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강 기자

김주영 기자

등록 : 2018.05.03 04:40
수정 : 2018.05.03 14:37

또 당했다… 펜션 ‘사진빨’, 보정이란 이름의 거짓말

[View&]과도한 합성, 믿을 수 없는 펜션 사진

등록 : 2018.05.03 04:40
수정 : 2018.05.03 14:37

한 펜션을 표현한 두 사진이 대조적이다. 펜션 홈페이지 제작 전문 업체가 원본(왼쪽)을 오른쪽 이미지처럼 만들어 준다며 자사 홈페이지에 게시한 홍보용 사진이다. 이 합성 사진은 현재 해당 펜션에서 홈페이지에 사용하고 있다. 아래 사진들은 홈페이지 제작 업체들이 자사의 ‘보정 기술’을 홍보하기 위해 홈페이지에 공개한 이미지들이다. 해당 업체 홈페이지 화면 캡처.

강원 홍천의 한 펜션. 건물 주변의 평범한 논(왼쪽) 위에 가상의 이미지를 합성, 환상적인 분위기로 바꿔 놓았다.

인천 강화도의 한 펜션 수영장. 원본(왼쪽)에 비해 하늘 바다 수영장 모두 파랗다.

강원 홍천의 한 펜션 객실. 원본(왼쪽)에 없는 강변 풍경이 합성되어 있다.

A씨는 지난해 7월 강원 강릉에 있는 ‘I’ 펜션을 예약해 가족여행을 떠났다. 그러나 설레는 마음으로 도착한 펜션의 모습은 홈페이지에서 본 사진과 너무 달랐다.그는 “사진에선 바다가 보이는 전경이었으나 실제로는 논 만 보였다”고 했다. 그 자리에서 환불을 요구했지만 펜션 업주는 거부했다. 결국 A씨가 한국소비자원에 피해 구제를 신청하고 나서야 “결제 금액의 50%를 환불해 주겠다”고 알려왔다.

활동하기 적당한 날씨와 잇따른 연휴, 어디로든 떠나고 싶은 5월이지만 펜션 홈페이지나 숙박 앱 등에 올라온 사진만 믿고 계약했다가는 A씨처럼 낭패를 볼 수 있다. 사진과 실제가 다른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일보 ‘View&(뷰앤)’팀이 인터넷에 올라온 펜션 이용 후기와 홈페이지 제작 광고 등을 분석한 결과, 정교한 ‘뽀샵’ 작업으로 자연 경관이나 지저분한 시설물을 바꿔치기하거나 실재하지 않는 가상의 이미지를 합성한 경우가 다수 확인됐다. 광각 렌즈를 써서 객실을 더 넓어 보이게 하고 실제보다 깨끗한 색감으로 조정하는 수준은 양심적인 편에 속했다.

강원 홍천 소재 ‘T’ 펜션의 경우 객실 창문에 홍천강 풍경을 합성, 전망을 조작했고 ‘M’ 펜션은 건물 주변 평범한 논밭을 물에 비친 환상적인 이미지로 뒤덮었다. 인천 강화군의 ‘S’ 펜션처럼 헐벗은 주변 숲을 울창하게 만들거나 전남 담양군 ‘S’ 펜션과 같이 전봇대와 전깃줄을 모조리 지워 깔끔한 풍경으로 탈바꿈한 경우도 있었다.

이 같은 조작 사진은 펜션 예약률을 높이는 미끼 역할을 한다. 대다수 소비자가 직접 방문하는 대신 홈페이지에 게시된 사진에서 펜션에 대한 정보를 주로 얻기 때문이다. 실제와 다른 펜션 사진에 ‘낚인’ 경험이 있는 신유영(25)씨는 “펜션을 고르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진이다. 만약 사진이 실제처럼 나왔으면 절대 예약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신씨는 그러나 환불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당장 다른 숙소를 찾기가 쉽지 않은 데다 모처럼 만의 여행을 망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펜션 이용객 중엔 ‘사진에 속았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신씨처럼 참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펜션 사진은 다 ‘그러려니’ 하는 이용객도 적지 않다 보니 업주들은 합성 사진 쓰는 것을 당연시 하는 분위기다. 객실 창문에 바다를 합성한 사진을 사용 중인 강릉의 한 펜션 업주 박모씨는 “어차피 이미지 사진이라 다들 그렇게 한다. 손님들이 전화로 물어보면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설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천 강화도의 한 펜션. 원본(왼쪽)상에서 군데군데 헐벗은 숲이 울창하게 변했다.

전봇대와 전깃줄 등이 어지러운 원본(왼쪽) 사진이 깨끗한 풍경으로 바뀌었다.

조모씨가 경기 안산시의 한 펜션을 이용한 후 블로그에 올린 사진(왼쪽). 펜션 홈페이지에 게시된 사진(오른쪽)에서 창밖에 수영장과 바다가 가까이 보이지만 조씨의 사진에선 잡풀만 보인다.

신유영씨가 블로그에 펜션 이용 후기를 쓰며 함께 올린 사진(왼쪽)과 펜션 홈페이지에 게시된 사진. 같은 가구지만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전문가들은 “이 정도는 연출 또는 보정에 해당한다”며 “사진 속 정보가 훼손되는 순간 조작이 된다”고 말했다.

펜션 홈페이지 제작 전문업체의 홈페이지 화면. 합성 사진을 제시하며 ‘정교한 보정기술’을 홍보하고 있다.

창문에 강변 풍경을 합성한 이미지를 ‘합성이 아닌 연출’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한 펜션 홈페이지 제작 전문 업체의 게시물.

합성 사진이 쉽게 만들어지고 버젓이 사용되는 데는 홈페이지 제작 또는 촬영 업체의 부추김도 한몫을 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보정(합성) 전’과 ‘보정 후’ 이미지를 올려놓고 ‘합성이 아닌 연출’이라며 펜션 업주들을 유혹한다. 오승환 경성대 사진학과 교수는 “연출은 소품 등을 이용해 촬영할 장면을 미리 구성하는 것을 뜻한다. 이미 촬영한 사진에서 있는 것을 없애거나 없는 것을 넣는 식으로 정보를 훼손하는 것은 명백한 조작이며, 이로 인한 배신감은 업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조작된 사진을 홈페이지에 올려 영업을 하는 경우 전자상거래법상 ‘허위 또는 과장된 사실로 소비자를 유인 또는 거래하는 행위’에 해당돼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처벌된 사례는 많지 않다. 인민호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안전정보과장은 “처벌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나 대부분 영세업체인 만큼 엄격한 법 적용만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지자체와 협의해 해당 업소들의 자진 시정을 유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올바른 방향”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합성 사진에 속지 않으려면 계약 전 펜션 이용 후기를 꼼꼼히 살피고 홈페이지에 게시된 시설과 서비스, 계약 내용을 출력해 추후 분쟁 발생에 대비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박서강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김주영기자 will@hankookilbo.com

김희지 인턴기자(이화여대 사회학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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