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유명식 기자

등록 : 2017.11.28 10:39
수정 : 2017.11.28 14:25

[뒤끝뉴스] “대통령님, 이국종 교수님과 점심한끼 하시죠?”

등록 : 2017.11.28 10:39
수정 : 2017.11.28 14:25

리퍼트 前 주한 美대사

“한미동맹의 끈끈한 정신

정치인 테이블 아닌

외상센터에서 봤다”

찔끔 예산으론 더는 안돼

이국종 위로ㆍ국격 살리는

진정한 해법 논의의 장 필요

22일 오후 경기 수원시 아주대학교병원에서 이국종 교수가 총상을 입은 채 귀순한 북한군 병사의 회복 상태 등을 설명하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한미동맹의 가장 큰 증거를 정치인들의 테이블이 아니라 이국종 교수의 외상센터(Trauma Center)에서 봤습니다” 마크 리퍼트(Mark Lippertㆍ2014년 10월30~2017년 1월20일) 전 주한 미국대사는 재직기간 경기 수원 아주대학교 중증외상센터를 방문했을 때 이렇게 이야기 했다고 합니다. 이 교수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를 통해 귀순한 북한군 병사의 치료경과 등을 지난 22일 설명하기 전 이런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연간 2,400명이 넘는 주한미군을 치료하는 아주대 중증외상센터를 리퍼트 전 대사가 찾아 이 교수와 그의 후배들의 등을 일일이 두드리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이 교수는 “리퍼트 전 대사는 중증외상센터의 진료 전 과정을 지켜봤다”면서 “와서 폼 잡고 사진만 찍는 게 아니었다”고 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2003년 미국에서 연수할 당시 경험했던 중증외상환자 진료시스템이 국내에서 꼭 실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호소했습니다. “30분 이내에 병원으로 이송하고, 그 뒤 30분 이내에 수술적 치료가 이뤄지는 ‘골든아워(Golden hour)’가 정형화된, 루틴(Routine)이 된 대한민국에서 북한 병사도 살고 싶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이국종 교수. 연합뉴스

이 교수의 울분에 찬 말을 듣는 내내 기자는 그 동안 우리 정치인들이 보여준 행태가 떠올라 낯이 부끄러웠습니다. 정말 그들은 제 나라 국민 수백 명을 집어삼킨 세월호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갔고 장례식장에서 야식을 시켜 먹었으며, 해묵은 ‘색깔론’으로 슬픔에 찬 국민을 갈기갈기 찢어놨습니다. 이 교수가 리퍼트 전 대사와의 일화와 피 범벅인 중증외상센터 수술실 바닥, 환자 이송과정에서 긁히고 부딪혀 상처투성이인 자신의 다리를 직접 내보인 것 역시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불만, 자신을 시샘해온 의료계 일부의 몰지각한 비난에서 시작된 것일 겁니다. 북한군 병사의 몸 속에서 기생충 등이 확인됐다는 이 교수를 향해 ‘인격테러’라 공격한 한 정치인의 발언이 불을 붙인 격이었지요.

이 교수는 이날 “환자를 간신히 살렸는데, 엉뚱하게 기생충이 수술부위를 뚫고 나와 문제가 생기면 그땐 우리 의료진이 어떤 비난을 감수해야 하느냐”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습니다.

무엇보다 이 센터장은 중증 외상 분야에 대한 제도적ㆍ인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촉구했습니다. 그의 호소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공감대를 형성, 23만여명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참여하며 호응했습니다.

정부는 지난 26일 그의 고독한 외침에 답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권역외상센터 내 의료행위를 유형별로 분석해 건강보험 보장을 강화하는 등 의료수가를 올리고 인력운영비를 추가 지원하겠다 밝힌 것입니다. 여야 정치권에서도 이른바 ‘이국종 사업비’ 증액에 나서겠다고 약속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가개선 등 찔끔 예산으로 여론을 잠재우는 식의 땜질식 처방은 더는 안 됩니다. 2011년 ‘아덴만 영웅’ 석해균 선장을 살려냈을 때처럼 우리 사회의 관심이 반짝하다가 사라진다면, 지칠 대로 지친 이국종 교수가 더는 버텨낼 힘이 없을 테니까요.

국민청원에 응답한 청와대가 한 발 더 나가, 문재인 대통령이 이국종 교수와 직접 만나 토론하고 개선책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국가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존재한다’는 확신과 믿음으로 탄생한 대통령이 바로 문재인 대통령님이니 말입니다. 이 교수의 2시간 넘는 호소를 들은 기자로선, 이것이야말로 그의 헌신과 국민의 바람에 화답하는 최선의 모습일 수 있겠다 확신합니다. 대통령이 몰랐던, 정부부처 보고자들이 간과했던 해법을 어쩌면 두 분의 대화를 통해 마련할 수 있을 테니요.

“대통령님! 점심한끼 하시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소중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이국종 교수님과요.”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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