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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연금이 기가막혀

입력
2014.11.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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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공무원연금 개혁 때문에 시끌시끌하다. 필자도 한때는 공무원연금에 가입되어 있었고 현재 다른 직역연금에 가입되어 있기 때문에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지금은 공무원연금법만 개정하지만 결국엔 사학연금, 군인연금을 비롯해 국민연금법까지 개정하게 될 것이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내가 낸 돈을 내가 받아가는 구조가 아닌 한 연금을 타야 하는 사람들은 점점 많아지고 연금보험료를 내는 사람은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는 손을 볼 수 밖에 없다. 인구의 고령화라는 전제하에서는 연금을 받는 나이를 늦추고 보험료를 낼 사람들은 더 많이 내고 받을 사람들은 덜 받는 방법 밖에는 다른 대안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할지라도 현재의 개헌 논의에서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수준으로 조정한다는 이야기는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본인이 직역연금가입자이기 때문에 가지는 이기적인 발상만은 아니다.

공무원연금이나 사학, 군인연금 등의 직역연금과 국민연금의 차이에 대해서는 조금 이해가 필요할 것 같다. 직역연금은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이 결합된 것이다. 즉 직역연금 가입자는 두 가지의 연금에 가입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연금 하나만 가입되어 있는 것 보다는 받는 연금액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 이렇게 말하면 ‘왜 이들만 연금을 두 개씩 가입하고 있을까?’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들만이 아니라 일반 근로소득자들도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에 가입할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단지 퇴직연금의 도입이 조금 늦어 퇴직을 할 때 퇴직금 대신 연금으로 받을 수 있는 퇴직자가 아직 나오지 않았을 뿐이다. 직역연금은 일반 근로자들처럼 공무원이나 사립학교 선생님, 군인들이 퇴직을 하게 되면 받게 되는 퇴직금을 일시금이 아닌 연금의 형태로 받는 것이고 여기에 국민연금 부분이 더해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왜 직역연금을 받는 사람들의 연금액이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들 보다 많은지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오늘은 공무원연금개정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며칠 전 내가 가입한 개인연금저축을 판매한 금융회사로부터 문자 한 통을 받았다. 내가 가입한지 4년쯤 되는 개인연금펀드의 누적수익률이 -15.6%라는 문자였다. 아주 잠깐 동안 ‘이게 15.6%라는 건가? 앞에 뭔가 붙어 있는 것 같은데 노안 때문에 헛것이 보이나’생각했다. 15.6%라고 해도 4년의 누적수익률에 놀랄 만한 수준은 아닌데 ?15.6%라니! 물론 개인연금저축은 장기상품이라 ‘지금 누적수익률이 마이너스라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라고 스스로를 달랬지만 ‘이걸 유지해야 하나 그냥 갈아탈까’ 하는 마음도 다른 편에서는 강하게 소리를 내고 있다. 해약을 하면 그 동안 받았던 세제혜택은 모두 없어져버리니 다른 상품으로 계약이전을 할까도 고민 중이다.

국민연금이나 직역연금이 재정문제로 앞으로 받을 연금액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개인부문의 책임은 더 커질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개인연금시장을 믿고 개인연금저축이나 연금보험에 가입하기에는 너무 불안한 게 현실이다. 수익률도 그렇고 세제혜택도 그렇고 하물며 각 소비자가 처해 있는 상황에서 어떤 연금상품에 가입하는 게 좋을지 조차도 알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마이너스 수익률 상황에서 개인연금에 가입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개인연금가입을 장려하는 정책은 전진이 아니라 후퇴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강력한 개인연금가입 유인책으로 기능할 수 있는 세제혜택은 오히려 줄어드는 상황이니 걱정이다. 내가 원하는 연금액을 받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얼마를 저축하면 되는지, 내가 지금 불입하는 연금저축으로 얼마의 연금을 받을 수 있는지를 비교할 수도 없는 시장상황에서 뭘 어쩌라는 건지. 국가가 담당할 국민의 노후소득의 몫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시장의 현 상황은 기가 막힐 뿐이다. 연금의 수익률 제고를 위한 노력과 강력한 세제혜택 그리고 소비자가 쉽게 비교해서 선택할 수 있는 개인연금의 비교공시체계 마련의 절실함을 공감할 수 있기를 바라며 아침을 열어본다.

최현자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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