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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다니는 미술사전 "이름 없는 작가도 소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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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다니는 미술사전 "이름 없는 작가도 소중"

입력
2015.03.09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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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장 소장展

“아름다운 것은 비록 그것이 오래된 것이라 할지라도 하나의 본보기로서 출발점으로서 간주되고 보존되어야만 한다.”

색 바래고 낡은 1947년판 ‘예술연감’을 펼쳐 서양화가 오지호의 기고문을 읽어나가는 김달진(61)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장의 손길은 조심스러웠다. 2월 코베이 경매에서 막 입수했다는 ‘예술연감’은 오지호를 비롯해 이쾌대, 조영호 등 해방 직후 활동하던 작가들의 당대 미술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자료다. 오지호의 문장은 끊임없이 미술 자료를 모으고 공부해 온 김 관장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 하다.

김 관장은 지난해 4년간 운영해 온 마포구 창전동 한국미술정보센터의 문을 닫았다. 임시로 받고 있던 정부 지원이 종료되면서 예전 규모를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한 그는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2만3,979권의 자료를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 후 박물관을 축소해 홍지동에 있는 건물로 옮겼다.

“지금까지는 모아오기만 했지만 앞으론 자료를 활용하는 데 중점을 두고 싶습니다. 자료 목록을 만들어서 온라인으로 검색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하려 합니다.” 이사하기까지 고민도 많았지만, 하고 나니 시원섭섭하고 ‘인생 후반전’에 할 일이 태산같이 느껴진단다.

김 관장은 ‘걸어다니는 미술사전’으로 불린다. 중학생 시절부터 45년간 모아온 단행본, 전시도록, 홍보용 소책자와 미술 기사를 스크랩한 자료는 한국의 근ㆍ현대 미술사를 간직하고 있다. 1972년 국립현대미술관의 ‘한국근대미술 60년전’ 전시를 보고 한국 미술에 관심을 갖게 된 후 이름 없는 작가들의 자료까지 철저히 모았다. “세상에 일등별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이등별도 삼등별도 나름대로 반짝이고 있으니 제게는 하나 하나가 중요합니다.” 그의 ‘수집벽’을 인정한 이경성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이 대학 문턱도 밟지 못한 그를 이례적으로 국립현대미술관 직원으로 채용하기도 했다.

김 관장은 2008년부터 박물관 전시장을 통해 아카이브 전시를 꾸준히 선보였고 서울 일대의 미술관과 화랑 전시를 총정리한 잡지 ‘서울아트가이드’도 발행 중이다. 그는 지금도 여전히 중고 서점이나 경매장에 들러 미술 자료를 찾는다고 한다. “그저 시각예술 관련 자료를 모으고 공부하는 것이 즐거울 뿐”이라는 김 관장의 주요 소장품 250여 점을 소개하는 전시 ‘아카이브 스토리’는 12일부터 5월 31일까지 이어진다.

인현우기자 inhyw@hk.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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