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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학위로 교수? 글쎄요" 중동으로 발길 돌리는 박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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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학위로 교수? 글쎄요" 중동으로 발길 돌리는 박사들

입력
2014.11.0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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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 과잉·양질 일자리 부족에 대학마다 해외 대학 학위 우대

국내 박사학위 매년 6%씩 늘지만 고용률은 58% 그나마 비정규직 다수

"한국의 전자 등 기술은 세계 최고...중동선 앞 다퉈 '고급 두뇌 모시기'

“교수 채용 면접관이 ‘가정이 있는데 잘 할 수 있겠냐’는 질문을 할 때마다 회의가 들더군요.”

대학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하는 김지연(37ㆍ가명)씨는 국내 대학 교수 채용에 번번이 떨어졌다. 국내 굴지의 연구중심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학교에서 석ㆍ박사 학위를 취득했지만 양육할 아이가 있는 사실을 면접관들은 탐탁해하지 않았다. 그는 “해외 대학 박사학위를 우대하는 분위기가 만연해 국내 학위로는 교수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했다.

그래서 눈을 돌린 것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소재 알아인과학기술대 교수직이었다. 최근 이 학교에 지원한 그는 “UAE는 중동 다른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자녀 교육은 대학 지원금으로 국제학교에 보내면 될 것 같아 기회라고 생각했다. 앞으로도 해외대학 쪽으로 알아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박사 인력이 중동으로 진출하고 있다. 과거 건설인력을 파견하던 한국이 고급 두뇌를 수출할 정도로 고속 성장을 일궈냈다는 뜻이지만 이면엔 학력과잉, 양질의 일자리 부족, 해외학위 우대 등 씁쓸한 현실이 녹아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지난달 내놓은 ‘국내 박사학위 취득자의 초기 노동시장 성과’ 보고서를 보면 국내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인력은 2000년 6,141명에서 지난해 1만2,625명으로 매년 6%씩 늘었다. 하지만 고용률은 58%에 그친다. 취업자 10명 중 6명(62.6%)이 비정규직이다. 성별 비정규직 비율은 남성 52.2%, 여성 79.2%. 평균 연봉은 2,642만원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송창용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박사의 졸업 후 취업 현황은 매우 열악한 편”이라고 말했다.

이런 현실은 학위를 취득한 지 얼마 안 된 30대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행정학을 전공한 박지상(55ㆍ가명)씨도 중동의 대학 2곳 교수직에 지원했다. 올해 4번 국내 대학 교수 채용에 지원했으나 모두 낙방한 게 컸다. 서울 소재 유명 사립대에서 석ㆍ박사 학위를 마친 박씨는 2012년까지 지방대 교수로 재직했지만 이 학교가 경영부실대학으로 지정돼 폐교됐다. 그는 “국내 박사학위는 서울대 학위가 아니면 인정받기 힘들다. 간판이 아니라 연구실적으로 평가받고 싶어 해외로 발길을 옮겼다”고 했다.

중동 대학들은 체재비와 항공료, 연봉 최대 1억원을 내걸며 고급두뇌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주관으로 지난달 30, 3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글로벌 취업상담회 대학교수 채용상담관은 큰 인기를 끌었다. 킹사우드대, 알아인과학기술대 등 중동 소재 8개 대학이 참여했고, 국내 박사 40~50명이 면접을 봤다. 오일머니로 쌓아둔 돈은 있지만 고급 인력이 부족한 중동과 안정적인 교수직을 원하는 국내 박사 간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킹사우드대 아델살라 압둘자바 부총장은 “한국의 전기전자ㆍ엔지니어링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앞으로도 한국인 교수 채용을 확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최고 대학인 이 대학에서는 현재 한국인 교수 7명이 강의 중이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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