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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출판사 첫 책] ‘글로벌 불균형’(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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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출판사 첫 책] ‘글로벌 불균형’(2008)

입력
2016.04.29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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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북스의 첫 책은 국제 금융의 대가 배리 아이켄그린 캘리포니아대학 교수의 ‘글로벌 불균형’이다. 이 책은 브레튼우즈 체제의 붕괴를 통해 21세기 초 세계 경제가 당면해있던 구조적인 문제점들을 장기적 시각으로 고찰한다.

책을 출간한 2008년 당시 전대미문의 금융위기가 진행 중인 상황 속에서 책의 이론적 가치는 충분했고 출간을 감행했다. 금융시장 붕괴를 다루는 대다수의 책은 단순히 주택시장의 붕괴와 파생상품의 연쇄적인 실패로 설명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이 책은 21세기 초반에 누적된 미국과 동아시아 간 엄청난 규모의 경상수지 불균형에 주목했고 이것이 국제 금융시장에 커다란 파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의 관점은 금융위기의 근본적인 원인 파악에 큰 통찰을 제공했다.

아이켄그린 교수의 책은 경제 분야 대가의 책을 중심으로 출간하자는 원칙을 갖고 있던 미지북스의 첫 책으로 손색이 없었다. 이후 미지북스는 아이켄그린의 다른 저작들도 꾸준히 소개하고 있다. 2010년 출간된 ‘글로벌라이징 캐피털’은 국제통화 체제의 역사를 다루었고, 금본위제의 역사를 소개하는 ‘황금 족쇄’도 출간을 앞두고 있다.

‘글로벌 불균형’은 아이켄그린과 함께 연구를 수행한 박복영 경희대 교수가 번역했다. 전문성과 대중성 있는 번역으로 알려진 박복영 교수는 ‘황금 족쇄’의 번역도 마친 상태다. 또한 박복영 교수를 적임자로 추천한 양동휴 서울대 교수의 저서 ‘중부 유럽 경제사’와 번역서 ‘대공황, 1929~1933년’도 미지북스의 출간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글로벌 불균형은 첫 책일 뿐만 아니라 훌륭한 저자들을 연결시켜준 효자라고도 할 수 있겠다.

리먼브라더스가 무너지고 금융위기가 절정으로 치닫던 당시에는 경제적 재앙의 진원지였던 미국 경제와 기축통화로서의 달러의 위상에 대중의 관심이 집중됐다. 덕분에 언론의 호평과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분량은 적지만 해당 분야 최고 권위자의 깊고 풍부한 통찰이 살아있는 책으로 인정받아 2011년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에 선정되기도 했다.

책이 출간된 지 8년이 지난 지금, 미국 경제는 회복 기조를 보이고 있고, 반대로 중국과 신흥국 경제는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글로벌 불균형’이라는 말이 함의하는 바는 미국의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와 중국을 필두로 한 동아시아의 흑자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로 인해 달러의 위상과 글로벌 경제의 불균형 상태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신브레튼우즈 체제)이었으나, 저자는 이러한 불균형이 브레튼우즈 체제 때보다 훨씬 신속하게 종말을 맞을 것이라고 보았다.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불균형은 빠르게 재균형(리밸런싱)으로 수렴했고, 환율 전쟁이라는 새로운 국면이 창출되었다는 점을 상기해볼 때 이 책에서 제시한 저자의 통찰에 다시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저성장과 불황의 위협 속에서 전대미문의 길을 걷고 있는 한국 경제를 생각할 때 ‘글로벌 불균형’은 여전히 읽어야 할 대가의 작지만 강한 책이다.

이지열 미지북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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