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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교실에 소박한 서가와 테이블… 마을 어르신들 웃음꽃이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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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교실에 소박한 서가와 테이블… 마을 어르신들 웃음꽃이 피었다

입력
2015.09.01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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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전북 완주군 동상초 동상학교마을도서관에서 열린 ‘어르신 책 마실 캠프’에서는 자신의 이름을 그림으로 풀어내는 미술활동 등 다양한 문화강연이 진행됐다. 동상초 제공
7월 전북 완주군 동상초 동상학교마을도서관에서 열린 ‘어르신 책 마실 캠프’에서는 자신의 이름을 그림으로 풀어내는 미술활동 등 다양한 문화강연이 진행됐다. 동상초 제공

“오랜만에 둘러앉아 책과 펜을 손에 쥔 어르신들 표정이 어찌나 해맑던지, 웃음이 떠나질 않으셨죠.”(완주 동상초 조영화 교사)

7월 전북 완주군 동상면 신월리 고요한 산간 지역에 위치한 동상초등학교에서는 아이들 웃음소리 대신 마을 어르신들의 웃음소리가 그득하게 피어 올랐다. 학교 한 켠에 마련된 학교마을도서관에서 열린 ‘어르신 책 마실 캠프’에서다. 굽은 허리와 그을린 얼굴 등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도서관에 들어선 어르신들은 강사로 초청된 전북 고창 책마을 해리의 이대건 촌장과 함께 평생 살아온 자신의 삶 이야기, 이름에 얽힌 사연 등을 작품으로 써 내려갔다. 완성한 작품은 학교 가을예술제에 걸린다는 소식에 어르신들의 얼굴에는 뿌듯함이 번졌다.

국공립 대형 도서관은커녕 작은도서관조차 자리하기 어려운 농어촌 읍면동 지역에서 학교마을도서관들이 활약하고 있다. 주택건설 등에 관한 규정이 “500세대 이상 공동주택 단지에 작은도서관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는 만큼, 도시 지역에 작은도서관이 점차 늘어나는데 비해 읍면 지역은 이런 혜택에서 소외돼온 터. 빈 교실 등을 개조해 도서관을 꾸리자 상대적으로도 적은 비용으로 인근 주민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이 마련됐다.

2011년 빈 교실을 리모델링해 문을 연 이곳 완주의 동상학교마을도서관은 5,000여권의 소박한 규모로 첫발을 뗐지만, 군청과 학교의 관심 속에 지식의 곳간이자 마을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방학이나 하교시간 이후 학교 문을 폐쇄할 경우 주민들도 책을 빌리지 못하는 학교마을도서관의 한계 등을 극복하기 위해 완주군과 학교가 꾸준히 예산을 지원해 책 구입비와 인건비 등을 지원한 덕이다. 지난해까지 야간과 토요일에도 도서관을 개방했고 학부모 등 마을 주민들이 하루 30~40권의 책을 대출하는가 하면, 독서토론동아리를 꾸려 월 2회 모임을 갖고 함께 문학기행을 떠나는 등 이웃 지간도 더 끈끈해졌다. 연간 새 책 구입을 위해 지원하는 예산만 400만~500만원 가량으로 개관 5년여 만에 도심지 작은도서관 못지 않은 장서 8,000여권의 규모를 갖췄다.

캠프를 기획한 조영화 교사는 “앉아서 주민들을 기다리지만 말고 도서관에 초대해 함께 배우고, 읽고, 쓰자는 취지로 다양한 문화행사를 꾸리고 있다”며 “학부모뿐만 아니라 여타 지역 주민들의 호응이 좋아 학교마을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빌리고 반납하는 곳이 아니라 문화 공간이 부족한 산간벽지 마을의 문화예술중심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절감하고 있다”고 했다.

각 기업과 사단법인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의 후원으로 만들어진 이 같은 학교마을도서관은 완주 지역에서만 3군데로, 전국 252호에 달한다. 30여년 간 작은도서관 설립 운동을 해온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 대표 김수연 목사는 “여건상 도서관을 신설하기 어려운 읍면동 지역의 경우 학교마을도서관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지자체와 교육당국의 무관심으로 설치 후 개방시간이 확보되지 않아 사실상 방치되거나 단순한 서가로만 활용되는 등의 문제점은 개선돼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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