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규 기자

등록 : 2018.05.10 17:25
수정 : 2018.05.10 19:35

GM, 10년 뒤에도 한국에 존재하려면… 5가지 숙제

등록 : 2018.05.10 17:25
수정 : 2018.05.10 19:35

#1

정부-GM 회생안 MOU 체결

산은이 올해 8000억 출자 지원

GM, 10년간 대주주 지위 유지

한국에 ‘GM 아태 본부’도 설치

#2

고수익 신차 배정 없는 한계 노출

수익으로 본사 빚 갚는 구조 여전

생산시설 축소해도 개입 어려워

[저작권 한국일보] 김민호 기자

백운규(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배리 앵글(오른쪽) GM 해외사업부문 사장, 카허 카젬 한국 GM 사장이 10일 서울 서초구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서 열린 '산업부-GM 자동차 산업 발전 협력 협약식'에서 협약을 체결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한국GM이 회생을 위한 첫 발걸음을 뗐다. 정부가 8,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확정했고, GM 본사도 한국에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담당하는 본부를 설치하기로 하는 등 중장기 사업계획을 밝혔다.

정부는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한국GM관련 협상 결과 및 부품업체ㆍ지역지원방안을 추인했다고 밝혔다.

한국GM에 투입되는 자금(기존 투입분 포함) 71억5,000만달러(약 7조7,000억원) 중 산업은행이 7억5,000만달러(약 8,000억원)를 올해 내 지원한다. 시설투자용으로, 모두 출자로 이뤄진다. 여기에 GM본사는 한국GM에 빌려준 기존 차입금 28억달러(3조원)를 출자 전환해 이자 부담을 낮춰주고, 신규 투입자금 36억달러(약 3조9,000억원)는 GM본사가 한국GM에 대출하는 형식으로 투입한다. 산은은 11일 GM에 법적 구속력이 있는 금융제공확약서(LOC)를 발급할 예정이며 18일에는 경영회생방안을 담은 기본계약서를 체결한다. 김 부총리는 “산은의 지원은 전체 지원액의 10%를 조금 넘는 수준이며 산업생산, 수출, 고용, 지역경제 등 전방위에 걸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GM의 장기 경영을 유도하기 위해 지분을 2023년까지 매각할 수 없도록 비토권을 신설했고, 그 이후 5년간도 3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1대 주주 지위를 유지하도록 했다.

GM은 한국에 아시아ㆍ태평양지역 경영을 총괄하는 아태지역본부를 설치하는 내용의 ‘산업부ㆍGM 간 상호 협력 양해각서(MOU)’를 이날 체결하며 장기적인 사업 추진 의지를 분명히 했다. 문승욱 산업부 산업혁신성장실장은 “아태지역본부는 한국GM에 대한 신차물량 배정에 직접 참여해 한국에 유리한 결정이 나오도록 하는 역할을 맡게 되며 이른 시일에 설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GM이 조속히 경쟁력을 회복해 10년 뒤에도 계속 성장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우선 경쟁력을 갖춘 신차 배정이 시급하다. 현재 결정된 신차는 2종으로 트랙스 후속 모델과 스파크를 대체할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CUV)뿐이다. 한국GM이 계속 100만대 이상 생산체계를 유지하고 흑자로 돌아서긴 위해선 이윤이 많이 남는 중형SUV 등의 추가 신차 배정이 꼭 필요하다. 특히 GM이 2023년까지 20종의 전기차를 생산하기로 했으면서도 한국GM에는 전기차를 전혀 배정 안 해 우려를 낳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GM은 추가 신차 배정보다는 이퀴녹스, 트래비스 등 미국 생산차를 수입해 한국시장에서 판매하려 하고 있다”며 “한국GM이 자칫 생산보다는 판매에 의존하는 조직으로 축소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고 말했다.

수익이 기술개발을 위해 재투자되기보다는 GM으로 흘러가는 구조도 제대로 바꾸지 못했다. GM이 투입하는 설비자금 36억달러 중 순수 대출 27억달러, 조건부 대출 8억달러, 회전대출 1억달러 등이어서 한국GM의 이익은 대부분 이자를 갚는 데 쓰이게 된다. 또 28억달러 차입금도 우선주로 전환돼 배당금도 한층 늘게 됐다.

경영상태 악화 원인인 이전가격, 연구개발투자비 등 높은 생산원가 부담도 해결되지 않았다. GM과 산은은 다른 계열사와 차이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비슷한 구조인 르노삼성차 등 국내 업체와 비교하면 한국GM의 매출원가율(총 매출액 중 매출원가 비율)이 높아 판매가 크게 늘지 않는다면 또 다시 경영이 악화될 수 있다.

GM의 철수를 막을 장치인 비토권도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동연 부총리는 “GM은 올해부터 앞으로 5년간 지분매각이 전면 제한되며, 이후 5년 동안 35% 이상 1대 주주로 지위를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했지만 군산공장 생산중단 사태처럼 생산시설을 축소하거나 폐쇄하는 것을 막진 못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정부는 한국GM의 구조적 문제를 수년간 방치하다가 결국 일자리를 볼모로 압박해 온 GM에 자금을 지원했다”며 “지원이 헛되지 않도록 노사는 한국GM 회생을 위해 노력해야 하고, 정부는 경영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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