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적 지표 2등 경찰서
10위권 밖 경찰서에 밀려
경찰관들 “불공평” 하소연
“공직기강 해이 등 감안한
지휘관 재량행위” 해명
경기남부지역 한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경찰관 P씨는 올 1월 새해를 맞아 가족들에게 자랑을 했다. 근무하는 경찰서가 지난 한해 치안종합성과평가에서 최고인 ‘S등급’으로 분류됐고, 개인 역시 S등급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그는 3월 기준액(계급 10호봉 기본급)의 150%에 달하는 두둑한 성과급도 예고하며 웃음꽃을 피웠다.
경찰서 성과평가는 강ㆍ절도 검거율과 범죄 피해품 회수율, 사이버안전 기여도 등 객관적 지표 80점에다 고객만족(10점) 체감안전(10점) 등 주민 여론조사를 합해 100점 만점으로 이뤄진다. 전체 점수를 나열해 ▦상위 20%가 S등급 ▦그 다음 40%는 A등급 ▦B등급(30%) ▦C등급(하위 10%) 순으로 성적이 주어지며, 성과급 규모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 P씨가 속한 경찰서는 이 평가에서 남부지역 경찰서 30곳 중 당당히 2위를 해 S등급에 오른 것이었다.
하지만 불과 한달 여 뒤 P씨는 자녀들 앞에서 허세를 늘어놓은 실없는 가장이 돼 버렸다. 이기창 경기남부청장이 10위권 밖 ‘A등급’에 그쳤던 다른 경찰서 1곳을 S등급으로 올리고 P씨가 속한 경찰서를 A등급으로 내리도록 지시해서다. “애초 A등급 이었던 경찰서가 관할하는 면적이 넓고 치안수요도 많아 직원들이 선호하지 않는 곳”이라는 게 이유였다고 한다. 반면 P씨가 근무하는 경찰서는 공직기강 위반행위 등이 지목돼 추락 대상이 됐다는 전언이다. 이번 조치로 P씨 성과급은 지급 비율이 135%로 떨어져 40만~50만원 줄어들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경찰서(600여명) 전체적으로 1억원이 넘는 액수가 깎이는 셈이다.
이런 소식을 접한 P씨는 “S등급 내에서도 하위 4,5,6위인 경찰서가 아닌 2위 경찰서의 등급을 내린 결정에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P씨의 동료도 “극소수 경찰관의 일탈은 특정 경찰서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며 “지휘부의 말 한마디에 수백 명이 1년간 노력해 낸 객관적 성과가 허사가 되는 것은 불공평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경기남부청은 지휘관 재량에 의해 조정하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경기남부청 관계자는 “불만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기관장 가점으로 성과급 지급기준이 바뀔 수 있다는 공지를 사전에 했다”며 “구체적 판단 근거는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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