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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목소리까지 분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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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목소리까지 분석합니다

입력
2015.10.2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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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 상담고객 목소리 분석, 불만ㆍ민원 선제 대응

불완전판매 보완ㆍ이탈고객 방지 등 활용도 갈수록 진화

NH농협카드 감정분석시스템 '에모레이'의 실시간 피드백 과정. NH농협카드 제공
NH농협카드 감정분석시스템 '에모레이'의 실시간 피드백 과정. NH농협카드 제공

하나카드의 VIP고객 김모씨는 며칠 전 콜센터 상담직원과 10분 넘게 실랑이를 벌였다. 카드 승인내역을 즉시 알려주는 문자메시지서비스(SMS)가 VIP고객에게 무료라는 말을 듣고 신청하려 했으나 상담직원은 유료라고 맞섰기 때문이다. 재확인 요청 등 언쟁을 벌이다 결국 김씨는 돈을 내고 신청하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그날 오후 상담원이 먼저 김씨에게 사과 전화를 걸어왔다. “무료가 맞는데 업무가 미숙해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는 내용이었다. 김씨는 “고객이 정식 문제제기를 하기 전에 카드사가 먼저 사과하는 경우는 드문데 매우 의외였다”며 “불쾌함도 잠시, 이렇게 먼저 전화해주니 도리어 믿음이 간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의 빅데이터 분석ㆍ활용 시스템이 날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엔 고객들의 통화 목소리에 담긴 감정까지 분석해 마케팅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간 주로 카드 사용내역 분석에 그쳤던 빅데이터의 활용도도 전방위로 넓어지는 분위기다.

고객의 감정까지 읽는다

28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하나카드가 단시간 내 고객에게 다시 전화해 문제를 바로 잡을 수 있었던 건 최근 도입한 ‘감정분석시스템’ 덕분이다. 이 시스템은 상담하는 고객의 음성과 감정변화, 상담시간 등을 전용 프로그램으로 분석해 문제 소지가 있을만한 콜을 실시간으로 추출해 낸다. 김씨의 경우 상담이 평균보다 길어져 ‘불만콜’로 분류됐다.

하나카드 외에도 현재 NH농협카드, KB국민카드 등이 이 같은 상담내용 분석 시스템을 운영하며 목소리, 사용단어 등과 같은 비정형 데이터를 계량화하고 있다.

NH농협카드의 ‘에모레이’(Emo-RayㆍEmotion X-ray의 줄임말) 시스템은 통화시간, 음성의 크기, 음색, 음성의 높낮이 등을 다각도로 분석한다. 고객 또는 상담원이 언성을 높이거나, 목소리에 짜증이 섞였다고 평가되면 곧바로 불만콜로 분류된다. 분류된 콜은 고객센터를 통해 문제점을 파악한 후 상황에 따라 고객 재안내, 상담원 재교육 등으로 이어진다.

이런 새 목소리 분석 시스템은 예전 방식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기존에는 녹음된 통화를 한 달에 한 번 꼴로 전체의 5% 정도만 표본 추출해 상담내용을 검수했다. 자연히 나머지 95%의 통화내용엔 고객이 민원을 제기하기 전까지는 대응이 불가능했다. 반면 새 시스템은 모든 상담내용을 실시간으로 조사해 불만콜을 분류하기 때문에 고객이 설사 불만을 제기하지 않아도 카드사가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한다.

작년 4월부터 이 시스템을 도입한 NH농협카드는 이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작년 8월 평균 0.76%에 달했던 불만분석율(전체 상담 중 불만콜 비율)이 작년 11월 0.44%, 올해 7월엔 0.38%까지 낮아졌다. 사과전화처럼 실시간으로 피드백 처리된 콜도 올해 2월 52개에서 7월에는 37개로 오히려 줄었다. NH농협카드 관계자는 “사과전화 등을 몇 번 경험한 상담원들이 노하우를 터득하면서 첫 번째 상담부터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며 “덕분에 고객민원도 점차 감소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상담원 관리도 한결 수월해졌다. 상담내용이 데이터로 쌓이기 때문에 어떤 상담원이 어떤 실수를 반복하는 지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카드사들은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단계별 교육과정을 새롭게 개발하고, 상담원 개별 교육도 강화하고 있다.

더 진화하는 목소리 분석

카드사들은 고객 목소리에서 더 많은 걸 얻어내기 위해 애쓰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최근 상담내용을 문자로 전환해 불완전판매 위험도를 계량하는 시스템(음성상담 문자전환 시스템ㆍSTT솔루션)도 개발했다. 모든 음성을 자동으로 문자화해 불완전판매와 관련된 특정 단어를 계량화하는 방식이다. 가령, 상담 과정에서 ‘맞는거죠’ ‘그렇지만’ ‘취소’ ‘반품’ 등의 단어가 반복되면 고객이 상품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거나 계약을 철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재상담을 실시하는 식이다.

신한카드는 ‘이탈우려고객 방지시스템(가칭)’을 개발 중이다. 상담 시 고객의 목소리, 단어 등을 분석해 이탈 가능성이 높은 고객을 선제적으로 가려내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이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초에는 도입될 예정이다.

김진주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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