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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노인전문의 양성이 시급하다

입력
2016.03.16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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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가 인간을, 그것도 네 번이나 이겼다고 세상이 떠들썩하다. “산업혁명에 비견될만한 인류역사의 거대한 전환기”라거나, 3차 산업혁명에 이어 인공지능 중심의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도래했단다. 이런 판국에 부모가 장수하면서 자식들의 효심을 고갈시켰다느니, 그래서 역으로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역효도’를 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느니 하는 소리를 하는 것이 도무지 덧없어 보인다.

우리의 이세돌 9단을 네 번이나 격파한 인공지능이 더 업그레이드돼 우리 삶에 도움이 된다면, 100세가 돼도 두려울 게 없으리라. 지금도 일부 장기를 인공으로 교체하는 판에, 인공지능을 비롯한 의료기술이 고도로 발달되면 우리 몸 어느 한 구석이 절단 난들 뭐가 대수일까. 까짓 거 갈아 끼우면 될 텐데. 한편으론 ‘지금도 젊은이들이 취업을 못해서 야단이라는데, 인공지능과 과학의 발달이 사람이 할 일을 대신해 일자리 구하기는 어려워지고 수명만 길어진다면 어쩌나’하는 걱정이 들기도 한다.

우리는 인류 최초로 100세, 그 너머를 살 예비 100세인들이다. 하지만 사회체계는 아직도 산업화 시대에 머물러 있다. 인공지능의 발전을 보면서 이제 우리의 삶도 전방위적이고 문명사적 변환을 꾀할 시점에 왔다는 생각이 든다.

노년문제를 천착하다 보니, 자연스레 노년 건강에도 어느 정도 상식을 갖추게 되었다. 하지만 병원에 갈 때 의사들이 돌팔이인 나만큼도 노인의 병리나 생리를 모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미국의 저명한 외과의사인 아툴 가완디 예일대 교수도 나와 비슷한 생각으로 글을 쓴 적이 있다. 85세 된 여자 노인이 지속되는 허리 통증 때문에 노인병 전문의를 찾아 진찰하는 모습을 관찰한 글이다. “몇 년 전에 대장암 수술을 받았다”고 환자가 말했지만, 암의 전이 여부 등을 알아 보기 위해 우리나라 병원이라면 당연히 찍었을 CT나 엑스레이 등을 전혀 찍지를 않았다. 단지 환자의 발을 4시간여 꼼꼼히 진찰하고 4주 후 다시 내원하라는 약속을 잡았다. 85세 노인에게는 혹시 있을지 모를 암의 전이보다는 발이 온전치 못해서 넘어져 현재 누리고 있는 것들을 잃는 것이 보다 큰 위험이라고 보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얼마 전, 65세 이상은 특별한 증상이 없는 한, 암 검진이 불필요하다는 발표가 있었다.

요즘 속속 들어서는 노인요양병원의 형편을 보면, 이제 노인의료 제도의 패러다임을 시급히 바꿔야 할 때가 왔다는 생각이 더 간절해 진다. 노인병원의 의사들은 대부분 종합병원을 정년 퇴직한 노년 의사들이다. 대학병원이며 종합병원들의 유명한 전문의들도 65~70세에 정년 퇴직을 하면, 위험한 개인병원 개원보다 요양병원에 재취업하는 경우가 많다. 안과 의사도 외과의사도 노인요양원 내지 요양병원 행이다.

미국에서 노인전문의를 지망하는 젊은 의학도가 해마다 감소하는 추세란다. 우리나라 형편은 더 심각하다. 여기서 한가지 방도를 제안하고 싶다. 요즘 의사들도 취업난이란다. 노인 의료복지로 천문학적인 돈을 흘려 보내는 게 우리네 형편이다. 이런 때, 국가가 보장하는 노인병 전문 의사를 양성하는 것으로 눈앞에 닥친 고령시대를 대비하는 게 어떨까. 은퇴 후에도 일자리가 보장된다는 걸 알면, 노인전문의 지망이 늘어날 거로 생각한다. 물론 성형외과 의사들처럼 당장 큰 돈은 못 벌겠지만, 늦도록 안정된 수입을 보장해 주면 유능한 노인 전문의사를 육성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노년들은 제대로 된 의료처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국가적으로 의료 보험비 낭비를 줄일 수 있는 이득이 있다. 이럭저럭 살아 갈 수 있는 노인을 젊은이들 기준으로 수술을 받게 하고 나서 하루 아침에 자리에 눕게 만드는 걸 무수히 봐 왔기에 하는 말이다.

아틀 가완디는“노화나 질병으로 인해 심신의 능력이 쇠약해져 가는 사람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하려면, 종종 너무 깊이 개입해서 손보고 고치고 제어하는 욕구를 참아야 한다” 말한다.

고광애 노년전문 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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