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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새통 응급실을 언제까지 방치할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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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새통 응급실을 언제까지 방치할 텐가

입력
2016.03.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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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메르스 확산의 주원인이었던 응급실 과밀화 문제가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건복지부가 4일 공개한 ‘2015년도 응급의료기관 평가 결과’를 보면 전국 414개 응급의료기관에서 생명이 위급한 중증환자가 응급실에 대기하는 시간은 평균 6.9시간이었다. 2014년보다 36분이나 늘었다. 특히 중앙보훈병원은 평균 대기시간이 23시간에 달했다. 부산백병원(21.2시간), 서울대병원(20시간), 전북대병원(18.2시간) 등 평균 10시간 이상 대기하는 병원도 27곳이나 됐다.

응급실 병상 수에 비해 응급환자가 얼마나 많은지를 뜻하는 과밀화 지수도 전년과 별 차이가 없었다. 서울대병원은 182.3%로 전년(175%)보다 더 높아졌다. 환자 2명 중 1명은 치료를 받기까지 병상이 아닌 간이침대, 의자, 바닥 등에서 대기해야 한다는 뜻이다. 전북대병원(140.1%), 경북대병원(132.4%), 서울성모병원(122.6%) 등도 혼잡했다.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 무조건 대형병원 응급실로 직행하려는 의료 소비자들의 관행이 지적된다. 우리나라 인구 1인당 응급의료기관 병상 수는 미국과 비슷하고, 입원 병상 수 또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을 넘어선다. 중증 환자만 대형병원 응급실로 가고 감기 등 경증 환자는 동네병원을 찾으면 아무런 문제가 안 되는 셈이다. 때문에 의료계는 대형병원 응급실의 문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응급처치가 필요하지 않은 경증 환자가 응급실을 방문하면 비싼 의료비를 물리고, 의료진에게 경증 환자를 동네 병원으로 이송시키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리 있는 지적이긴 하나, 환자가 이용할 수 있는 응급의료시설과 전문인력이 대형병원에 편중돼 있는 현실도 감안해야 한다. 환자 입장에선 휴일이나 한밤중에 몸이 아프면 대형병원을 찾지 않을 도리가 없다. 동네 병원은 응급의학 전문의가 모자라 야간 및 휴일 응급진료 대응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의료시설, 장비, 인력 등의 법정기준 충족률이 권역응급의료센터(대형병원)는 90%를 웃도는 반면, 지역응급의료기관(동네 병원)은 50%를 밑도는 현실이다.

대형병원 응급실의 문턱을 높이기 전에 환자들이 동네 병원에서도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역 응급의료체계 구축 및 정보 제공이 선행돼야 한다. 응급전문인력 확보도 필수적이다. 응급의학과는 일은 고되면서 보상은 적은 3D 분야로 꼽혀 최근 수년 간 전공의 정원을 못 채우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응급의료기관에 대한 시설 및 인력 확충이 이뤄져야만 응급환자가 증상의 경중에 따라 분산되고 북새통 응급실도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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