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해림 객원기자 기자

등록 : 2017.09.01 04:40

[푸드 스토리] 염소젖 치즈는 무슨 맛일까

풀내음 섞인 염소 냄새 돌지만 고소하고 달달..미식가 유혹

등록 : 2017.09.01 04:40

경남 하동 상남치즈 목장의 염소. 흰 염소, 또는 유산양이다.

별자리 중 염소자리가 있다. 1월초부터 2월초까지 태어난 사람의 별자리다. 분명 염소자리였다.

그런데 어느 때부턴가 ‘산양자리’로 쓰는 일이 잦아졌다.

그렇다면 tvN ‘삼시세끼’의 ‘잭슨’은 산양일까 염소일까? 프로그램에서도 산양이라고 부른다. 1대째인 잭슨 외에도 2대째 ‘루비’ ‘다이아’에, 아직 아기인 ‘에드워드’ ‘알렉산드리아’ ‘버킨’ ‘켈리’까지 바다목장에 사는 이 동물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산양인가, 염소인가.

잭슨, 염소일까 산양일까?

잭 슨 일가의 정체는 정확히는 ‘유산양’이다. 산양의 여러 품종 중 젖을 얻기에 유리한 품종을 일컫는 유용종이다. 한국에 가장 많은 것이 ‘자아넨’과 ‘알파인’ 종인데, 자아넨이 90%를 차지한다. 유용종에는 ’누비안’ ‘토겐부르크’ 종도 있다.

털을 얻으려 키우는 산양도 있다. 모용종이라고 하는데 보드랍고 고급스러운 털의 대명사인 ‘앙고라’와 ‘캐시미어’가 산양 품종 이름이다. 각각 터키 앙카라(앙고라의 현재 이름), 인도와 파키스탄 접경의 분쟁지역 카슈미르 지역에서 온 이름이다. 한국의 흑염소도 산양 중 하나다. 한국 재래 흑염소는 고기를 이용하려 키워 육용종으로 분류된다. 난교잡 되는 바람에 재래종 그대로의 흑염소는 흔치 않아졌다. 육용종으로는 ‘보어’ 종도 국내에 있다. ‘누비안’을 육용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염소는 그렇다면 무엇인가. 양의 한 종류다. 생물학적으로 면양(sheep)과 염소(goat)는 다른데, 우리가 양이라고 부르는 양의 정식 이름이 면양이다. 잭슨은 염소라고 부르는 게 정확하다. 아니면 ‘유산양’이라 불러야 한다. ‘잭슨이유’도 ‘산양유’가 아니라 ‘유산양유’라고 부르는 것이 풀네임이 된다. 동물 이름 하나가 이렇게 복잡하다. 굳이 산양, 염소가 함께 쓰이며 혼란을 야기한 이유는 뭘까.

젖을 얻려 들여 온 유산양을 부를 때 ‘유’를 생략하고 부르다 보니 산양이 이름으로 굳어져 생긴 혼동이다. ‘흰 염소’라고 부르기도 했지만 ‘탕약용 흑염소’의 이미지가 워낙 강해 결국 산양이라는 명칭이 굳어졌다. 원래 산양으로 불리는 동물은 따로 있다. 천연기념물 217호 산양인데, 이 동물은 옅은 회갈색 털에 흰 목도리를 두르고 있다. 염소와는 염색체부터 다르다. 그리고 육용종인 흑염소도 요즘은 탕약보다는 고기용으로 더 많이 쓰인다고 한다.

잭슨이유는 무슨 맛?

방송과 달리 목장에서는 착유기로 염소젖을 짜지만 마무리는 항상 사람 손이 한다.

잭슨이 속한 것은 유산양, 그 중에도 자아넨 종이다. 이 종의 유산양에선 하루에 2㎏ 정도의 젖을 얻을 수 있다. 홀스타인 소는 하루에 30㎏ 가량의 젖이 나온다. 한국에도 염소 젖의 자리가 있었지만 홀스타인 소가 보급된 1970년대 후반 이후 염소의 자리는 급격히 축소됐다. 현재 남은 염소는 약 3,500두에 불과하다.

