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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0원짜리 급식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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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0원짜리 급식의 힘

입력
2014.10.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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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재단이 보육시설 2곳에 식단 단가 2000원 올려줬더니

1년새 아동들 키·체중 '쑥쑥'… "정부, 시설 아동 식비 올려줘야"

경북의 한 보육시설에서 지내는 이모(14)군은 식사 시간 배식대에서 불고기, 양배추와 토마토가 섞인 샐러드, 떠먹는 요구르트, 구운 빵을 조심스럽게 집었다. 1년6개월 전만 해도 이 군은 이런 푸짐한 식단을 쉽게 떠올릴 수 없었다. 12년전 보육시설에 입소한 이후 고기는 구경조차 하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종종 먹을 수 있는 친숙한 반찬이 됐다.

식단이 달라진 건 지난해 4월부터다. 이전까지 한끼 1,520원짜리 밥을 먹던 이군은 그때 처음으로 3,500원짜리 식사를 먹었다. 아름다운재단이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서울과 경북지역 2곳의 시설 아동 84명에게 급식비를 지원해 단가를 3,500~4,000원으로 올려준 덕이었다.

부실한 꽁치 토막이라도 나오면 꼼꼼하게 살을 발라 먹던 몸무게 40.7㎏의 이군은 1년 만에 체중이 11.3㎏ 늘었고, 키도 12.5㎝나 자랐다. 해당 시설 사무국장은 “신선한 식재료를 쓰고, 성장기 아이 입맛에도 맞춘 식단으로 밥을 먹였더니 체격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군의 사회성과 자존감도 향상됐다는 게 시설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군 처럼 평소보다 2,000원어치 더 푸짐한 한끼 3,500원짜리 밥을 먹은 시설아동들이 불과 1년 만에 눈에 띄게 키와 체중 등 외적 성장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름다운재단이 14일 발표한 ‘보육시설 아동의 급식지원으로 인한 건강영양평가’에 따르면, 1인당 3,500원인 급식을 1년간 먹은 시설아동이 다른 일반시설 아동보다 키가 평균 1.6㎝, 체중은 2.4㎏ 더 성장했다. 특히, 경북에선 중학생 11명의 평균 키가 4.3㎝ 더 컸으며, 체중은 4.8㎏ 늘었다. 보육시설 아동들을 상대로 식생활 전반(건강검진 포함)에 대한 연구조사를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단은 시민들이 모아 준 3억7,000만원의 성금으로 질을 높인 급식을 보육시설 아동 84명에게 먹였고, 같은 기간 평소 먹던 1,520~2,000원(정부 산정 단가)짜리 밥을 먹은 다른 시설 아동 100명과 성장 정도를 비교했다.

조사 결과, 3,500원짜리 밥은 시설아동과 일반가정 아동과의 성장 격차도 줄였다. 지원대상 아동을 연령과 성별로 나눠 전국 아동의 평균 신장 및 체중과 비교한 결과, 일반 아동에 비해 키가 5㎝이상 작은 구간은 8개군에서 6개군으로 줄었다. 체중이 5㎏이상 적은 구간 역시 1개군 감소했다. 특히 성장기인 중1 남학생들은 지난해 전국 평균 신장보다 5.1㎝ 작았으나 3,500원 단가 밥을 먹은 지 1년 만에 0.3㎝차로 좁아졌다.

연구에 참여한 임종한 인하대 의대 교수는 “급식은 5년 이상 장기간 지원해야 더 확실한 변화를 확인할 수 있지만, 1년 만에 눈에 띄는 성과가 있었다”며 “급식 지원이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3,500원짜리 급식은 재단의 일부 아동에 대한 일시적 지원일 뿐이다. 전국 보육시설 280여곳의 아동 1만6,000여명은 지난해 6월까지 1,520원짜리 밥을 먹었다.

2012년 당시 이들의 한끼 식비는 1,400원이었고, 보건복지부는 식사 단가를 200원 올리는 예산안을 제출했으나 기획재정부가 그마저 100원을 깎아 100원만 인상하려다(본보 2012년 10월4일자 1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후 보육시설 아동의 급식비를 인상하자는 취지의 ‘나는 아이들의 불평등한 식판에 반대합니다’ 캠페인이 펼쳐졌고, 지난해 7월 추가 예산 편성으로 500원 정도가 올라 시설 아동들의 식사 단가는 2,069원이 됐다. 올해는 65원 올라 2,134원짜리 밥을 먹고, 내년에도 고작 49원 오를 예정이다.

성혜경 아름다운재단 캠페인회원개발팀장은 “한해 260억원만 추가하면 3,500원짜리 급식을 제공할 수 있다”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관련 예산을 확충해 아이들의 밥상을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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