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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경 기자

등록 : 2017.10.11 07:53
수정 : 2017.10.11 07:55

‘트럼프 트러블’…미 대통령 취임 10개월

등록 : 2017.10.11 07:53
수정 : 2017.10.11 07:55

도널드 트럼프(맨 왼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20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 앞에서 취임 선서를 한 뒤 주먹을 쥐어 들어 보이고 있다. 워싱턴DC(미국)=AP 연합뉴스

‘말 폭탄’의 연속이다. 자국 내외의 민감한 정세 속에 목표물이 정해지면 여지없이 쏟아진다.

만만치 않은 저항에도 고삐를 늦추는 법은 없다. 취임 10개월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관된 행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20일(현지시간) 취임 10개월을 맞는다. 지난 1월20일 미국의 제 45대 대통령에 취임한 그에게 극단적인 말 폭탄은 전매특허로 자리 잡았다.

주요 대상은 최근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의 도발을 잇따라 감행한 북한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사회관계형서비스(SNS)인 자신의 트위터에서 “지난 25년 동안 미국의 대북 정책은 실패했고 수십억 달러의 돈만 주고 얻은 게 없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선 7일 미국 기독교 케이블 방송인 TBN과 가진 인터뷰에서도 북한 문제에 대한 질문에 “엉망진창인 상태로 넘겨 받았다”며 “25년 전에 이 문제는 이미 해결됐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 미국 워싱턴 근교 앤드루스 공군 기지에서 전용기 에어 포스 원에 오르기 전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메릴랜드(미국)=AP 연합뉴스

특히 지난 5일엔 군 수뇌부 회동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에게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 지 아느냐”고 묻고 북한을 겨냥한 듯 “아마도 ‘폭풍 전 고요’일 것”이란 답변으로 긴장감을 극대화 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의 극단적인 발언은 지난 달 19일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정점에 달했다. 그는 이날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만 한다면 북한을 완전하게 파괴(totally destroy)하는 선택 외에는 없다”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최악의 경우, 전쟁까지 불사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41분간 지속된 이 연설에서 김정은 북한 정권에 대해 ‘타락한 정권’, ‘범죄집단’, ‘재앙’ 등으로 거세게 몰아 붙였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 대응, 직접 본인 명의의 성명을 발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달 22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도 맞받아쳤다. 김 위원장은 ‘북한 완전 파괴’를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 대해 자신 명의의 첫 성명을 내고 “그에 상응한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조치 단행을 심중히 고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또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고 제 할 소리만 하는 늙다리에겐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최선이다”며 “미국 통수권자의 망발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받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총회 참석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김 위원장의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에 대해 “아마 역대급 수소탄 시험을 태평양 상에서 하는 것으로 되지 않겠는가, 그렇게 생각한다”며 후속 대응 수단을 암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통행적인 발언에 대한 우려는 자국내에서도 흐른다. 미국 공화당의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리얼리티 쇼’처럼 생각하면서 다른 나라들에 대해 무모한 위협을 일삼고 있다”며 “이는 미국을 제3차 대전으로 이끌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코커 위원장은 이어 “백악관에선 단 하루도 트럼프 대통령을 말리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 날이 없는 것을 나는 사실로 알고 있다”며 “그런 만큼 트럼프 대통령 주변의 고위 관리들이 늘 그가 무책임한 충동에 빠지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고 걱정했다. 코커 위원장은 최근까지도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 회동을 할 만큼, 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에서 미국프로풋볼(NFL) 인디애나폴리스 콜츠와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경기가 시작되기 전 국가가 연주되자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 선수 20여 명이 '무릎 꿇기'를 하고 있다. 인디애나폴리스(미국)=AP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자극적인 언행은 미국내 스포츠계에서도 잡음을 낳고 있다. 지난 8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이날 부인인 캐런 여사와 함께 인디애나주에서 열렸던 인디애나폴리스 콜츠와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미국프로풋볼(NFL) 경기장에 도착했지만 관람을 포기했다.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 선수 20여명이 국가가 흘러나오자, 인종 차별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한쪽 무릎을 꿇었고 펜스 부통령도 즉시 경기장 밖으로 나간 것. 펜스 부통령은 트위터에서 “우리 국가와 국기, 군인들에게 불경스러운 어떤 이벤트에 대해서도 예의를 갖추지 않을 것”이라며 경기장을 떠난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펜스 부통령의 이날 움직임도 트럼프 대통령의 무관치 않다는 시각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무릎 꿇기로 조국에 무례를 보이면 경기장을 떠나라고 펜스에게 지시해 뒀다”며 “부통령 부부가 자랑스럽다”고 전했다. NFL의 무릎꿇기는 지난해 8월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쿼터백 콜린 캐퍼닉이 백인 경찰관의 흑인 사살 사건에 항의 표시로 시작되면서 촉발됐다. 이런 움직임에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미식축구 선수들이 묵기와 국가에 대한 결례를 멈출 때까지 팬들이 경기 관람을 거부한다면 빠르게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며 “무례한 선수들은 해고 또는 자격정지를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내 지지도도 급락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32%로, 취임 이후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이에 대해 한ㆍ미 정계 안팎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감정적인 태도는 계산적인 목적에서 비롯됐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군사적인 대북 강경 공언은 재협상을 앞둔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의 주도권 확보 수순으로, 흑인 등 소수 인종 탄압 발언은 자신의 지지세력인 백인 결집을 위한 행보로 보인다는 시각에서다. 이와 관련, 지난 1~7일 국회 동북아평화협력 의원 외교단의 일원으로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이석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 윌슨 하원 군사위원회 소위원장에게 ‘폭풍 전 고요’에 대해 물었더니, 트럼프는 협상가가 아니냐”며 “이슬람에 반대하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결국 이슬람 국가 정상들과 교류하는 게 트럼프의 협상 방법이란 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한국을 방어해 주는 대신 FTA는 포기하라고 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가 미국에서 나오더라”라고 덧붙였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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