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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에 낀 바지 빼고 머리 넘기고… ‘나달 루틴’ 못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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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에 낀 바지 빼고 머리 넘기고… ‘나달 루틴’ 못보나

입력
2018.04.13 17:45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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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오픈 25초 ‘서브 클락’ 도입

처음엔 경고 두 번째엔 포인트 실점

세 번째에도 어기면 게임 내줘야

올해 US오픈에서는 메이저 본선 최초로 서브 클락이 도입된다. 사진은 지난해 US오픈 예선에서 시범도입 된 모습. AP 연합뉴스
올해 US오픈에서는 메이저 본선 최초로 서브 클락이 도입된다. 사진은 지난해 US오픈 예선에서 시범도입 된 모습. AP 연합뉴스

라파엘 나달(32ㆍ랭킹1위ㆍ스페인)은 코트 위에서 루틴 동작이 길기로 유명하다. 그는 매번 서브를 넣기 전 수건으로 땀을 닦고 엉덩이에 낀 바지를 정돈한다. 그리고 나서 코를 한 번 만진 뒤 머리를 양쪽 귀 뒤로 쓸어 넘긴다. 코트에 입장할 때 무조건 오른발을 먼저 디딜 만큼 징크스에 민감한 나달은 이 모든 동작을 수행한 끝에야 서브를 넣는다. 때문에 그는 동료 선수나 팬들에게 빈축을 사기 일쑤였다.

8월 펼쳐질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US오픈에서는 앞으로 나달이 마음 놓고 자신의 루틴들을 하지 못할 전망이다. 12일(이하 한국시간) 뉴욕타임스는 “올해 US오픈 본선 경기가 열리는 코트에는 25초 서브 클락이 설치된다”고 보도했다. 메이저 대회 본선에서 샷 클락이 도입 되는 것은 US오픈이 최초다.

규정이 도입되면 선수들은 한 포인트가 끝난 뒤 25초 이내에 다음 서브를 넣어야 한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13일 크리스 위드마이어 미국테니스협회(USTA) 대변인을 인용해 “첫 번째 어겼을 경우 경고, 두 번째에는 포인트 실점, 세 번째에는 게임을 내주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더해 경기 전 몸 푸는 시간을 5분으로 엄격히 제한하는 규정도 이번 US오픈에서 새롭게 도입된다.

코트 위에 설치된 타이머에서 남은 시간이 줄어드는 게 보이면 선수들은 심리적 압박을 받아 경기력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서브 클락이 도입될 경우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지목된 나달은 지난해 11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파이널스 기자회견에서 “샷 클락 도입은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바 있다.

라파엘 나달이 8일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열린 데이비스컵 독일과 대결에서 서브를 넣고 있다. 나달은 서브 전 루틴 동작이 길기로 유명하다. AP 연합뉴스
라파엘 나달이 8일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열린 데이비스컵 독일과 대결에서 서브를 넣고 있다. 나달은 서브 전 루틴 동작이 길기로 유명하다. AP 연합뉴스

농구코트에서나 볼 수 있었던 샷 클락이 테니스 코트에 등장하게 된 것은 전통을 중시하고 보수적인데다가 경기 시간까지 긴 테니스 경기가 젊은 층으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ATP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들을 수행해 왔다. 서브 클락은 지난해 US오픈과 올해 호주 오픈 예선에서 시범 도입된 바 있다. 지난해 11월 정현(22ㆍ19위)의 우승으로 끝난 넥스트 제너레이션 ATP 파이널스에서는 25초 제한 규정에 더해 서브 상황에서 공이 네트에 맞고 들어갔을 경우 선언되는 레트(무효)도 폐지됐다. 한 세트를 6게임에서 4게임으로 축소했고 인-아웃 판정을 컴퓨터 심판이 대신했다. 이 같은 실험이 결실을 맺어 US오픈을 통해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에 적용된 것이다.

그 동안 US오픈은 보수적인 분위기의 테니스계에서 개혁을 주도해왔다. 1973년 메이저 최초로 남녀 상금 차별을 철폐한 대회도 US오픈이다. 당시에는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이러한 흐름은 2001년 호주오픈, 2006년 프랑스 오픈, 2007년 윔블던까지 모든 그랜드슬램 대회로 확산됐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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