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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치 후진성 보여준 여당의 계파 세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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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치 후진성 보여준 여당의 계파 세몰이

입력
2016.02.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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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ㆍ13총선 공천을 앞두고 새누리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계파 세 몰이가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공천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이른바 ‘비박근혜계’(비박), ‘친박근혜계’(친박)의 공개적 세 몰이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은 우리 정치의 후진성만 보여준다. 선거구 획정과 쟁점법안 처리를 미적거려 의정마비 사태를 겪고 있는 마당에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니, 딱하기 짝이 없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휴일인 지난달 31일 소속 의원 50여명과 함께 서울의 모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그런데 여기에 소위 친박 인사는 한 명도 없었다니, 비박계만의 모임이었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총선에서 살아 돌아오라”는 덕담을 건넸다는 후문이다. 달리 해석하고 말고도 없다. 비박계가 아무리 부인해도 총선 공천을 앞둔 의기투합의 장, 줄 세우기 장이 아닐 수 없다. 이 모임을 김 대표의 비서실장인 김학용 의원이 주선했고, 정작 김 대표는 비박계만 모인 줄 몰랐다고 하지만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별로 없다. 상향식 공천이네, 전략공천이네, 공천위원장은 누가 돼야 하네 하면서 가뜩이나 공천 잡음이 커지는 지금 불에 기름을 부은 셈이다. 당 대표로서 공평무사해야 할 김 대표의 처신 자체가 부적절한 데다 공천 갈등을 키우고도 남는다.

그에 앞서 친박계 신(新) 좌장이라 불리는 최경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구에서 노골적 ‘진박(진실한 박근혜계) 내세우기’운동을 펼쳐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는 소위 진박 후보라는 대구 지역의 한 예비후보 개소식에 들러 “대구ㆍ경북지역 의원들이 박근혜 정부를 위해 한 일이 도대체 뭐냐”고 질타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과 각을 세웠던 유승민 의원을 겨냥해서는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면서 (대통령의) 뒷다리나 잡지 않았느냐”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최 전 장관은 진박 예비후보를 자처하는 영남권의 청와대 출신 인사, 전 장관들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일일이 들를 예정이라고 한다. 이런 행태가 텃밭인 영남 지역에서 대통령의 이름을 빌어 공개적 줄 세우기를 하는 게 아니고 무엇인가.

국정의 무한 책임을 지고 있는 여당 내 양대 계파에서 벌어지고 있는 세 과시, 줄 세우기는 여간 볼썽사나운 게 아니다. 국회 마비의 책임을 야당에 돌리며 성토하지만, 당 지도부나 계파를 이끌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이 이미 국회를 떠났다는 뚜렷한 증거다. 앞에서는 국정을 걱정하는 척하며 뒤로는 세력을 규합하고, 잇속을 챙기기에 바쁜 이중적 행태다. 이러고서 어찌 국정이 잘 굴러가기를 바랄 수 있나. 국민을 얕잡아 보는 이런 행태야 말로 심판 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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