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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12시간 전면 무상보육 낭비요소 많아

입력
2016.06.09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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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다음달부터 영아대상 맞춤형 보육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현재는 부모의 소득이나 특성에 상관없이 취업모(母)든 비취업모든 누구든지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면 아침 7시 30분부터 12시간씩 무상으로 아이들을 돌봐 주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가구의 특성을 반영하여 가정에서 자녀 양육이 가능한 비취업모는 하루에 6시간씩만 어린이집을 이용하도록 하겠다고 한다.

이에 대해 어린이집연합회 등 관련 단체들은 맞춤반의 경우 종일반의 80%만 지원을 받게 됨에 따라 어린이집 운영이 어려워지고 보육의 질이 하락한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며, 부모들을 대상으로 반대서명을 받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집단 휴원까지 언급하며 반발하는 단체도 있으며, 부모들도 비취업모이라는 이유로 취업모에 비해 차별받는 것 아니냐며 인터넷카페, 블로그, SNS를 통해 성토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반발이나 성토의 목소리 속에 막상 보육 대상인 영아들에 대한 고려나 배려는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 안타깝다.

육아정책연구소의 2015년 보육실태조사에 의하면, 영아들의 어린이집 평균 이용시간이 6시간 53분이며 12시간 종일반에 등록했지만 9시간도 채 이용하지 않는 영아들이 90.8%나 되었다. 엄마의 취업 여부에 따른 분석에서도 취업모일 경우 이용시간이 평균 7시간 38분, 미취업모는 6시간 30분에 그쳤다. 이러한 현실은 현재 12시간 전면 무상보육이 엄청나게 비효율성적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라도 현실에 맞게 낭비 없는 제도로 수정되어야 한다.

이번 맞춤형 보육은 전업모에게는 6시간의 보육을, 기관에는 80%만 지원을 하기 때문에 보편적 복지에 역행하고 전업모가 차별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근시안적인 발상일 수 있다. 이번 맞춤형 보육은 이미 시행되고 있는 시간제, 종일반, 시간연장제, 24시간 보육 등 다양한 수요에 맞춘 프로그램에 실제의 어린이집 이용시간을 고려해 추가된 또 하나의 형태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전면 무상보육이 시행된 이후, 어린이집에 보내면 받을 수 있는 혜택을 받지 않으면 손해를 보는 것 같아 가정양육이 가능한 부모들도 어린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경우가 왕왕 있다. 이는 어린이집 취원율의 급상승을 초래하여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어린이집 취원율이 엄마의 취업률보다 높은 유일의 국가가 됐다.

출생 후 2, 3년은 가정 내 양육이 가장 중요한 시기로 가능하면 가정에서 부모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으면서 부모와의 애착,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면서 부모의 가치관, 대인관계에서의 예절, 습관들을 배워나가는 게 바람직하다. 편하다는 이유로, 공짜라는 이유로 어린 자녀들을 기관에 맡겨서는 안 된다. 영아들이 12시간씩이나 기관에 맡겨지는 것은 부득이한 경우여야만 한다. 맞벌이나 취약계층이 아니고 가능하다면 부모가 정성을 다해 직접 양육을 하여야 할 것이다.

영아를 집에서 혼자 키우는 것은 엄마에게는 24시간의 힘든 일이다. 그러므로 취업을 하지 않은 엄마라도 하루에 일정 시간 자녀가 다른 사람에 의해 돌봄을 받고 또래 아이들과 어울릴 기회를 주면서 엄마도 숨을 돌릴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은 권장할 만한 일이다. 하루에 6시간 정도면 엄마에게도 자녀에게도 적절한 시간이라고 본다.

아이를 낳으면 국가에서 책임을 진다고 했다. 그렇다고 자녀 양육의 제1책임자가 부모에서 국가로 바뀔 수는 없다. 12시간 무상보육으로 가정 내 양육의 중요성이 간과되고 자녀 양육의 소중함과 기쁨은 물론 부모가 지녀야 할 책임감마저 퇴색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이번 맞춤형보육의 실시로 가정양육과 기관양육이 균형을 이루어 우리나라의 미래 꿈나무들이 밝고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란다.

우남희 육아정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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