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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화재에 유독 취약한 중소병원 안전대책부터 강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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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화재에 유독 취약한 중소병원 안전대책부터 강구해야

입력
2018.01.28 19:2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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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명의 사망자를 낸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 참사는 병원의 화재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자력으로 몸을 피하기 어려운 ‘피난 약자’가 상당수여서 구조가 어렵고, 가연성 물질이 많아 유독가스 발생이 심해지기 때문이다. 이번 화재 사고에서 사망자 대다수는 거동이 불편하고 호흡기가 약한 노인 환자들이었다. 이에 따라 화재에 취약한 의료시설에는 더욱 종합적이고 정밀한 안전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990년대 이후 병원에서 발생한 화재를 보면 하나같이 인명피해가 컸다. 93년 충남 논산의 신경정신과 의원 화재에서는 34명이 숨졌고, 2010년 경북 포항시 노인요양센터 화재에서는 10명이 숨지고 17명이 부상했다. 2014년 전남 장성의 요양병원 화재는 21명의 인명피해를 냈다. 화재 원인의 공통점은 입원환자 대부분이 치매나 중풍 등으로 거동이 어려웠고, 불이 잘 붙는 가연성 내장재와 용품으로 건물 내부가 꾸며졌으며, 소방시설과 의료진이 부족한 실상 등이다. 이번 세종병원 화재참사에서도 수십 년 동안 지적된 문제점이 그대로 반복된 셈이다.

특히 중소규모 병원의 경우 소방시설 기준이 미흡해 화재에 더욱 취약하다. 세종병원은 바닥 면적이 기준에 미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스프링클러와 옥내 소화전 설치 의무 대상에서 제외됐다. 화재 발생 직후 병원 관계자들이 소화기를 들고 초기 진화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소규모 병원이라도 면적에 관계없이 필수 소방시설 설치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중소병원의 상대적으로 열악한 인력도 문제다. 세종병원의 경우 약 100명을 입원시킬 수 있는 규모인데도 화재 참사 당시 당직자는 9명에 불과했다. 신체 결박된 환자가 많아 구조가 지체된 것도 의료진 부족과 무관하지 않다.

병원 화재 발생 시 체계적 대피교육과 안전훈련도 시급하다. 정부는 2014년 최초 화재 시 경보 전파와 소화 활동 실시, 안전구역 대피 유도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의료기관 화재안전관리 매뉴얼’을 만들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안전훈련과 매뉴얼 숙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환자보다 먼저 대피하거나 호흡기를 떼고 환자를 이송하는 등의 세종병원 일부 직원의 부적절한 행동은 의료진 훈련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요양병원과 병원을 이용하는 노인들이 급증하는 추세다. 화재 등 유사시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는 참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번 화재를 계기로 의료시설 전반에 대한 안전대책이 한층 강화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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