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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도로 못 달리는 전기자전거… "시속 25km 제한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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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도로 못 달리는 전기자전거… "시속 25km 제한 허용"

입력
2014.07.31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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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완화로 새로운 산업 창출" 자동차와 생명공학 분야에 집중

개인·벤처도 일정 연구조건 갖추면 국가 R&D에 참여하도록 기회 확대

학계·업계 "정부 방안 환영하지만 연구용 난자의 조건 제한 해제 등 사회적 합의·지역적 특성 고려해야"

다시_규제/2014-07-31(한국일보)
다시_규제/2014-07-31(한국일보)

미래창조과학부는 과학계와 산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자동차와 생명공학을 포함한 여러 분야에서 개선이 시급하고 파급 효과가 큰 규제 24개를 선정해 개선방안과 함께 31일 열린 국가과학기술심의회에 상정했다. 국과심은 13개 부처 장관과 과학기술, 인문사회 각 분야 민간위원 10명으로 구성된 과학기술 정책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미래부와 국과심은 관련 부처 협의 등을 거쳐 1~3년 안에 실제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집중하는 분야는 “자동차와 생명공학”이다. 미래형 자동차와 첨단 의약품 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규제 개선을 필두로 창의적 연구환경을 조성하고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학계와 업계는 정부의 규제 개선 추진을 환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시장에 미칠 영향이나 사회적 합의, 지역적 특성 등을 세심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시대 역행 규제는 바로 해결

규제 - 페달과 모터를 번갈아 쓸 수 있는 전기자전거는 이름도 모양도 ‘자전거’인데 자전거도로를 달리지 못한다. 게다가 면허 없이 타면 불법이다. 모터가 달렸다는 이유로 도로교통법에서 오토바이와 같은 ‘원동기’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국내 자전거, 자동차 업체가 이미 전기자전거를 생산 중인 데다 많은 사람들이 친환경 이동수단으로 관심을 갖지만, 이 같은 제약 때문에 시장이 활성화하지 못하고 있다.

개선방향 - 자전거 정책 주무 부처인 안전행정부는 지난달 말부터 이미 자전거의 정의에 전기자전거가 포함되도록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을 개정할 준비에 들어갔다. 다만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일반 자전거에 속하는 전기자전거는 최고 속도는 시속 25㎞, 중량은 30㎏ 이내로 제한하기로 했다. 안행부 관계자는 “사이클보다 느리고 일반 자전거보다 약간 무거운 정도”라고 설명했다.

규제 - 최근 한 중소기업이 약 20억원을 들여 사이드미러(후사경) 없이 카메라로 뒤쪽을 비추고 이를 자동차 안 모니터에서 볼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지만, 상용화 길이 막혔다.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관한 규칙이 후사경을 ‘거울’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상기술이 발달하지 못한 과거에 만들어졌던 규제 때문에 최신 기술이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개선방향 ? 국토해양부가 주도해 규제개선에 나선다. 일본과 유럽 등 세계 주요 자동차 선진국은 아예 사이드미러 없는 차도 적극적으로 개발에 나서고 있는 만큼 개선을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단 거울 대신 달린 카메라가 찍은 영상을 보여주는 모니터의 밝기와 채도, 보정도 등을 국제기준에 맞춰 정해야 하기 때문에 다소 시간은 걸릴 걸로 예상된다. 갑작스런 모니터 고장에 대한 대응책도 안전을 위해 필수다.

민감한 규제는 사회적 합의부터

규제 - 올 4월 차병원 연구팀은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사람 체세포를 복제해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었다.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가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데이터 조작으로 드러난 바로 그 세포다. 차병원의 연구는 우리나라가 아닌 미국에서 진행됐다. 국내에선 연구에 필요한 난자를 구하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황 전 교수 사건 이후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은 연구용으로 사용 가능한 난자의 조건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개선방향 - 인간 배아줄기세포 제조에 필요한 난자를 좀더 원활하게 확보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는 사실 일부 줄기세포 연구자들 사이에서 꾸준히 제기돼왔다. 현행 생명윤리법으로는 ▦동결보존 난자 ▦미성숙ㆍ비정상 난자 ▦체외수정 시술에 사용된 난자 ▦난임치료 목적으로 채취한 난자 ▦적출된 난소에서 채취한 난자 등 5가지를 사용할 수 있지만, 대통령 직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사용 범위를 동결보존, 미성숙ㆍ비정상, 체외수정 시술 후 난자의 3가지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줄기세포 연구자들의 요구는 이런 난자들은 신선도가 떨어져 사실상 활용이 거의 불가능하니 허용 범위를 확대해 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생명윤리학계, 종교계, 여성학계뿐 아니라 다른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다량의 신선한 난자 사용이 허용되면 매매가 이뤄지고, 여성의 건강권이 침해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크다. 줄기세포 연구자들이나 미래부, 산업부 등 연구 활성화에 중점을 두는 부처 입장에선 난자 사용 제한이 지나친 규제로 보일 수 있으나, 이 같은 우려를 감안하면 신중해야 한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 역시 난자 규제 개선에 대해선 난색을 표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부처 간 이견이 큰 사안”이라며 “사회적 합의와 생명윤리위원회 검토를 거쳐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규제- 세포를 약으로 만드는 세포치료제도 세계적으로 경쟁이 치열한 분야다. 신속한 개발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국내에서 세포치료제는 보통 의약품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1, 2, 3상(床) 임상시험 가운데 마지막 단계인 3상을 마치지 않고도 허가를 받을 수 있게 돼 있다. 환자들이 빨리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먼저 배려한 다음 이후 3상을 완료하고 허가 여부를 다시 점검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아직은 연골이나 피부 등 일부 세포치료제에만 적용되고 있다.

