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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동원한 영화적 기법 , 이젠 연극의 핵심 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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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동원한 영화적 기법 , 이젠 연극의 핵심 장치"

입력
2015.08.1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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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주네 유작 ‘스플렌디즈’ 국내 초연

연출가 노지시엘의 영어버전으로

비주얼 아트와 영화를 전공하고 연극을 연출하는 아르튀르 노지시엘은 “'스플렌디즈'에서 영화의 롱테이크 기법처럼 쪼개지 않고 한 번에 이어가는 장면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최민영 인턴기자(숙명여대 법학부 4년)
비주얼 아트와 영화를 전공하고 연극을 연출하는 아르튀르 노지시엘은 “'스플렌디즈'에서 영화의 롱테이크 기법처럼 쪼개지 않고 한 번에 이어가는 장면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최민영 인턴기자(숙명여대 법학부 4년)

사무엘 베케트, 외젠 이오네스코와 더불어 프랑스 3대 부조리극 작가로 알려진 장 주네(1910~1986)의 유작 ‘스플렌디즈’가 처음 국내 무대에 오른다. 1948년 쓰였지만 장 주네 사후인 1993년 출간된 탓에 작가의 지명도에 비해 무대화한 적은 프랑스에서도 극히 드물었다. 올해 1월 연출가 아르튀르 노지시엘이 오를레앙 국립연극센터에서 초연한 영어 버전(한글 자막) 그대로 21~22일 단 2일간 명동예술극장에서 선보인다.

17일 극장에서 만난 노지시엘은 “갱스터들을 통해 인간의 욕망을 그린 작품”이라며 “내년 초 김영하의 소설 ‘빛의 제국’을 연극으로 만들기에 앞서 한국 관객들께 대표작을 소개하는 무대”라고 말했다.

노지시엘은 대학에서 비주얼 아트와 영화를 전공한 후 파리 샤이요국립극장 부설연극학교에서 연기를 전공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경력을 살려 그는 연극에 영화적인 시각미를 도입한 연출기법을 선보인다. “‘얀 카르스키’(2011)는 공연 중간에 미로슬라우 발카의 설치미술을 틀고, ‘갈매기’(2012) 맨 앞에는 무대 뒤 15m짜리 대형 스크린에 뤼미에르 형제의 ‘열차의 도착’을 30분간 반복해서 틀었죠. 2000년대 프랑스에서 이런 영화적 기법을 도입한 연극이 유행했고, 처음에는 저도 겉멋이라고 비판했지만 이제 영상은 장식적 효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연극의 핵심 장치입니다.”

이런 장치는 ‘스플렌디즈’에서도 이어진다. 그는 본 공연에 앞서 장 주네가 이 작품 집필을 끝낸 직후 찍은 유일한 영화 ‘사랑의 찬가’(1950)를 26분 전막 상영한다. 벽을 사이에 둔 두 죄수가 서로를 너무나 원해 조그만 구멍 사이로 담배를 나눠 피고, 상상의 나래를 펼쳐 감옥 밖 세상을 꿈꾸는 내용인데 너무 선정적이라 촬영 당시 극장에서 상영되지 못한 19금 영화다. “장 주네는 동성애자인 자기 정체성을 바탕으로 인간 욕망을 제대로 그린 작가인데 ‘사랑의 찬가’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죠. ‘욕망의 2D버전(영화)’을 보던 관객이 자연스럽게 ‘3D버전(연극)’에 몰입할 수 있게 구성했습니다.”

최고급 호텔인 스플렌디즈에서 벌어지는 인질극을 줄거리로 한 이 연극은 1940년대 할리우드 범죄 스릴러물을 장 주네 특유의 부조리 형식으로 비튼다. 꿈과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몽환적인 대사를 영어로 연기해 독특한 언어 질감을 만들었다. “스플렌디즈 희곡을 봤을 때 영어로 공연하면 색다른 감흥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했고, 반응도 좋았습니다.”

2015~6년 한불 상호교류의 해를 기념해 내년 서울과 오를레앙에서 공연할 연극 ‘빛의 제국’은 ‘24시간 안에 북으로 귀환하라’는 지령을 받은 간첩 김기영의 하루를 통해 “분단된 한반도 현실과 현대인의 고독을 그린” 작품. 프랑스 작가 발레리 므레장이 각색하고, 가스파르 유리키비치가 의상을 만든다. “스플렌디즈 공연이 끝나면 한국에 머물면서 ‘빛의 제국’ 캐스팅을 확정할 거에요. 물론 ‘빛의 제국’은 한국어로 만들 거예요.”

1644-2003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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