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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억에 살던 전셋집, 2억 반전세 돌리니 주거비 부담 2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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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억에 살던 전셋집, 2억 반전세 돌리니 주거비 부담 2배

입력
2016.03.2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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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월세발 주거비 공습에 서민층을 넘어 중산층까지 휘청대고 있다. 전세 보증금 일부를 은행에서 대출 받아 매월 이자를 꼬박꼬박 내는 것보다, 전세에서 월세, 혹은 반전세로 전환하는 경우 집주인에게 내야 하는 월세 부담이 갑절 가량 더 크기 때문이다. 이미 서울 지역에서 월세가 전세를 추월하는 등 가파른 속도로 월세시대로의 전환이 진행 중이어서, 세입자들의 비명소리는 점점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월 51만6,000원(전세) vs 월 100만원(반전세)

부동산114에 따르면 3월 현재 서울 아파트의 가구당 평균 전셋값은 4억301만원. 은행에서 전셋값의 절반 가량인 2억원을 대출 받아 이자를 갚아나가던 세입자가, 집주인의 요구로 2억원을 월세로 전환하는 경우 매월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어떻게 달라질까.

20일 한국일보가 KEB하나은행에 의뢰해 2억원을 전세자금으로 대출 받는 경우 매월 갚아야 하는 금융비용은 51만6,000원으로 계산됐다. 한국주택금융공사 일반전세자금보증을 담보로 취급되는 은행 전세자금대출의 평균금리는 연 3% 내외로, 하나은행의 평균금리 연 2.9%와 보증료율(0.2%포인트)을 적용해 산출한 금액이다.

반면 같은 아파트를 보증금 2억원에 매달 임대료를 내는 ‘반전세’로 돌릴 경우 월세 부담은 100만원으로 치솟는다. 서울의 현재 전월세 전환율 6%를 적용한 결과로, 거의 두 배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집주인들이 계약만료 시점에 전세를 월세(반전세)로 돌리고 있는데 이는 서민뿐 아니라 중산층들의 재산 형성에 심한 타격을 준다”며 “주거비용이 늘어날수록 가처분소득이 줄고 결국 내수 경기 침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도시연구소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의 전국 전월세주택 실거래가 496만건을 분석해 최근 내놓은 ‘서민ㆍ중산층의 주거비 부담 증가 실증 보고서’ 역시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2013년 4분기 서울에서 아파트로 전세살이를 했던 가구가 2년 계약 만료 뒤인 작년 4분기 같은구에서 반전세로 계약을 할 경우 월세 부담금을 보증금으로 환산할 경우 평균 1억3,354만원이 더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세에서 전세로 재계약을 할 경우(4,701만원)보다 주거비 부담이 2.8배나 더 가중되는 셈이다.최은영 도시연구소 연구위원은 “보증부 월세로 돌릴 때 많게는 1억원 이상을 추가로 마련해야 하는데, 이는 중산층으로도 감당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급속도로 늘어나는 월세, 기름 붓는 정부

우리나라가 저금리 기조에서 쉽게 탈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임대차시장에서 월세가 확산되는 것은 피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전세자금을 받아서 돈을 굴릴 곳이 없는 집주인들이 전세보다 훨씬 수익률이 높은 월세를 선호하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올 들어서는 월세 전환 속도가 훨씬 가파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 2월 서울 지역 임대차 거래 중 반전세를 포함한 월세 비중은 50.1%로 처음으로 전세를 앞질렀다. 특히 2월에는 월세 거래 비중이 50.5%까지 높아졌다. 2013년에는 월세 비중이 38.3%에 불과했으니, 2년여만에 12%포인트 가량 폭증한 것이다. 전국적으로도 올 들어 월세 비중은 46.4%로 전세 추월을 눈앞에 두고 있다. 통계청 가계동향에서 지난해 우리나라 가구의 월평균 주거비가 7만4,227원으로 1년 새 20.8% 급증한 것 역시 이런 월세가구 증가와 맞물려 있다. 주거비 통계에서 자가와 전세는 월 주거비가 ‘0’원으로 계산되는 반면, 매달 내는 월세가 주거비로 잡힌다.

월세시대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는 하지만, 정부가 월세 전환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것은 서민ㆍ중산층의 주거비 급등을 외면한 처사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정부가 내놓고 있는 주거안정 방안은 철저히 월세주택 확대에 방점이 찍혀 있는 상태다. 중산층이 최소 8년간 살 수 있는 뉴스테이와 대학생과 신본부부 등을 위한 행복주택 등 임대주택의 형태가 다양해지긴 했지만 모두 월세주택을 부추기는 정책들이다. 게다가 고가 월세 확산(뉴스테이), 까다로운 입주 조건(행복주택) 등의 문제도 안고 있다.

“주거비 부담이 일반주택보다 적은 임대주택의 공급 물량을 늘리는데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이라는 게 국토부 설명이지만, 전문가들은 연착륙을 위한 속도 조절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한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정부의 대책이 단기적으로 당장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임대주택 정책을 고민할 시점"이라고 했고, 최은영 연구위원도 “월세 전환 시 상한제 도입 등 주거비 고통을 완화해줄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강아름기자 sar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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