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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는 금융혁명 중] <하> “블록체인∙AI는 게임체인저”…금융사들 스타트업 투자 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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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는 금융혁명 중] <하> “블록체인∙AI는 게임체인저”…금융사들 스타트업 투자 러시

입력
2018.03.08 04:4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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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V랩스에 스타트업 즐비

블록체인∙AI 기술 개발 몰두

“금융∙보안 등 모든 분야에 필수”

벤처캐피털∙액셀러레이터 등 앞다퉈

스타트업 성장∙해외진출 도와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레드우드시티에 위치한 GSV랩스 내부 모습. 별도의 칸막이 없이 개방형 책상과 화이트보드들이 놓여있다. 이곳에는 스타트업 100여개와 액셀러레이터 30여곳이 입주해있다. 실리콘밸리=허경주 기자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레드우드시티에 위치한 GSV랩스 내부 모습. 별도의 칸막이 없이 개방형 책상과 화이트보드들이 놓여있다. 이곳에는 스타트업 100여개와 액셀러레이터 30여곳이 입주해있다. 실리콘밸리=허경주 기자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레드우드시티의 창업지원기관 글로벌실리콘밸리(GSV)랩스. 축구장 만한 널찍한 공간 곳곳에 수백 개의 개방형 책상이 놓여있었다. 천장까지 탁 트인 이곳에선 몇 개의 화이트보드가 칸막이를 대신했다. 2012년 설립된 GSV랩스는 실리콘밸리의 신생혁신기업(스타트업)에게 협업 공간을 제공한다. 다양한 멘토 서비스와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투자자를 연결시켜 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10여명의 직원을 둔 ‘크립토웍’도 지난해 이곳의 책상 한 켠에 ‘사무실’을 차렸다. 크립토웍은 가상화폐 관련 기술과 블록체인(온라인 거래 시 그 내역을 블록으로 형성해 네트워크의 모든 참여자와 공유함으로써 해킹이나 위조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기술) 응용프로그램 등을 개발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GSV에는 크립토웍 같은 스타트업이 이미 100개사도 넘게 입주해 있다. 하워드 라우 크립토웍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블록체인 스타트업 입장에선 실리콘밸리만큼 혁신과 성장의 기회가 많은 곳은 없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에선 하루에도 스타트업이 수십개씩 문을 연다. 그러나 1년 안에 80~90%가 문을 닫는 탓에 스타트업 수에 대한 공식적 통계는 없다. 다만 스타트업과 투자자를 연결해주는 온라인플랫폼 ‘엔젤리스트’ 등을 통해 이를 추정할 뿐이다. 7일 엔젤리스트에 따르면 이 사이트에 등록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개수는 3만2,700여개다. 이는 미국 전체 스타트업(15만개)의 20%다.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수가 미국 다음의 스타트업 국가인 인도(3만2,600개)보다도 많은 셈이다. 우리나라(526개)와 비교하면 62배도 넘는다.

실리콘밸리가 ‘스타트업의 천국’이 되면서 투자 자금을 지닌 벤처캐피털(VC)과 액셀러레이터(창업 아이디어나 아이템만 존재하는 단계의 스타트업을 발굴해 업무 공간은 물론 마케팅과 홍보 등 비핵심 업무 등을 지원하는 기관이나 단체)도 실리콘밸리로 속속 모여들고 있다. 특히 실리콘밸리의 VC와 액셀러레이터에게 최근 가장 뜨거운 분야는 블록체인과 인공지능(AI) 분야다. 2014년부터 GSV에 입주해 한국 스타트업의 성장과 해외진출을 돕고 있는 ‘이그나이트액셀’의 클레어 장 대표는 “블록체인과 AI 분야를 들이밀지 않으면 (투자) 얘기가 안될 정도”라고 말했다. 금융, 보안산업뿐 아니라 미용산업 분야에도 식품이력관리시스템처럼 블록체인을 활용해 고객들이 화장품 재료와 성분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리콘밸리 팔로알토에 위치한 아시아 특화 VC인 트랜스링크의 음재훈 대표도 “일본과 중국의 금융사와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블록체인과 AI 관련 기술을 요구하고 있어 최근엔 이런 업체를 발굴해서 소개하는 게 주업무”라고 말했다.

글로벌 액셀러레이터인 스파크랩 그룹은 지난해 11월 블록체인기업투자펀드인 ‘스파크체인캐피털’을 출범시키기도 했다. 버나드 문 스파크랩 그룹 공동대표는 “장기적으로 블록체인 기술은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며 “각국에서 가상화폐 규제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은 별개인 만큼 투자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트도 지난해 ‘스타트업 시장에서 미국의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기업들이 전 세계 거래액의 55%를 차지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다만 아직까지 시작단계여서 눈에 띄는 투자 성과는 없다. 문 대표는 “10개 스타트업 중 1개만 성공해도 ‘홈런’”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권의 관심도 뜨겁다. 트랜스링크에 따르면 2012~2017년 미국에서 IT 회사를 제외하고 인공지능 관련 분야에 가장 많이 투자한 회사 상위 8개 중 6개가 금융회사였다. 특히 뉴욕생명 등 그간 세계적인 저금리기조와 젊은 층의 무관심 등으로 위기에 처한 보험회사들이 새로운 사업 확장을 위해 빠른 속도로 블록체인과 AI 스타트업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트랜스링크에서 핀테크ㆍ블록체인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문선영 팀장은 “블록체인과 AI의 등장으로 전통 금융시스템에 변화가 오면서 금융회사들의 관련 투자가 급증하고 있고 기술도 빠르게 진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글∙사진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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