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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팀, 말 아낀 채 "뒤늦게나마 명예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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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팀, 말 아낀 채 "뒤늦게나마 명예회복"

입력
2015.02.09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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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법무·일부 검찰 수뇌부 '정권 눈치 보기' 비난 불가피

9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인정돼 법정구속되자 수사팀 구성원들은 전화를 주고 받으며 서로 그간의 고생을 위로하고 기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수사하며 검찰총장 낙마, 내부 갈등, 수사팀 징계와 좌천 등 검찰이 입은 내상(內傷)은 컸다. 그런 만큼 이날 원 전 원장에 대한 공소사실이 모두 유죄로 인정됐음에도 수사팀은 말을 아꼈다. 윤석열 전 팀장 등 수사팀 관계자들은 소감을 묻는 질문에 “노 코멘트”라고만 짧게 답했다. 온갖 부침을 겪은 수사팀으로선 명예회복의 순간인 셈이다.

2013년 4월 18일 서울중앙지검에 꾸려진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특별수사팀의 수사과정은 가시밭길이었다. 두 달여의 수사 끝에 원 전 원장에게 선거법 위반과 국정원법 위반 혐의를 함께 적용하려 했으나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선거법 적용을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정당성 시비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은 수사팀을 지지하고 선거법 위반 적용을 강행했다. ‘살아있는 권력’을 건드린 여파는 컸다. 채 전 총장은 혼외아들 논란 끝에 사퇴했다. 혼외아들 의혹이 보도된 것은 9월이었으나, 청와대 행정관이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 정보를 조회한 것은 채 전 총장이 원 전 원장에게 선거법 위반을 적용해 재판에 넘기겠다고 밝힌 6월 11일이었다.

‘바람막이 총장’이 사라지자 수사팀의 입지도 크게 위축됐다. 원 전 원장 기소 후 증거 보강을 위해 트위터를 이용한 선거운동을 수사하던 중, 10월 18일 윤석열 수사팀장이 직무에서 배제됐다. 상부 허가도 없이 국정원 직원 4명에 대해 체포ㆍ압수수색을 벌였다는 이유였다. 윤 팀장은 사흘 뒤 국정감사에서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 집으로 가서 보고했으나 조 지검장이 ‘야당 도와줄 일 있느냐’고 반대했다”고 폭로했다. 수뇌부의 외압 때문에 불가피하게 팀장 전결로 수사를 진행했다는 취지였다. 윤 팀장은 정직, 박형철 부팀장은 감봉 처분의 징계를 받았고, 조 지검장은 감찰 조사에서 무혐의를 받았지만 사표를 냈다. 윤 팀장은 지난해 1월 인사에서 대구고검 검사로 사실상 좌천됐다.

지방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원 전 원장의 선거법 위반 혐의 유죄는 당연한 결과”라며 “뒤늦게나마 수사팀의 명예가 회복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반면 수사팀을 견제했던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일부 검찰 수뇌부는 또 다시 정권의 눈치를 봤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검찰은 2심에서 원 전 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입증을 위해 적극적으로 공소장 변경을 하지도 않았다. 검찰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이유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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