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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와 그들, '잘못된 만남'의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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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와 그들, '잘못된 만남'의 순간들

입력
2017.03.1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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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성 전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이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한-미얀마 정상회담에 참석한 박 전 대통령을 지나치고 있다. 2104.12.11
정호성 전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이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한-미얀마 정상회담에 참석한 박 전 대통령을 지나치고 있다. 2104.12.11

헌법재판소가 10일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이 최씨의 이익을 위해 지위와 권한을 남용하고 헌법과 법률을 위배했음을 명백히 했다. 파면의 핵심 사유인 ‘국정농단’은 오래 전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잘못된 만남에서 비롯됐다. 국정농단의 주역으로 꼽히는 최씨와 안종범, 김기춘, 조윤선, 정호성 등 청와대 인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은 이미 구속 기소됐다. 자연인이 된 박 전 대통령 역시 검찰의 강제수사를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청와대를 출입하는 사진기자들이 박 전 대통령의 재임기간 촬영한 사진 속엔 국정농단 사건 피의자들이 줄줄이 등장한다. 대통령과 그들이 카메라 앞에서 진지하게 의견을 나누거나 환하게 웃고 있는 사이 국정농단은 철저하게 숨겨진 채 척척 진행되고 있었다. 대통령 파면 사태에 이르러 결정적 순간이 되어버린 장면들, 그들의 환한 미소 뒤에 숨겨진 비릿한 뒷거래와 욕망, 거짓말들을 찬찬히 읽어보자.

1979년 6월 10일 한양대학교에서 열린 제1회 전국 새마음제전에서 당시 박근혜 새마음봉사단 총재와 최순실(왼쪽) 새마음대학생총연합회장이 다정한 모습으로 웃고 있다. 뉴스타파캡쳐
1979년 6월 10일 한양대학교에서 열린 제1회 전국 새마음제전에서 당시 박근혜 새마음봉사단 총재와 최순실(왼쪽) 새마음대학생총연합회장이 다정한 모습으로 웃고 있다. 뉴스타파캡쳐

#최순실

1979년 6월 10일 한양대학교에서 열린 제1회 전국 새마음제전에서 당시 박근혜 새마음봉사단 총재와 최순실(왼쪽) 새마음 대학생총연합회장이 다정한 모습으로 웃고 있다. ‘비선실세’ 최순실은 박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이용해 각종 이권에 개입했고 외교 안보 등 국정운영까지 간섭했다. 최씨는 검찰과 특검 수사를 통해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삼성으로부터 430억의 뇌물을 받은 혐의가 드러났다. 최씨는 뇌물죄 외에 직권남용과 사기미수 등으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김기춘 당시 신임 비서실장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2013.8.6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김기춘 당시 신임 비서실장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2013.8.6
서울 명동 성당에서 열린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한 미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과 함께 기도하고 있다. 2014.5.18
서울 명동 성당에서 열린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한 미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과 함께 기도하고 있다. 2014.5.18

#김기춘

취임 첫 해 인사난맥과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등으로 국정 운영에 어려움을 겪은 박 전 대통령은 저도에서의 여름 휴가를 마친 후 김기춘 카드를 꺼냈다. 박 전 대통령의 신임을 한 몸에 받은 김 전 실장은 이른바 ‘왕 실장’ 또는 ‘기춘대원군’으로 불리며 박근혜 정부의 2인자로 군림했다. 국정농단 청문회에 나와 최순실을 모른다고 잡아떼는 등 법망을 이리저리 빠져나가는 그의 면모가 ‘법꾸라지’라는 별명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결국 특검 수사로 블랙리스트 작성 등을 주도한 혐의가 인정돼 김 전 실장은 구속 기소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주고 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3.3.11
박근혜 전 대통령이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주고 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3.3.11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지도부및 예산 결산특별위원회 위원들과 오찬을 하기 위해 행사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2014.12.7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지도부및 예산 결산특별위원회 위원들과 오찬을 하기 위해 행사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2014.12.7