잭슨과 그 일가는 득량도 어르신들에게 아침마다 잭슨이유를 대접한다. 어르신들이 시원하게 드시는 모습에 섬 풍경이 다 훈훈하다.

갓 짠 염소젖. 살균을 거쳐 ‘산양유’ 상품이 될 수 있다.

맛있을까? 맛있다. 그런데 취향이 갈린다. ‘염소취’라고 부르는 특유의 향이 있다. “수컷이 한 우리에 섞여 있기만 해도 젖에서 웅취가 난다.” 국립축산과학원 함준상 연구관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더욱 궁금하다. 보존 상태에 따라 향이 진해질 수 있다. 젖 안의 지방 방울 크기가 작다 보니 산패가 빠르다. 대신 소화흡수가 쉬워 우유를 잘 못 마시는 사람들에게도 염소젖은 탈이 덜 난다.

경남 하동의 상남치즈 공방에서 판매 중인 ‘라끌렛’ 요리. 야채와 베이컨, 새우 등 재료와 라끌렛 치즈를 전용 불판에 구워 한 입에 먹는다.

가장 신선할 때 마셔 보고 향이 거북하다면 그 악평이 맞을 것이고, 아니라면 그저 취향 문제로 볼 수 있다. 경남 하동 백운산 자락의 ‘상남치즈 공방’에서 당일 새벽에 짠 신선한 염소젖을 바로 살균해 마셔봤다. 채 식지 않은 따뜻한 상태라 더 고소하고 달달하다. 그리고 향 분자가 활발하다. 풀 내음 아니면 풀 비린내라 할 만한 향이 돌고, 특유의 동물 냄새는 분명 있다. 거북할 정도는 아니다. 우유와 다를 뿐이다. 미식가에게는 군침 돌고 평범한 이들에겐 고약한 냄새로 느껴질 수 있다. 치즈를 만들어도 이 향은 분명 난다. 공방의 김상철, 김남순 대표가 만든 파라슈, 체다, 모차렐라, 카망베르, 라끌렛, 상남치즈(김상철대표의 시그니처 치즈)도 먹어 봤다. 이것이 바로 고트 치즈(Goat cheese)다. 치즈라는 음식 자체가 발효를 통해 온갖 향을 내뿜기 때문에 염소의 동물 냄새가 유별날 것도 없다. 하기야 김치에 새우 좀 넣었다고 새우 향만 진동하나? 다 섞이면 다른 것이 되는 법이다.

염소는 산악 동물이라 가파른 지형과 돌밭을 오히려 좋아한다.

염소목장의 꿈, 염소의 행복

염소는 사육 두수가 많지 않고 시장성도 아직은 우울하다. 염소 농가의 수익 모델은 요거트, 치즈 등 가공을 통해 부가가치를 조금이라도 더 생산하는 쪽으로 흘러간다. 아직 산양유 수요가 많지 않은 것도 한몫 한다. 김 대표의 목장은 섬진강 너머 전남 구례의 산 중턱에 있는데 사육두수는 25두뿐이다.

원래 그는 임실에서 ‘숲골’ 브랜드로 치즈를 만들던 ‘사장님’이자 두 차례 스위스에서 치즈를 공부한 치즈 장인이다. 소박한 땅에 젖소를 두고 우유 치즈를 만들고자 숲골을 정리하고 지리산으로 터전을 옮겼다. 구한 땅이 해발 500m쯤 되는 고지대인데, 암석이 많은 돌밭이어서 소가 지내기 힘들었다. 대신 염소를 풀어 놓으니 겅중겅중 뛰어다니며 건강하게 지내 염소치즈를 하게 됐다. 염소는 원래 고산 동물이라 건조하고 척박한 지형에서 풀부터 낙엽까지 닥치는 대로 하루종일 씹으며 90%에 달하는 영양소를 소화시키며 산다. 상남치즈 목장의 염소들이 먹는 것은 토끼풀 건초이지만.

