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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인턴 기자

등록 : 2018.01.04 14:00

미 LA 보호소 개들, 채식 사료 먹게될까

등록 : 2018.01.04 14:00

미국 로스앤젤레스 보호소 6곳에서는 개들에게 '비건 사료'를 급여하는 일을 두고 논의중이다. 플리커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동물보호소에서는 개들에게 ‘비건’(완전한 채식주의) 사료를 급여하는 것을 두고 논의가 한창입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와 NBC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 시 동물위생위원회(Los Angeles City Board of Animal Services Commissioners)는 LA 내 6곳의 보호소를 대상으로 개들에게 비건 사료 급여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보통 보호소에 있는 개들은 닭고기와 칠면조 또는 양고기의 부산물로 만든 전통적인 사료를 먹는데요, 이를 완전한 비건 방식으로 바꾸는 매우 실험적인 시도입니다.

이 시도는 동물위생위원회 위원이자 할리우드의 극작가인 로저 울프슨(Roger Wolfosn)이 제안했습니다. 그는 비건 사료가 잡식 동물인 개들의 여러 건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 연구 논문들을 인용하면서 더 나아가 육류 산업이 끼치는 환경적인 영향과 동물에게 동물을 먹이는 윤리적인 측면에서도 비건 사료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울프슨은 “동물을 식용으로 사육하고 도살하는 것은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 해야 한다”며 “이는 우리 삶에 있는 모든 이들의 장기적인 생존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시도는 영화 제이슨 본 시리즈의 주제곡 ‘익스트림 웨이즈’(Extreme Ways)로 유명한 음악가이자 동물권 운동가인 모비(Moby · 본명 리처드 홀)와 페미니스트 변호사 리사 블룸(Lisa Bloom) 등의 활동가들로부터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데요. 이들 역시 LA 보호소를 ‘미트 프리’(Meat Free)의 선구자로 만들기 위해 의욕을 불태우고 있습니다. 모비는 지난 11월 위원회 회의에서 “만약 이 제안이 채택된다면 LA가 진보적인 도시라는 것을 전 세계에 증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하네요.

음악가 모비. 모비는 동물권 운동가로서 보호소의 '비건 사료' 급여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하지만 모두가 이들의 주장에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로스앤젤레스 시 수의사를 대표하는 제레미 프루파스(Jeremay Prupas) 씨는 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비건 사료는 개의 단백질, 칼슘, 인 부족을 야기할 수 있고, 부상당한 상태의 개들이나 임신 중인 개, 젖을 먹는 어린 강아지들에게는 부적절하다’고 주장하며 이 제안을 거부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프루파스 수의사는 동물병원 임상영양사 3명과 보호소 의사 1명, 펫 푸드 회사에 근무하는 동물 독물학자와 의견을 교환한 결과 어느 누구도 비건 사료 급여를 지지하지 않았다고 증언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는 개의 비건 식단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단언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개인의 집에서 지내는 반려견은 다양한 식단(유기농, 곡물 없는 그레인 프리, 생식, 비건)으로 잘 자랄 수 있다는 점은 프루파스 수의사 역시 보고서를 통해 인정했습니다.

프루파스 수의사가 염려하는 점은 ‘집단 사육’입니다. 개인 수준의 성공 사례는 보호소처럼 대량 사육을 필요로 하는 경우와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프루파스 수의사는 비용 및 청소 부담 증가 등 두 가지 이유를 들어 현상 유지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사료를 교체하는 비용 뿐 아니라 식이섬유가 많은 채식은 대변 부피와 빈도를 증가시켜 청소 작업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주장이죠.

비건 사료는 현재 시장에서 판매 중이며 가정에서 비건 사료를 급여하는 경우도 많다. 내추럴코어 홈페이지(왼쪽), 플리커

동물 영양 학자들은 이에 대해 단백질 필요량이 고양이보다 낮은 개는 채식 위주의 식단을 잘 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아직 부족한 점이 있다고 말합니다. 동물 영양학자이자 터프츠대(Turfts University) 교수인 리사 프리먼(Lisa M. Freeman)은 최근 미 일간 뉴욕 타임스에 “우리는 개들이 균형잡힌 식사를 하길 원한다”며 “개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단백질과 비타민, 미네랄을 적절한 비율로 공급하는 최상의 품질 관리를 해야 한다. 개를 위한 고품질 식이요법을 공식화하는 것은 어렵고, 비건으로 전환하는 것은 특히나 더 어렵다”는 의견을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반려견에게 비건 사료를 급여하는 반려인들은 지난 해 11월 열린 위원회 회의에서 자신들의 개가 소화기 질환을 앓아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울프슨 역시 그들 중 하나였습니다. 울프슨은 여기에 더 나아가 비건 사료 회사 두 곳으로부터 현재 시가 지출하는 사료 구입 가격에 공급가를 맞추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위원회는 앞으로 2개월간 조사를 통해 전문가들과 함께 개들의 ‘비건 채식’ 실행 가능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매우 궁금해집니다.

한희숙 번역가 pullkk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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