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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 주석, 영국에 ‘54조원 경협’선물 보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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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 주석, 영국에 ‘54조원 경협’선물 보따리

입력
2015.10.21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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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런던 버킹엄궁에서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와 악수 하고 있다. 런던=AFP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런던 버킹엄궁에서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와 악수 하고 있다. 런던=AFP 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영국 국빈방문 기간 300억파운드(약 54조원) 규모의 양국 간 교역 및 투자에 관한 협약을 체결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지도자들의 영국 국빈 방문 중 체결한 경협규모로는 사상 최대다.

BBC방송은 20일(현지시간) 영국 정부관계자들을 인용해 양국은 원전 건설 등 에너지와 고속철도, 항공기제조, 부동산, 금융 등을 포함한 분야에서 민간 및 정부 간 약 150개의 경협 합의서에 서명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상무부와 주영 중국 대사관도 양국이 이 같은 규모의 경제협력 협정을 체결한다고 발표했다고 중국 관영 영자신문 차이나데일리가 21일 전했다.

선단양(沈丹陽)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인프라를 발전시키려는 영국의 필요가 양국간 관계를 새롭게 발전시킬 것”이라며 “중국이 추진하는 해상 실크로드인 일대일로(一帶一路)의 종착지인 잉글랜드에 막대한 성장 기회가 제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국의 원전 건설 참여와 관련해 안보 위협이 제기되며 영국 내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고 BBC가 전했다. 중국광동원전그룹(CGNPC)은 프랑스 에너지업체인 EDF가 주사업자로 승인됐으나 착공이 연기돼 온 영국 내 힌클리 포인트 C 원전과 시즈웰 원전, 서폭 원전 등 3곳의 원전 건설 프로젝트에서 상당한 지분을 확보하기로 했다. EDF는 이날 “CGNPC가 힌클리 포인트 C 원전에 11조원을 투자해 지분 33.5%를 확보키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CGNPC가 시즈웰 원전 프로젝트에서 지분 20%를, 브래드웰 원전 프로젝트에는 지분 66.5%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EDF는 덧붙였다.

약 180억파운드(약 32조원)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인 한클리 포인트 C 원전 건설 사업의 경우 영국 정부는 중국의 투자를 받아 2025년부터 가동에 성공하면 약 2만5,000개의 일자리 창출과 약 600만가구에 공급할 수 있는 전력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안보와 직결된 영국 원전의 미래에 중심 역할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이밖에 양국은 영국 고속철도(HS2) 건설 프로젝트에 중국의 참여 여부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총 사업비가 430억 파운드(약 77조4,000억원)에 달하는 HS2는 현재1단계 공사(런던~버밍엄 구간) 입찰이 진행 중이다.

한편 영국 정부가 시 주석의 방문 동안 막대한 경협 투자를 끌어내기 위해 중국의 인권문제와 사이버해킹 등을 외면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가 이날 버킹엄궁에서 가진 시 주석과의 회견을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진행했다고 노동당은 전했다. 코빈 대표가 앞서 중국의 인권 문제를 시 주석에게 강도 높게 제기하겠다고 공언한 것과는 상반된 분위기다. 류사오밍(劉曉明) 주영 중국대사는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방문 기간에 인권 문제가 제기된다면 시 주석이 불편해 할 것”이라며 “노동당이 인권 문제를 거론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코빈 대표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표출했었다.

다만 존 바커우 하원의장은 이날 영국 국회의사장 웨스트민스터의 로열 갤러리에서 시 주석의 첫 공개연설에 앞서 한 발언에서 “이곳이 미얀마 아웅산 수치가 연설한 곳”이라며 수치 여사를 인권의 상징으로 표현하는 등 중국의 인권탄압 문제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시 주석은 의회 연설을 통해 “양국이 더욱 상호의존적이고 공동의 이해를 지닌 사회가 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오늘날 중국 국민은 모든 면에서 법 질서를 높이고 있고 우리 목표는 법 앞에 모두가 평등하다는 것을 확실히 아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중국의 인권문제를 서양의 기준으로 재단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하지만 11분 간 진행된 시 주석의 연설 중 한 차례의 박수 갈채도 나오지 않았다. 연설 후에도 의원들이 기립박수를 하는 장면은 연출되지 않았다. 영국 일간 텔레그레프는 “진실성이 느껴지지 않는 박수와 함께 시 주석의 연설이 끝났다”며 “연설 대부분은 ‘우호적인 유대관계’ ‘이해관계 공유’ ‘상호 영향’ 등 외교적이고 상투적인 내용이었다”고 평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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