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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잠수함서 살래~" 잠실에 뜬 링고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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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잠수함서 살래~" 잠실에 뜬 링고 스타

입력
2016.11.06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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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첫 내한 공연…

’옐로 서브마린’ ‘돈트 패스 미 바이’ 등 비틀스 히트곡 열창

‘V’자 연발하고 유머 잃지 않은 ‘전설’

전설적 밴드 비틀스의 드러머였던 링고 스타가 5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첫 내한 무대를 열고 한국 관객과 만났다. 링고 스타 SNS
전설적 밴드 비틀스의 드러머였던 링고 스타가 5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첫 내한 무대를 열고 한국 관객과 만났다. 링고 스타 SNS

“위 윌 리브 인 어 옐로 서브마린~” 5일 오후 8시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 록 음악의 전설이라 불리는 비틀스의 멤버 링고 스타(76)가 ‘옐로 서브마린’을 부르자 공연장에는 2,000여 개의 ‘노란색 잠수함’이 떴다. 관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곡 제목에 맞춰 노란색 잠수함이 그려진 플래카드를 일제히 들어 벌어진 풍경이다. 링고 스타가 “같이 불러달라”고 흥을 돋우자 관객들은 ‘떼창’으로 화답했다. 링고 스타와 관객들은 노란색 잠수함 속에서 환상을 꿈꾸는 동화 속 주인공 같았다. ‘옐로 서브마린’은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가 작사·작곡한 노래로, 링고 스타가 보컬을 맡아 동명의 애니메이션 주제가로 사용되면서 큰 인기를 누린 곡이다.

링고 스타가 한국 관객들과 만나 비틀스를 뜨겁게 추억했다. 링고 스타의 내한 무대는 1963년 비틀스 데뷔 후 이번이 처음이다. 첫 내한 공연인 만큼 ‘비틀스 선물’을 잔뜩 풀어 놨다. 그는 직접 작곡한 ‘돈트 패스 미 바이’를 비롯해 ‘아이 워너 비 유어 맨’, ‘매치 박스’, ‘액트 내추럴리’, ‘왓 고즈 온’ 등 비틀스의 노래를 불러 관객들을 열광시켰다.

특히 따뜻한 무대 매너가 돋보였다. 노장은 양손으로 ‘V’자를 수도 없이 그리며 공연을 즐겼다. 관객이 ‘링고 포에버’라고 적힌 수건을 무대 위로 던지자, 이를 받아 드럼 세트 앞에 펼쳐 두기도 했다. 관객들과도 격의 없이 소통했다. 링고 스타는 ‘섹시 노우즈’(코가 섹시하다)란 문구가 담긴, 어느 관객의 플래카드를 언급하며 폭소하기도 했고, “소 핸섬”이란 말에 “땡큐”라며 미소를 짓기도 했다.

링고 스타가 없었다면 비틀스는 전설이 되기 전에 사라졌을 것이란 얘기가 있다.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를 비롯해 조지 해리슨 등 개성 강한 멤버들이 모여 밴드 생활을 하다 보니 덜컹거리는 일이 많았는데, 이 균형을 잡아 준 이가 바로 링고 스타였기 때문이다. 이를 증명하듯 링고 스타는 두 시간의 공연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고, 유머가 넘쳤다.

이번 공연은 ‘링고 스타 앤드 올 스타 밴드’에 의해 꾸려졌다. 링고 스타가 밴드 토토의 기타리스트인 스티브 루카서와 유토피아의 기타 리스트 토드 룬드그렌, 산타나의 키보디스트 그레그 롤리 등 걸출한 음악인들과 함께 한 무대였다. 링고 스타는 밴드 동료들의 곡이 나올 땐 드럼 스틱을 잡고 ‘본업’으로 돌아갔다. 링고 스타는 화려하고 격렬한 연주보다 리드미컬하면서도 안정적인 드럼 연주로 정평이 나 있다. 1990년대 얼터너티브 록 음악의 유행을 이끈 밴드 너바나의 드러머이자 푸파이터스의 리더인 데이브 그롤 등 여러 후배들이 링고 스타를 감각이 뛰어난 연주자로 언급하며 음악적인 영향을 받았음을 밝힌 바 있다. 링고 스타는 이날 여유롭게 드럼을 연주하며 화려한 연주의 중심을 잡았다.

공연장엔 학창 시절 비틀스의 음악을 즐겼던 50~60대 관객들이 많았다. 아이들과 가족 단위로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도 더러 눈에 띄었다. 다만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정세가 어수선한 탓인지, 4,000여 관객을 채울 수 있는 공연장엔 빈 자리가 적지 않았다. 지난해 잠실 실내 체육관 옆인 잠실 주경기장에서 열린 비틀스의 또 다른 멤버 매카트니가 연 공연엔 4만 5,000여 명이 몰린 바 있다.

링고 스타는 레논과 매카트니에 가려 상대적으로 빛을 보지 못한 비틀스 멤버였다. 영화 ‘500일의 썸머’(2010)를 보면 극중 여주인공인 썸머(주이 디샤넬)가 “링고 스타를 좋아한다”고 하자, 연인인 톰(조셉 고든 레빗)은 “누가 링고 스타를 좋아하냐”고 웃는다. 썸머는 “다른 사람이 좋아하지 않아 좋아한다”며 소신을 굽히지 않는다. 이처럼 링고 스타는 독특한 취향을 지닌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인으로 여겨지곤 했다.

하지만 이날 링고 스타는 관객들의 영원한 스타이자 친구였다. 링고 스타가 공연 마지막 곡으로 비틀스 노래 ‘위드 어 리틀 헬프 프롬 마이 프렌드’를 부르자 공연장엔 다시 ‘노란 물결’이 일었다. 이 노래는 레논과 매카트니가 링고 스타에 주려고 만든 곡으로, 60년대 평화를 상징하는 송가로 불렸다. 관객들은 ‘위드 어 리틀 헬프 프롬 마이 프렌드’를 따라 부르며 서로를 추억하고, 힘든 현실을 위로했다.

“귀를 빌려주면, 노래를 해줄게요. 난 친구들의 작은 도움으로 그럭저럭 헤쳐 나가죠.” (Lend me your ears and I’ll sing you a song, Oh I get by with a little help from my friends)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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