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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석학 칼럼] 리우올림픽에 가야 할까

입력
2016.06.12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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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올림픽 개최지로 리우데자네이루가 확정됐을 때만 해도 브라질에는 지카 바이러스의 영향이 미치지 않았다. 올림픽을 준비하느라 수십억달러를 투자해 놓은 지금 리우데자네이루는 지카 바이러스 의심 보균자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가장 많은 지역이 됐다. 그렇다면 2016 하계 올림픽을 연기하거나 개최지를 변경해야 할까.

어려운 결정이다. 밝혀진 사실들이 충분히 분명한 것도 아니다. 지난달 마거릿 챈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에게 보낸 공개서한에 내가 223명의 과학자, 생명윤리학자, 공중보건전문가와 함께 서명한 이유다. 우리는 챈 사무총장에게 투명한 절차로 WHO와 국제올림픽위원회에 권고할 수 있는 독립조직 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 조직이 제공하는 증거 자료가 있어야 큰 국제 스포츠 행사에서 공공의 건강을 우선시할지 혼란을 각오하고라도 강행할지 비교 검토할 수 있다.

지카 바이러스가 새로운 건 아니지만 2013년 브라질에 유입된 종은 기존에 알려진 변이종보다 위험하다. 지난달 세계적 권위의 의학저널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에 게재된 한 연구에 따르면 임신한 여성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태아의 두뇌 발달이 늦어질 수 있다. 소두증이라 알려진 희소병이다. 심한 경우 소두증에 걸린 아이는 평생 자립해 살 수 없다.

지카 바이러스가 브라질에서 급증한 것은 FBDS(Fetal Brain Disruption Sequence)로 알려진 매우 치명적인 유형의 소두증과 관련이 있다. 브라질에 지카 바이러스가 확산될 때까지 이 질병을 가진 태아는 아주 소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 연구는 브라질에서 소두증을 가진 태아 35명 중 11명이 FBDS를 앓고 있다고 밝혔다.

지카 바이러스와 소두증 사이에 관련이 있다고 밝힌 최근 조사는 그보다 두 달 먼저 발표된,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지카 바이러스 감염으로 보이는 증상이 있는 임신 여성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한다. 감염이 확진된 여성 중 29%가 심한 기형을 가진 태아를 품고 있었다. 감염이 확진되지 않은 여성에게는 태아가 비정상인 경우가 없었다.

성인에게 지카 바이러스는 고열과 발진을 유발한다. 그러나 더욱 우려되는 것은 수개월 혹은 수년간 마비를 일으킬 수 있는 심각하고 치명적인 질병인 길랑-바레 증후군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성인에게 길랑-바레 증후군이 생길 가능성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WHO는 지카 바이러스를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로 선포하고 임신한 여성들에게 브라질 여행 자제를 권고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리우에서 지카 바이러스를 가져온다면 임신한 여성이 집에 있는 것만으로 안전할까. 50만명이 올림픽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이집트숲모기가 있는 몇몇 국가에선 리우 올림픽에 갔다가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귀국한 사람이 현지 임신 여성에게 2차 전염을 시키는 일이 충분히 벌어질 수 있다.

올림픽을 연기하거나 개최지를 옮기자는 이유에 반대하는 이는 두 가지 주장을 할 것이다. 첫째는 겨울에 모기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감염의 위험이 낮고, 브라질이 모기 번식 지역에 살충제를 뿌리기 위해 군대를 동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캐나다 오타와대 법학과 겸 공중보건과 아미르 아타란 교수가 최근 ‘하버드 퍼블릭 헬스 리뷰’에서 주장한 바에 따르면 리우는 겨울에 뎅기열 전염이 줄어들긴 하지만 없어지진 않는다. 지카 바이러스와 관련이 있는 뎅기열 바이러스는 같은 종의 모기에 의해 전파된다.

아타란 교수는 살충제를 뿌리는 것도 효과가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말한다. 올해 리우에 뎅기열이 급격하게 확산했는데 아직 이유가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행사가 열릴 예정인 올림픽공원 인근에는 올해 1분기에만 2015년 한 해보다 많은 수의 뎅기열 환자가 발생했다.

두 번째 반대 이유로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어쨌든 수백만 관광객이 리우를 방문하니 이집트숲모기에 의해 지카 바이러스가 다른 국가로 퍼지는 것을 막기는 힘들다고 말이다. 자국으로 바이러스를 가져간 방문객이 올림픽에 갔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브라질에서 발병이 급증한 결과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가 가속화됐다. 백신, 항바이러스제, 혹은 감염이나 확산을 방지하는 다른 치료법이 발견되길 기대하는 건 당연하다.

감염이 확산되는 때가 중요하다. 지카 바이러스의 위험이 크지 않다면 훨씬 더 많은 국가에서 방문객들이 올림픽을 보기 위해 브라질을 찾을 것이다. 브라질 방문객들이 이집트 숲모기가 있는 데다 적절한 건강관리 시스템을 갖지 못한 나라(예를 들면 서아프리카나 남아시아)로 지카 바이러스를 갖고 간다면, 효과적인 예방법이나 치료법이 개발되기도 전에 수백만이 감염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WHO는 올림픽을 취소하면 “훌륭한 행사를 만들기 위해 준비해온 선수들과 다른 사람들이 쏟은 엄청난 투자를 무너뜨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지당한 이야기다. 하지만 그것과 위험한 바이러스를 확산시킬 가능성을 견줘볼 필요가 있다. 올림픽 헌장은 보편적, 기본적, 윤리적 원칙에 대한 사회적 책임과 존중이 올림픽운동의 핵심이라 주장하고 있다.

지카 바이러스가 성인과 태아에게 주는 위험을 무시하는 건 사회적으로 무책임하고 비윤리적이다. 리우올림픽을 취소하거나 연기하기에는(어떤 경우에도 취소보다는 연기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 지카 바이러스가 충분히 위험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일 수도 있다. 자격이 충분한 전문가들이 모든 사실을 내놓을 때까지 세계는 지카 바이러스 감염 위험에서 벗어나 있어야 한다.

피터 싱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ㆍ윤리학

번역=고경석기자 ⓒProject Synd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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