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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나신들 벌거벗은 몸의 공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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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나신들 벌거벗은 몸의 공론화

입력
2014.08.2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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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남녀가 나신으로 나오는 ‘새벽’에는 “조심성 없는 솔직함이 최고의 미덕”이라는 평이 따른다.
네 남녀가 나신으로 나오는 ‘새벽’에는 “조심성 없는 솔직함이 최고의 미덕”이라는 평이 따른다.
‘나는 너를’에서 성인 무용수들이 어린 시절 벌거벗고 놀던 풍경을 연기하고 있다.
‘나는 너를’에서 성인 무용수들이 어린 시절 벌거벗고 놀던 풍경을 연기하고 있다.

첨단과학과 원시의 날 것은 이렇게도 공존하는 것일까. 가장 한국적인 춤은 또 탈중심화한 세계의 몸짓들과 어떤 식으로 어울릴까.

19개국 62개 단체가 59개 무대를 펼치는 제17회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는 육체 언어가 우리 시대를 끌어안는 방식에 대한 찰진 보고서일지도 모른다.

9월 25일부터 10월 18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강동아트센터, 서강대 메리홀 등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의 특장점을 조직위원회는 벌거벗은 몸의 공론화라고 표현한다. 잘 단련된 무용수들의 육체가 말초적 호기심에서 벗어나 사이버 시대에도 바래지 않을 몸 본연의 의미를 바라보게 한다.

네 남녀가 공연 내내 나신으로 강렬한 움직임을 보이는 호드웍스의 ‘새벽’, 누드의 움직임만으로 유쾌함을 빚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할 피터 암퍼와 길레르므 가리두 캄포의 ‘나는 너를’ 등 다섯 작품은 첨단 문명 속 인간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들 다섯 편은 분명 ‘19금 공연’이다.

서울세계무용축제는 노르딕, 동유럽 등의 무용을 심도 있게 소개해 온 행사였는데 이번에는 시선을 덴마크 무용으로 돌렸다. 기성 권력을 해학 속에서 야유하는 돈*그누, 남성성을 강조한 그란회의 무용단, 북유럽 무용의 흐름을 이끄는 덴마크 댄스시어터 등 4개 단체는 덴마크만의 경향을 증명할 것으로 기대된다. 주최측은 이번 축제를 계기로 한국과 덴마크의 무용 교류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측이 내놓은 전통 무용은 검무다. 전통 검무는 물론 전통을 재해석하고 확산해 만든 검무까지, 전통 춤사위의 가능성을 펼친다. 한국적 춤을 기치로 내건 리을무용단은 30주년 기념 공연을 이번 행사 무대와 포갰다. 창단 공연작 ‘대화’에서 2013년 초연한 ‘구부야! 구부구부’까지 전통의 소리와 몸짓이 어떻게 어우러질지를 보여준다.

전성기를 지나고도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는 무용ㆍ안무가 이윤경이 만든 ‘댄서의 순정’도 별미다. 이씨는 “나이 쉰이 넘었어도 무대에 서는 무용수들을 위해 작품을 계속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채롭고도 화려한 무대 언어는 무용이 가진 최대의 매력이다. 무용 연극 인형극 서커스 등 다채로운 어법을 동원해 화려함의 가능성을 극으로 입증한 프랑스 팀 필립 장티 컴퍼니의 ‘나를 잊지 마세요’는 아날로그의 성찬이다. 그렇다면 신체에 센서를 가득 매달고 몸의 움직임에 따라 빛과 소리가 즉각 반응하는 세계를 보여줄 스위스 링가 무용단의 ‘신체지도 다시 그리기’는 이 시대 예술이 테크놀로지와 맺어가는 조화의 순간들을 입증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축제에서는 한국 무용이 세계로 진출할 기회를 담보하는 디딤대 무대 ‘후즈 넥스트’가 펼쳐지기도 한다. 이 무대는 지난해부터 열리고 있는데 올해는 고블린파티, 안성수픽업그룹 등 12개 국내 팀이 공연해 해외 기획자들의 관심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힙합을 당당한 무대 예술 장르로 격상시킨 ‘힙합의 진화’를 통해서는 류장현과 친구들의 ‘나는 아프리카인이다’ 등이 선보일 예정이다. (02)3216-1185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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