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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낙하산 인사’의 재앙이 어디 홍기택뿐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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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낙하산 인사’의 재앙이 어디 홍기택뿐이랴

입력
2016.06.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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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택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의 거취가 결국 사퇴 쪽으로 기울었다. 나라를 대표해 주요 국제기구 임원을 맡았음에도 불구하고, 취임 4개월 만에 돌연 휴직을 하고 잠적해 국제적 망신을 자초한 끝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29일 “휴직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는 AIIB가 정할 것”이라면서도 “후임자를 다시 뽑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고 밝혀 홍 부총재 교체를 기정 사실화했다. 이제 정부는 AIIB의 5대 투자국으로서 한국인의 부총재직 승계가 다급해졌지만, 이 모든 일이 무리한 ‘낙하산 인사’가 빚은 재앙이라는 점이 무엇보다 개탄스럽다.

낙하산 인사도 낙하산 나름이다. 하지만 홍 부총재의 그간 행태를 되짚어 보면, 애초에 그가 주요 공직을 감당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역량과 자질을 갖췄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다. 나라를 대표한 AIIB 부총재로서 휴직까지 할 상황이라면, 어쨌든 공인으로서의 처신이 발라야만 했다. 무슨 애정 다툼도 아니고, 연락을 끊고 잠적한 행태는 이해할 수 없다.

청와대 ‘서별관회의’ 관련 폭로도 그렇다. 대우조선해양 지원과 관련한 폭로의 요지는 ‘지난해 10월 서별관회의에서 정부안을 전달 받았다. 시장원리가 끼어들 여지조차 없었고, 산은은 들러리 역할만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산은 회장이라는 막중한 자리에 올라 문제를 느꼈다면, 그 때 서별관회의의 부당성을 밝히고 거취를 결단해 마땅했다. 그게 어려웠다면, 나중에 폭로할 때라도 취약업종 구조조정과 공적 지원에 대한 국제사회의 민감한 관심 등을 감안해 할 말 안 할 말을 가렸어야 했다.

낙하산 인사의 폐해가 비단 현 정권만의 문제가 아님은 물론이다. 다만 이 정권 들어 유독 깜냥이 의심스러운 사람들이 중책에 기용되는 예가 많다는 것이 문제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으로부터 시작돼 잇따라 터진 인사 스캔들에 비추어 이번 일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수첩 인사’ ‘불통 인사’라는 말이 유행어가 될 정도로 인력 풀도 충분치 않은 현 정권이 협소하게 ‘내 편’만 골라 쓴 결과다. 홍 부총재는 거대 부실이 쌓이는 동안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등 산은 회장으로서도 역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기야 낙하산 인사가 어디 홍 부총재뿐일까. 현 정부 들어 자질과 역량이 의심스러운 많은 낙하산이 정부와 각종 비정부 조직에 날아들었다는 점에서 지금도 곳곳에 많은 무리와 부실이 빚어지고 있는 게 아닌지, 걱정이다. 낙하산 인사가 불가피하다면, 자질과 역량만이라도 제대로 가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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