쥐어짜는 식으론 기업의 적극적 유보금 활용을 기대하기 어렵다.

기업 유보금이 성장동력으로 최대한 가동되도록 하기 위해 정부는 우선 경제활성화법안의 4월 국회 처리에 주력하는 한편, 노동ㆍ공공ㆍ산업 구조개혁을 통해서도 기업의 장기 성장여건을 조속히 만들어 줘야 한다. 기업 역시 팔짱만 끼고 있다가는 유보금 과세 강화나 법인세 인상 같은 자충수를 초래할 뿐이다. 기업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지금은 유보소득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을 서둘러 찾고 실행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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