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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 청소년 쉼터, 정부가 지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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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 청소년 쉼터, 정부가 지원해야"

입력
2015.10.2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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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법원장들, 법 개정 공식 요청

재범률 낮추는 데 큰 몫 하는데도

예산 지원 못 받아 운영 어려워

경미한 범죄를 저지른 비행소년 수용시설에 중앙정부가 아무런 예산지원을 하지 않고 떠넘기자 전국가정법원장들이 나섰다. 보호처분을 받은 비행소년들이 머무는 쉼터(1ㆍ6호 시설)가 정부 예산 지원을 받도록 법 개정을 달라고 정부에 이례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여상훈 서울가정법원장 등 전국 5개 가정법원장들은 19일 비행소년들의 쉼터인 ‘청소년회복센터’ 지원을 위한 청소년복지지원법 개정을 위해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등 소관 부처 정부 관계자들과 서울가정법원에서 간담회를 가졌다. 법원장들은 불우한 가정환경 탓에 비행을 저지른 소년들이 재범 없이 새 삶을 살려면 전용 쉼터의 안정적 운영이 절실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보호자가 없거나 돌볼 능력이 없는 가정에서 경미한 비행을 저질러 소년법상 1호 보호처분을 받은 소년들이 입소하는 별도 시설에 대한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법원장들은 “이들 소년들이 적당한 시설이 없어 가출청소년 쉼터나 학대피해아동 공동생활가정 등에서 다른 유형의 아이들과 머물며 동반 가출이나 싸움 등 2차 문제가 벌어져 왔다” 고 설명했다.

이런 문제로 현재 소년법상 비행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사회복지사 등이 운영하는 청소년회복센터가 생겼지만 전국에 겨우 14곳뿐이다. 이들 센터들마저 소관 부처 관련 법에 포함되지 않아 예산 지원을 못 받고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원이라곤 가정법원이 1인당 40만원씩 주는 것이 거의 전부라는 게 법원의 설명이다.

1호 시설 전용 공간의 필요성은 시설에 머문 비행소년들의 재범률로 설명된다. 서울가정법원 등에 따르면 ‘사법형 그룹홈’(한 가정에 7~8명 공동생활)인 청소년회복센터 운영 결과, 입소한 보호소년들의 재비행률은 39.1%로 비입소 소년들의 재범행률 66.2%보다 현저히 낮았다. 이모(15)군의 경우 차를 훔치는 등 비행으로 지난해 3월 법원에서 소년법상 ‘1호’ 보호처분 결정을 받고, 청소년회복센터에 입소했다. 이군이 부모 이혼으로 아버지와 관계가 단절됐고, 필리핀인인 어머니와는 대화가 잘 안돼 늘 방황했기에 내려진 조치였다. 1년 이상 회복센터에 머문 이군은 피아노 교습도 받으면서 마음을 다잡아 올 연말 퇴소할 예정이다.

아울러 법원장들은 경미한 비행을 했고 재범 우려도 있는 소년들이 가는 ‘6호 시설’의 부족과 운영상 어려움으로 인한 판사들의 고충도 털어놨다. 경기 양주시의 비행소녀들의 쉼터인 ‘나사로의 집’(6호 처분 감호위탁시설)이 올해 5월 시 당국으로부터 예산지원 중단 통보를 받은 것이 대표적 사례다. 6호 시설은 전국에 8곳(여성 전용 2곳 포함)밖에 없어 늘 포화 상태다. 때문에 판사들은 재판에 앞서 어느 지역 시설이 이들을 받아줄 지부터 사전 파악해야 하는 처지다. 결국 비행소년들은 거주지와 무관한 시설에 보내지고 있는데, 나사로의 집에 머무는 청소년 30여명도 대부분 경기도가 아닌 타지 출신이다. 이에 양주시는 “빠듯한 예산으로 타지 아이들을 위한 사업비를 댈 수 없다”고 통보했다가 논란이 일자 일단 유보한 상태다.

이런 실태는 정부가 2005년부터 아동복지시설 운영을 전부 지방자치단체 사업으로 하도록 떠넘기고 지원을 하지 않고 있는 탓이 크다. 김희정 여가부 장관은 “해당 보호소년들이 머물 시설의 필요성에 적극 공감한다”면서도 “우선 현재 있는 청소년 보호위탁시설들이 각 소관 부처가 달라 관계 기관 협의를 거쳐 지원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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