염소 25두 중 절반 이상은 아직 어리다. 젖이 나오는 염소는 그 중 10마리다. 김 대표는 “소규모 목장이다 보니 가계를 유지하려면 산양유보다 치즈로 가공해 더 많은 노동으로 부가가치를 생산해야 한다”며 “6차산업이 아니라 1차산업에 2차산업, 3차산업, 그리고 4차산업까지 모두 곱해 24차산업을 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제 발로 걸어 나와 착유하는 곳에 정확히 자리 잡은 염소. 약간의 먹이로 훈련 가능한 지능이다.

염소 목장에는 살갗에 닿는 드라마가 있었다. 김 대표의 꿈을 이뤄 주는 희거나 검은 염소들은 저들끼리 뿔을 받으며 놀다가, 건초를 하염없이 씹다가, 하루에 4리터씩 벌컥벌컥 물을 마시다가, “음메”나 “풍” 하는 콧소리를 냈다. 카메라를 든 낯선 사람이 축사에 어슬렁거리자, 호기심 어린 그 네모난 눈동자를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사진가의 주변을 맴돌기도 했다. 별 걱정 없이 사는 생명체들이었다.

김 대표는 새벽 5시 반과 저녁 6시, 하루 두 차례 염소젖을 짜고 목장을 돌본다. 하루에 2㎏의 젖이 나오는데, 염소에겐 그 무거운 것을 빼내는 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실제로 젖이 나올 때 옥시토신이 분비된다고 한다. 탱탱하게 젖이 부은 염소들은 훈련 덕분에 김 대표가 나타나면 차례로 축사 문 앞에 줄을 선다. 김씨가 문을 열어주면 스스로 착유하는 곳으로 뛰어가 자리에 맞춰 서고, 착유가 끝나면 다시 축사 안에 제 발로 뛰어간다. 축사 앞에 기다리고 있던 다음 염소가 같은 동선을 반복하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순서는 서열 순서로 정해져 있다. “일주일 정도 먹이로 유인해 훈련 시키면 곧잘 한다. 염소는 지능이 높은 동물이라 이름 부르는 것도 알아 듣는다.”

사진가의 커다란 카메라 렌즈가 궁금한 아기 염소.

김 대표는 염소 하나하나에 이름을 붙여줬다. ‘하늘’이나 ‘별’ 같은 자연, 아니면 염소를 선물한 은인의 이름 한 글자를 뗀 이름이다. 넓지도 좁지도 않은 산속 목장 안에 사람의 꿈과 염소의 행복이 온순하게 자라나고 있다. 어떤 공존의 풍경이다.

집에서 만들어 먹는 모차렐라 치즈

김상철 대표가 집에서 모차렐라 치즈 만드는 법을 시연했다. 유산발효를 생략하고 식초를 사용한 간단한 버전이다. 정확한 계량이 중요하고 온도 조절이 까다롭지만, 이 두 가지만 잘 지키면 그리 어렵지 않게 순식간에 치즈가 만들어진다.

① 저온 살균한 우유나 산양유 1리터당 산도 6-7%인 식초 30㎖를 섞어 산화시킨다.

② ①을 32도로 가열해 우유나 산양유 1리터당 0.15㎖분량의 레닛을 10배 물에 희석해 넣고 가볍게 젓는다.

③ 3,4분 뒤 순두부 정도로 굳으면 가볍게 저으면서 덩어리를 잘게 자른다.

④ 덩어리(커드)를 체에 받쳐 하나로 모아 85도의 물에 10~20초간 담갔다 도구를 이용해 반죽하듯 누른다.

⑤ 온도가 식으면 손으로 원하는 모양을 잡는다. 동그랗게 만들면 프레시 모차렐라가 되고, 엿가락처럼 늘이면 스트링 치즈가 된다. 완성된 치즈를 20% 소금물에 살짝 담가 염지하면 완성.

하동=이해림 객원기자 herimthefoodwriter@gmail.com

강태훈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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