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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념갈등 넘어 화해·치유 필요한 ‘제주 4ㆍ3’ 7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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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념갈등 넘어 화해·치유 필요한 ‘제주 4ㆍ3’ 70년

입력
2018.04.02 18:5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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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제주 4·3사건 70주년을 맞아 "이 행사가 치유와 화해를 증진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교황이 제주 4·3사건과 관련해 희생자와 유족에게 위로의 뜻을 전한 것은 처음이다. 2014년 방한 때 세월호의 아픔을 어루만지면서 치유와 희망의 감동을 선사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번에는 오랜 기억 속의 고통을 끄집어 내어 우리에게 화해의 정신을 일깨웠다.

7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진상규명과 치유의 과정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0년 4·3 특별법이 제정됐고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 위원회가 가동됐다. 또 2003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진상조사위의 건의를 받아들여 유족과 제주도민에게 공식 사과를 전하고 2014년에는 이날을 국가추념일로 지정했다. 2008년 제주시 봉개동에 4·3평화공원이 조성된 것도 당시의 노력 덕분이었다. 하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는 동안 이념 논란만 부추겼고, 화해와 치유는 사실상 중단됐다.

정부의 진상보고서는 4·3 사건을 ‘1947년 3월1일 관덕정 앞 발포사건을 기점으로 48년 4월3일 발생한 남로당 제주도당의 무장봉기를 거쳐 54년 9월21일까지 제주전역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그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7년7개월의 장기간에 걸친 충돌이 남긴 상처는 깊었다. 당시 제주 인구의 10%가량인 약3만 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희생자 대다수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어느 의미에서건 4·3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4·3사건의 성격 규정에서부터 이념 갈등이 거듭되고 있다. 진보 진영에서는 국가 권력의 무자비한 행사가 부른 비극이라는 점에서 항쟁이나 학살로 부르지만, 보수 진영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방해하기 위한 좌익 분자들의 폭동’이라는 전통적 규정에 기울어 있다. 일부에서 4·3 사건에 올바른 명칭을 붙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학문적 연구와 깊은 성찰을 통해 서로의 입장 차이를 좁히기 전까지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다만 두 번의 보수정권을 거치는 동안 중단됐던 진상규명과 화해·치유는 계속되어야 한다. 정치권은 희생자 및 유족의 보상 문제와 사건 당시 마구잡이로 진행된 군사재판을 바로 잡는 과정이 미흡했던 점을 앞으로의 특별법 개정에서 유념해야 할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모든 후보가 배·보상과 신고 상설화를 내용으로 하는 특별법 개정에 동의한 만큼 보수 야당이 4·3 사건의 진상규명과 화해·치유를 위한 길에 제동을 걸 이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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