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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현우 기자

등록 : 2017.11.22 21:18
수정 : 2017.11.22 23:16

‘보스니아의 도살자’ 믈라디치 종신형

등록 : 2017.11.22 21:18
수정 : 2017.11.22 23:16

국제전범재판소 선고

22일 보스니아 스레브레니차 학살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민병대 사령관 라트코 믈라디치(오른쪽)가 네덜란드 헤이그의 구유고슬라비아 국제전범재판소(ICTY) 재판정에 들어서는 도중 미소를 지으며 변호인단에 악수를 청하고 있다. 헤이그=AP 연합뉴스

1990년대 보스니아 전쟁에서 1만명 이상을 살해하며 ‘보스니아의 도살자’란 별칭까지 붙은 세르비아계 민병대 사령관 라트코 믈라디치(74)에게 종신형이 선고됐다.

유엔 산하 구 유고슬라비아 국제전범재판소(ICTY)는 22일(현지시간) 믈라디치가 1992~95년 보스니아 전쟁 당시 각종 잔학행위와 인권유린, 전쟁범죄 등을 저질렀다며 종신형을 선고했다.

특히 1995년 당시 유고슬라비아의 일부였던 현재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북동부 마을 스레브레니차에서 무슬림 보스니아인 7,000여명을 죽인 ‘스레브레니차 학살’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발생한 최악의 집단 학살로 기록됐다. 그는 1만여명이 사망한 1993년 사라예보 포위전에도 관여했다.

믈라디치는 이날 재판이 시작되기 전에는 미소를 지으며 카메라를 향해 제스처를 보내는 등 여유를 보였으나 판결이 낭독되기 직전에는 판사들에게 소리를 지르며 판결에 반발해 퇴정 명령을 받았다. 건강상의 이유로 재판을 연기해 달라는 믈라디치 측 변호인의 요청도 거부됐다. 믈라디치 측 변호인은 항소 의사를 밝혔다.

한편 재판정 밖에서는 스레브레니차 학살 당시 사망자ㆍ실종자의 사진을 든 관계자들이 재판을 지켜봤고 스레브레니차 근처 학살 추모관에도 피해 생존자와 유족들이 모여 판결 생중계 방송을 시청했다. 피해자 유족들은 판결문이 낭독되자 환호하는 한편 일부는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믈라디치는 1995년 인종학살 혐의로 ICTY에 기소됐지만 종전 직후 가족과 일부 치안부대의 지원을 받아 잠적했다. 곳곳에서 믈라디치를 보았다는 증언이 잇따르면서 세르비아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내 세르비아계 자치령인 스릅스카공화국 등이 믈라디치를 비호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16년간 몸을 숨긴 믈라디치는 결국 2011년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로부터 100㎞ 떨어진 북부 라자레보 마을에 있는 사촌의 집에서 발견, 당국에 붙잡혀 재판에 넘겨졌다.

국제사회는 이날 판결에 대체로 환영 의사를 밝혔다. 자이드 라드 알 후세인 유엔인권최고대표는 “정의가 승리한 순간”이자 “국제 사법재판의 이정표”라고 찬사를 보냈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도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축하했다. 유럽연합(EU)은 “발칸 국가들이 화합하고 피해자들의 명예를 되살리기로 합의한 것을 지킬 것이라 믿는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구 유고슬라비아 연방 소속 국가 중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는 EU 회원국이며 세르비아ㆍ몬테네그로ㆍ마케도니아는 EU 가입을 추진 중이다.

학살사건 가해국에 가까운 세르비아는 정파에 따라 입장이 분분하다. 알렉산다르 부치치 대통령은 판결 직후 세르비아 국민을 향한 성명에서 “과거의 눈물에 잠기기보다 미래를 보라. 우리 어린이들의 미래와 평화, 지역의 안정을 생각하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믈라디치의 재판은 국제유고전범재판소 전범재판의 최종장으로 불린다. 같은 스레브레니차 학살 주도자로 지목된 라도반 카라지치는 믈라디치보다 앞선 2008년 체포돼 2016년 40년형 판결을 받았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보스니아 스레브레니차 학살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민병대 사령관 라트코 믈라디치가 구유고슬라비아 국제전범재판소(ICTY) 재판 도중 화를 내고 있다. 헤이그=ICTY AP 연합뉴스

스레브레니차 학살 주범으로 지목된 라트코 믈라디치의 전범재판 판결 직후 희생자 유족 단체인 ‘스레브레니차의 어머니들’ 소속 누라 무스타피치가 헤이그 재판소 밖에서 눈물을 닦고 있다. 헤이그=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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