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사설] 당국회담 상대에만 진정성 요구해선 전망 없어

알림

[사설] 당국회담 상대에만 진정성 요구해선 전망 없어

입력
2015.12.12 04:40
0 0

8ㆍ25남북합의에 따른 첫 당국회담이 11일 개성공단에서 열렸다. 차관급 수석대표에 장소도 당초 합의한 서울이나 평양은 아니지만 노무현정부 말기인 2007년 이후 거의 8년 만에 본격적인 당국회담이 성사된 것만도 의미가 작지 않다. 첫술에 배부르지 않더라도 앞으로 당국회담이 정례적으로 이뤄져 현안들을 차근차근 풀어가며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는 무대로 자리잡기를 기대한다. 양측은 오전 전체회의 기조연설을 통해 우선적 현안에 대한 입장을 교환했다. 우리측은 이산가족 문제 근본해법을, 북측은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를 집중 제기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오후 내내 수석대표 접촉을 통해 이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진통을 거듭하다가 12일 오전 속개하기로 하고 이날 회의를 마쳤다.

회담 초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측 수석대표인 황부기 통일부차관이 “첫 길을 잘 내어서 통일로 가는 큰 길을 열자”고 하자 북측 전종수 수석대표도 “좋다. 우리가 장벽을 허물어 골을 메우고 길을 열고 대통로를 열어나가자”고 화답했다. 강조점이 좀 다르긴 해도 회담을 잘 이끌어가자는 데는 의견을 같이 한 셈이다. 앞서 북측은 회담대표 한 사람을 남북출입사무소(CIQ)까지 보내 우리 대표단을 맞았고, 북측 수석대표는 우리 취재진과 악수하며 “(회담 내용을) 잘 좀 전해달라”고 당부도 했다. 매우 이례적인 일로, 회담에 적극 임하겠다는 북측 자세를 엿보게 했다.

물론 듣기 좋은 덕담만으로 획기적인 남북관계 진전을 이뤄낼 수는 없다. 무엇보다 상대방에게 대화의지와 진정성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노력과 실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남북 모두 부족한 게 많다. 북측은 회담을 앞두고 연일 관영매체를 통해 우리측에 대화를 하자면서 대결을 부추기는 이중적 자세를 버리라고 촉구했다. 회담 당일인 이날도 노동신문은 ‘대화타령과 도발망동’이라는 글에서 남측이 북핵과 인권문제 제기 등으로 동족대결을 고취하고 대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비난했다. 임시국회에서 처리여부가 주목되는 북한인권법 등이 변수가 될 소지도 있다. 정부는 원칙은 견지하되 유연성을 발휘해 대화 동력을 유지하고 수준을 높여나가야 한다.

북측도 노력해야 할 게 많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수소폭탄 보유 언급 등으로 핵 위협을 계속하면서 남측에 대화분위기 조성 운운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다. 핵과 미사일 개발, 인권문제 등 우리가 우려하는 사항들에 대해 최소한의 조치를 보여야 한다. 그런 정도의 성의도 없이 대화를 하겠다면 누가 진정성을 믿겠는가. 상대방에 진정성을 요구하기에 앞서 자신들이 먼저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순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