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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총선 구도 흔드는 김종인 발(發) 야권통합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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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총선 구도 흔드는 김종인 발(發) 야권통합 제안

입력
2016.03.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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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버스터 정국 종료에 맞춰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야권통합을 국민의당에 전격 제안하면서 정가가 술렁거리고 있다. 명분은 4ㆍ13 총선 승리를 위한 야권 단합이다. 총선이 40일밖에 남지 않은 데다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강한 거부반응을 보여 당대당 통합과 같은 야권통합 성사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국민의당 내부에 안 대표와 다른 기류도 흘러 그 파장이 쉽게 가라앉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더민주 김 대표는 3일에도 당대당 통합을 강조하며 국민의당을 압박했다. 안 대표를 겨냥해서도 “대선후보가 꼭 돼야겠다는 생각”에서 통합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나 안 대표 측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여기서 물러서면 안 대표의 정치생명이 사실상 끝난다고 보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이날 부산 행사에 참석, “국민의당에 대한 비겁한 정치공작이고 공격”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그러나 국민의당의 다른 두 축인 천정배 공동대표와 김한길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은 다르다. 여당의 과반의석 차지를 막기 위한 방책으로 당내 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김 선대위원장은 “양당 중심의 정치를 극복해 보려다가 오히려 일당 독주를 허용해서는 안되겠다는 데 깊은 고민이 있다”고 했다. 양당 기득체제 타파를 명분으로 3당 체제 정립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안 대표와는 확연히 결이 다르다.

결과적으로 김 대표의 야권통합 제안은 그렇지 않아도 지지율 하락 등 고전을 면치 못하던국민의당을 크게 흔들어 놓은 꼴이다. 안 대표 등이 친노 패권주의를 비판하며 탈당해 창당한 지 불과 한 달밖에 안 됐고, 양당 모두 공천작업이 진행 중이기도 하다. 어떤 이유와 명분을 내세워도 당대당 통합의 성사를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 시점에서 김대표가 야권통합을 제의한 것은 결국 국민의당을 흡수 통합하거나 최소한 당세를 약화시켜 유명무실한 수준으로 떨어뜨리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일 수 있다. 정말 그렇다면 비정한 정치술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로 치러질 20대 총선에 대한 야권의 정치적 위기감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지역별 판세를 냉정하게 분석해 보면 더민주나 국민의당이 광주와 전남, 전북을 제외하고 의석을 얻을 곳은 그리 많지 않다. 특히 5%포인트 안팎의 표차로 승부가 갈리는 선거구가 허다한 수도권 상황은 한층 심각하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동시에 후보를 낸다면 결과는 뻔하다. 심하면 여당에 과반은 물론이고 국회선진화법 무력화가 가능한 180석, 나아가 개헌이 가능한 200석까지 내어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야권이 궤멸상태에 빠져서 견제와 감시 기능을 상실한다면 국민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한 야권의 노력은 필요하다. 그러나 바로 엊그제 탈당해 딴 살림을 차린 정치인들이 다시 이합집산을 되풀이하거나 그 여부를 놓고 혼란상황을 연출하는 것은 극도로 정치를 희화화, 정치 무관심이라는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아무리 다급해도 정도를 지키고 납득할 수 있는 방법으로 야권통합이든 연대든 추진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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