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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일제 강제동원 관련 헌재 결정은 타당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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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일제 강제동원 관련 헌재 결정은 타당하지만

입력
2015.12.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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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는 23일 일제 강제동원(징용) 피해자들의 미수금을 1엔당 2,000원으로 계산해 지급하도록 한 구(舊) ‘태평양전쟁 전후 국회 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법률’ 제5조 1항에 대해 6대 3으로 합헌 결정했다. 대한민국 국적이 없는 사람에 대해서는 위로금이나 미수금 지원금, 의료지원금을 주지 않도록 규정한 동법 제7조 4호에 대해서도 합헌 결정을 내렸다. 한편으로 피해자 유족이 미수금 지원금 산정에 불복해 제기한 행정소송과 관련된 한일청구권 협정 제2조 1항의 위헌여부에 대해, 또 강제동원 희생자 지원법 시행령 제16조 및 별표(別表) 제13호 서식 제3항에 대해 각각 ‘재판의 전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했다.

헌재는 2010년 현재의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으로 이름이 바뀐 강제동원희생자 지원법이 정한 ‘1엔=2,000원 환산’은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환율을 참작한 산정방식으로 나름대로의 합리적 기준으로 화폐가치를 반영한 것”이라고 보았다. 더욱이 “미수금 지원금은 보상금이 아니라 인도적 차원의 시혜적 금원임을 감안하면 지원금이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곧바로 헌법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한편으로 ‘한일 양국과 그 국민(법인을 포함)의 재산, 권리 및 이익과 양국 및 국민 간의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1951년 샌프란시스코 조약 제4조 (a) 규정을 포함해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임을 확인한다’는 한일청구권 협정 제2조1항이 강제동원 피해자 개인의 청구권을 제한하는지에 대해서는 각하 결정으로 아예 판단을 거부했다. 청구권협정이 지원금 지급결정의 근거규정이 아닌 데다 지원금 산정에 불복해 취소를 구한 당해 사건에 적용될 가능성도 없어 본안 판단의 기본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헌재가 한일청구권 협정에 대해 새삼스럽게 합헌 결정을 내렸다거나 위헌 소지가 있다는 등의 무리한 해석을 동시에 차단한 셈이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2011년 8월의 ‘위안부 사건’ 결정과도 일맥상통한다. 당시 헌재는 대한민국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한일청구권 협정 제3조가 규정한 절차에 따라 해결하려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정부의 부작위(不作爲)’가 위헌임을 확인했을 뿐, 청구권협정 자체의 위헌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한 바 없다.

우리는 헌재가 헌법과 법률에 따라 타당한 결정을 내렸다고 본다. 대법원도 이미 강제동원 피해자 개인의 청구권은 살아있다고 판시했지만, 청구권 협정 자체를 문제삼지는 않았다. 피해자에 대한 사실상의 보상액을 늘릴 법적 절차가 더욱 멀어졌다는 아쉬움 때문에라도 앞으로 일본 정부와 기업의 태도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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