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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자유한국당 혁신선언문, 반성도 혁신도 빠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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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자유한국당 혁신선언문, 반성도 혁신도 빠뜨렸다

입력
2017.08.02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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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는 2일 ‘신보수주의’를 당의 새로운 가치로 제시한 혁신선언문을 발표했다. 류석춘 혁신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신보수주의 개념에 대해 “정의와 형평을 바탕으로 양극화와 불공정한 기득권을 타파하고 활기차며 따뜻한 공동체의 지속적인 발전을 추구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보수주의 가치로 긍정적 역사관, 대의제 민주주의, 서민중심경제, 글로벌 대한민국 등을 꼽았다.

하지만 뉴라이트 계열이 주장해 온 ‘1948년 건국’을 강조하고, 촛불집회를 겨냥해 광장 민주주의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등 낡은 보수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해 논란이 예상된다. 한국당의 환골탈태를 강조하면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 당적 문제와 친박 계파 청산, 탄핵 인용에 대한 반성 등의 내용은 담지 않았다. 선언문 작성 과정에서 내부 갈등을 일으켰던 ‘서민중심경제’라는 용어를 포함하긴 했으나 이에 반대한 혁신위원이 사퇴하는 일도 벌어졌다. 혁신위는 서민중심경제와 관련, “부자에게는 자유를 주고 서민에게는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이라고 밝혀 정경유착 등 재벌 문제에 눈을 감았다는 비판도 무성하다.

홍준표 대표는 지난달 24일 혁신위원들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우파ㆍ좌파ㆍ중도적 시각에서 당의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혁신”이라며 “양쪽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 세상을 보는 가장 옳은 방법”이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이날 혁신위가 내놓은 선언문은 외부 시선으로 당을 개혁해 대안정당으로 거듭나겠다던 홍 대표의 다짐과는 큰 차이가 난다. 이런 초라한 결과는 류석춘 위원장 등 탄핵을 정치보복이라 주장하는 낡은 보수 일색으로 혁신위를 꾸렸을 때부터 예상됐던 바다. 혁신위 출범 당시 당 안팎에서 나왔던 ‘모양은 혁신, 내용은 적폐’라는 비아냥이 혁신선언문에도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혁신은 뼈를 깎는 자기 반성과 냉철한 현실인식에서 출발한다. 한국당 혁신위는 반성도 쇄신도 보여 주지 못했다. 이는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새로운 보수의 비전을 내놓지 못하는 홍 대표 리더십의 한계 때문이기도 하다. 시대착오적 가부장 의식에 젖어 여성비하 발언을 일삼는 홍 대표에게 혁신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지 모른다. 원내 107석 거대 야당 지지율이 6석 정당과 비슷한 수준에 머무는 까닭일 것이다. 홍 대표는 막말 언행을 자제해 정치 품격부터 되찾기 바란다. 인적 쇄신도 필요하다. 종북몰이와 정략적 반대만 일삼는 낡은 인물들을 참신하고 개혁적인 인사로 교체하지 않는다면 한국당의 혁신은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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