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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자 유가족 위로 ‘진실 공방’ 정쟁화...트럼프의 자업자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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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자 유가족 위로 ‘진실 공방’ 정쟁화...트럼프의 자업자득

입력
2017.10.19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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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17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사자 유가족 위로 전화가 백악관과 유가족, 정치권 간 진실 공방에다 전임 정부와의 갈등, 언론과의 신경전 등 곳곳으로 불똥이 튀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국가적 치유 사안인 전사자 유가족 위로가 정치 공방의 도마에 오른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애초 이 문제가 트럼프 대통령의 분열적인 공격 성향에서 비롯된 측면이 커 자업자득의 늪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논란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니제르에서 전사한 라 데이비드 존슨 병장의 부인에게 “그(남편)는 무엇을 위해 지원한 것인지 알았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면 어쨌든 상처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프레데리카 윌슨 민주당 하원의원이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군에 입대한 것 아니냐는 뉘앙스가 담긴 언급이어서 유가족에게는 매우 부적절한 위로를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민주당 하원의원이 작전 중 사망한 군인의 부인에게 내가 한 말을 완전히 조작했다. (나는 증거가 있다) 슬프다!”라고 반격했지만 논란에 기름을 더 부은 꼴이 됐다. 존슨 병장의 부인이 전화를 받을 당시 차 안에 동석했던 윌슨 의원은 대통령이 전사자의 이름도 몰라 “’그 녀석(your guy)’이라고 계속 불렀다”고 추가 폭로했고 존슨 병장의 모친도 윌슨 의원의 설명이 맞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내 아들과 딸, 나와 남편에게 무례를 범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증거가 있다”고 했지만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전화 통화가 녹음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대통령이 전화할 당시 존 켈리 비서실장 등 참모들이 있었고 통화가 적절하게 이뤄졌다”며 “대통령의 위로를 정쟁화하는 게 소름 끼친다”고 반박했다.

다른 유가족에 대한 부적절한 통화 사례까지 제기되면서 논란은 오히려 더 확산되는 분위기이다. 지난 6월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사한 딜론 볼드리지 상병의 부친은 WP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위로금 2만 5,000달러를 개인 수표로 주겠다고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밝혔고, 또 다른 유가족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전화가 걸려올 것이란 얘기를 들었지만 결국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WP 보도 이후 백악관이 이날 뒤늦게 수표를 보내긴 했으나, “대통령이 사적으로 행한, 관대하고 진지한 표시로 인정돼야 할 것을 언론들이 편파적 의제로 활용하는 것이 역겹다”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전사자 위로 문제를 정쟁화한 당사자는 다름 아닌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그는 지난 16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2주 전 전사한 특전부대원 4명에 관해 공식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취재진의 지적을 받자, 갑자기 “버락 오바마 등 전임 대통령들을 보면 대부분 전화도 하지 않았다”고 화살을 돌렸다. 이에 오바마 전 대통령 측이 “거짓말이 선을 넘었다”며 반발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2010년 아프가니스탄의 전장에서 차남을 잃은 켈리 비서실장 사례까지 끄집어내며 오바마 전 대통령을 거듭 추궁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이날 켈리 비서실장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미국인의 사망이 아니라 절차에 맞춰지는 데 대해 역겨워하고 실망하고 있다”고 전했으나, 켈리 실장이 언급하기 꺼려온 아들의 전사를 먼저 꺼낸 쪽도 트럼프 대통령이다. “정쟁화가 역겹다”는 백악관의 대응이 궁색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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