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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장성 性폭력에 “여성이 조심” 운운 송영무, 장관 자격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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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장성 性폭력에 “여성이 조심” 운운 송영무, 장관 자격 있나

입력
2018.07.09 20:0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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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장성 성범죄 의혹이 잇따르는 가운데 송영무 국방장관이 성폭력 책임이 피해자에게도 일부 있다는 듯이 발언해 논란이 되고 있다. 송 장관은 해군, 육군에서 군 장성들의 성폭력이 잇따른 가운데 9일 성고충상담관들을 만난 자리에서 “군내 성폭력을 뿌리뽑겠다”면서도 “여성들이 행동거지라든가 말하는 것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장관은 아내의 말을 빌려 “여자들 일생은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게 많다. 이걸 깨닫게 해줘야 한다”고 말하는가 하면 “애가 좀 그런 면이 있다고 하면 조용히 불러서 사전예방 교육을 해서 사고가 나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발언도 했다고 한다.

송 장관 발언은 군내 성폭력 근절을 앞장서 실현해야 할 장관으로서 남성 중심적 사고를 여실히 드러낸 것이어서 매우 부적절하다. 더구나 그는 지난해 말에도 “미니스커트는 짧을수록 좋다”고 말해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는 등 상습범에 가깝다. 이런 사람이 군내 성차별을 해소하고 성평등을 구현할 수 있는지 자격과 자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월 서지현 검사가 검찰 상관에게 성추행당한 사실을 폭로한 이후 사회 전반에 미투 운동이 번져 가고 있다. 여성ㆍ시민단체를 비롯해 각계에서 관련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고 정부도 대대적인 실태 조사와 처벌, 재발 방지 대책 수립 등으로 호응했다. 성폭력은 물론이고 여성에 대한 성차별마저 엄연한 범죄라는 인식이 자리 잡아 가는데 군에서, 그것도 군 장성이 연루된 일련의 사건과 장관의 어처구니 없는 발언은 군이 얼마나 사회 변화에 둔감한 폐쇄 조직인지 한눈에 보여 준다.

상명하복의 계급사회인 군대는 언제든 위계에 의한 성폭력이 발생할 수 있는 조직이다. 게다가 최고지휘관인 장성들까지 부하 여군을 성추행 하는 등 범죄 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은 우리 군의 병폐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짐작케 하고도 남는다. 군인권센터 제안대로 군내 성범죄 수사를 지금처럼 각 군에 맡기지 말고 미국, 프랑스처럼 장관 직속의 수사ㆍ기소 전담 기구를 두는 등의 근본적인 조직 개편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에 앞서 문제의 심각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국방장관 교체부터 검토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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