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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학대사실 알고도 끝내 못 막은 아이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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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학대사실 알고도 끝내 못 막은 아이의 죽음

입력
2016.03.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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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에서 실종됐던 신원영 군이 계모의 모진 학대 때문에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일곱 살 소녀가 학대를 못 견뎌 맨발로 집을 탈출하고, 초등학생이 부모의 폭행으로 숨진 뒤 냉동상태로 발견됐으며, 친부와 계모의 구타로 사망한 여중생이 미라 상태로 방치됐다가 발견되는 등 잇단 아동 학대 사건으로 온 나라가 발칵 뒤집어진 가운데 또 다시 터진 사건이어서 충격이 더하다.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난 학대의 실상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끔찍하다. 계모는 아이를 석 달 동안이나 화장실에 감금하고 밥을 하루 한끼만 주었으며 아이가 다쳤는데도 방치했다. 살균제인 락스를 아이 몸에 들이붓고 영하 12.5도의 추운 날 찬물을 끼얹었다. 그러나 친부는 이를 못 본 체하며 학대를 방조했다. 굶주림, 다발성 피하출혈, 저체온 등이 사인으로 추정되는 것으로 보아 아이가 얼마나 고통을 겪었는지 알 수 있다. 그런데도 계모와 친부는 아이 시신을 10일 동안 내버려 두었다가 친부 아버지 묘지 부근에 암매장했으며 거짓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고 초등학생용 책가방과 신발주머니를 구입하는 등 뻔뻔하게 범행 은폐를 시도했다.

이번 사건이 특히 안타까운 것은 원영이의 학대 사실을 3년 전에 알고도 비극을 막지 못했다는 점이다. 2013년 겨울 지역아동센터 직원이 추운 날씨에도 얇은 옷을 걸치고 있던 원영이를 발견했고 그 뒤 종아리와 허벅지에서 멍든 회초리 자국을 찾아냈다. 학대 사실을 알고 아이를 장기보호시설에 위탁하려 했으나 친부의 거부로 성사시키지 못했고 학대를 확인하기 위해 집을 방문했지만 문전박대만 당했다. 당시는 아동학대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없어 더 이상의 개입이 불가능했는데 그것이 아이의 죽음으로 이어졌다.

지금은 특례법이 있어 가해 부모와 아이를 분리할 수 있다. 또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등도 대책을 마련했으니 관련 시스템은 어느 정도 갖춘 셈이다. 그러나 그런 대책이 효과를 거두려면 더 많은 사람이 아동 문제에 관심을 갖고 피해 사실을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알리는 문화가 절실하다.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사회 구성원 모두가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양육 교육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자식을 소유물로 여기거나 “내 자식은 내 마음대로 키우겠다”는 비뚤어진 생각에 사로잡힌 부모가 의외로 많은 만큼 그들에게 부모로서의 태도와 양육 방식에 대해 가르칠 필요가 있다. 최근의 아동 학대가 재혼 가정에서 많이 발생한 점을 고려할 때 이혼과 재혼의 증가에 맞춘 양육 방식의 변화에 대해서도 사회적 고민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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