#조윤선

‘박근혜 정부의 신데렐라’로 불린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역시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여성가족부 장관을 거쳐 첫 여성 정무수석으로 발탁되는 등 ‘잘 나가던’ 조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덜미를 잡혔다. 조 전 장관은 김 전 실장과 함께 구속 기소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는 동안 안종범(오른쪽 두번째) 정책조정수석과 우병우(세번째) 민정수석이 지시사항을 듣고 있다. 2016.10.20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는 동안 안종범(오른쪽 두번째) 정책조정수석과 우병우(세번째) 민정수석이 지시사항을 듣고 있다. 2016.10.20 연합뉴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과 정책조정수석을 거치며 승승장구하던 안종범 전 수석은 최순실의 사익을 채우기 위한 대통령의 지시를 충실하게 따랐다. 깨알 같은 글씨로 대통령의 지시 사항을 적은 56권의 업무수첩은 국정농단 의혹을 푸는 중요한 열쇠가 됐다. 대기업들로부터 재단 기금을 강제로 모으는 등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 기소된 안 전 수석은 특검 수사에서 뇌물수수 혐의가 추가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구 무역회관에서 열린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확대 출범식에 참석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웃고 있다. 2014.09.15.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구 무역회관에서 열린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확대 출범식에 참석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웃고 있다. 2014.09.15.
그림 9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인천 송도에서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제3공장 기공식에 참석해 행사를 마치고 자리를 떠나고 있다. 2015.12.21
그림 9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인천 송도에서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제3공장 기공식에 참석해 행사를 마치고 자리를 떠나고 있다. 2015.12.21

#이재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순실 측에 430억원대 뇌물을 제공하거나 제공하려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경영승계를 위해 국민연금과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포괄적 지원을 노려 자금출연을 결정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강요에 의한 지원임을 주장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뇌물죄 성립 여부에 따라 뿌리 깊은 정경유착의 적폐를 청산할 수 있을지가 판가름 될 전망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울 시내 한 공연장에서 융·복합공연 '하루(One Day)' 관람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 왼쪽은 차은택 감독. 2014.8.27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울 시내 한 공연장에서 융·복합공연 '하루(One Day)' 관람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 왼쪽은 차은택 감독. 2014.8.27

#차은택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8월 27일 ‘문화가 있는 날’ 행사의 일환으로 서울 시내 한 공연장에서 열린 융·복합공연 '하루(One Day)' 관람에 앞서 인사말을 하는 동안 공연의 총연출을 맡은 차은택 감독이 뒤편에 서 있다. 최순실의 영향력을 등에 업은 차씨는 이듬해 3월 창조경제추진단장으로 위촉되었고 이후 ‘문화계 황태자’로 불리며 각종 이권에 개입, 국정농단의 핵심 인물로 부상했다.

박 전 대통령이 정부 세종청사에 있는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를 방문, 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현황 보고를 받고 있다. 2015.6.17
박 전 대통령이 정부 세종청사에 있는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를 방문, 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현황 보고를 받고 있다. 2015.6.17

#문형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메르스 사태 당시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미흡한 대응 등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지만 얼마 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자리에 올랐다. 결국 특검 수사에서 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의 합병과정에서 부당한 압력을 가한 혐의가 드러나며 특검 1호 구속으로 기록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소보트카 체코 총리를 맞이하기 위해 본관 입구로 나가던 중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2015.02.26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소보트카 체코 총리를 맞이하기 위해 본관 입구로 나가던 중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2015.02.26

#정호성

정호성 전 제1부속비서관은 이재만, 안봉근과 함께 최순실과 박 전 대통령을 이어준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이다. 18년간 대통령을 그림자처럼 수행한 최 측근으로 꼽힌다. 정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의 연설문 등 청와대 문건을 최씨에게 전달하고 최씨의 ‘지시사항’을 다시 대통령에게 전달해왔다. 특히. 정 전 비서관의 휴대폰에 저장된 대통령 또는 최순실과의 통화 녹음 파일은 특검이 국정농단 의혹을 파헤치는데 큰 도움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을 마치고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2016.10.24 국회사진기자단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을 마치고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2016.10.24 국회사진기자단

#이정현

“나도 연설문 쓸 때 친구 도움을 받는다.” 최순실이 대통령의 연설문을 수정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가 한 말이다. 이 전 대표는 박근혜 정부에서 정무수석과 홍보수석을 거치며 박 전 대통령에게 헌신했고 여당 대표까지 올랐다. 이 전 대표는 또한 “대통령 탄핵이 가결되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며 대표자리에서 물러나는 날까지 박 전 대통령을 두둔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김종덕 문화체육부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2014.8.27
박근혜 전 대통령이 김종덕 문화체육부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2014.8.27

#김종덕

‘차은택의 은사’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차씨의 추천으로 장관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부당한 권한을 행사하고 국장 3명을 부당하게 인사조치한 혐의, 청문회에서 위증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최경희(왼쪽 두번째) 이화여대 총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여대 총장 간담회를 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최경희(왼쪽 두번째) 이화여대 총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여대 총장 간담회를 하고 있다.

#최경희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은 최순실씨의 딸 정류라씨에게 입학 및 학사 특혜를 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국회 청문회에서 “최순실씨를 개인적으로 만난 적이 없고 정씨에게 특혜를 주라고 지시한 적 없다”고 말한 최 전 총장은 결국 위증 혐의까지 받게 됐다.

박서강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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