개선방향 - 세포치료제는 살아 있는 세포를 몸 밖에서 증식, 배양하는 등 일부 인위적인 조작 과정을 거쳐 만든다. 또 생명공학 발달로 최근 상용화했기 때문에 화학물질이 주성분인 일반 약들에 비해 역사가 매우 짧다. 안전성 데이터가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견해가 나오는 이유다. 미래부와 일부 연구자들은 더 많은 세포치료제 상용화를 위해 심사나 허가 규정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반대로 지금도 국내 세포치료제 개발이나 허가가 선진국과 비교해서도 활발한 편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세계 시장 선점과 국민 건강권 확보 사이에서 어느 정도의 규제가 적정한지에 대해 면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산업별 지역별 특성 고려해야

규제 - 국내 일부 승용차에는 액셀러레이터나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앞 차가 가면 알아서 가고, 앞 차가 서면 알아서 서는 기능이 장착돼 있다. 차선을 바꿀 때 차가 스스로 차선을 인지해 이탈하지 않도록 핸들을 자동으로 조종하기도 한다. 운전자의 조작 없이도 자동차 스스로 움직이는 자율주행 기술의 첫 단계다. 그런데 여기까지다. 한 자동차 기업은 “법규 때문에 현재로선 더 이상의 (자율주행) 기능은 추가하기 어렵다”고 했다. 시험운행 등 실제 도로와 비슷한 환경에서 안전성을 검증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없기 때문이다.

개선방향 - 연료 효율과 친환경으로 대표됐던 자동차 기술 개발의 화두가 최근 들어 안전으로 바뀌고 있다. 이런 흐름에 힘입어 주목 받는 자동차가 자율주행이 가능한 ‘스마트카’다. 세계 각국은 스마트카가 교통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앞다퉈 기술 개발과 인프라 조성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선 인터넷기업 구글의 자율주행차가 80만마일을 사고 없이 달렸고, 일본 닛산이 자율주행차 ‘리프’를 공개한 데 이어 유럽에선 벤츠의 연구용 스마트카가 100㎞ 시범자율주행에 성공했다. 이에 미래부과 국토교통부, 경찰청 등 관계 부처들은 스마트카 일반도로 시험운행을 허용하기 위한 규제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이 신기술 수용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점에서 반기면서도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을 폭넓게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자동차 기업 관계자는 “자동차 관련 규제가 지금까지 선제적으로 풀린 적이 많지 않았던 건 사실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먼저 개발된 외국 스마트카들이 들어와 시장을 선점하면 국내 자동차 산업에 되레 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규제 - 스위스 융푸라우, 멕시코 아카풀코, 중국 황산, 이탈리아 포지타노, 그리스 산토리니. 이들 지역은 험준한 산과 깎아지른 절벽 같은 독특한 지형 조건을 바탕으로 관광산업이 활성화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급한 경사면에도 호텔을 비롯해 관광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건축물이 들어선 덕분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국토의 약 64%가 산지인데도 이런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없다. 건설이나 관광, 부동산 업계는 경사도 25도 미만인 곳에만 건물을 지을 수 있게 일괄적으로 제한해놓은 규제를 원인으로 지목한다.

개선방향 - 현행 산지관리법 시행령의 건축 가능 경사도(25도)는 과거의 기술 수준을 기준으로 정해진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건설을 허가하는 경사도를 25도보다 더 엄격하게 규정해놓은 지역도 있다. 그러나 최신 건축공법으로는 경사도가 90도 가까운 지형에도 건물을 지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건축 가능 경사도 규제는 건물의 안전성뿐 아니라 난개발 방지를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기술 수준만을 고려해 기준을 정비하면 난개발로 이어져 또 다른 갈등이 야기될 우려가 있다는 얘기다. 개발 활성화가 지역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로 나타날 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지는 지역에 따라 다를 것이다. 이에 미래부는 “산림청 등 관련 부처와 함께 관광특구 등 규제 완화가 실제로 필요한 지역을 중심으로 특례 운영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국가 R&D 참여 기회 누구에게나

이 밖에 정부는 일반 개인이나 벤처기업이 국가 연구개발(R&D)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할 방침이다. 현재 R&D 수행 자격은 전문성에 초점을 맞춰 제한돼 있어 관련 학위나 경력이 없으면 사실상 기회가 없다. 미래부는 미국, 일본 등 과학 선진국이 무소속의 개인도 연구역량, 자금관리능력 등 일정 조건을 갖추면 R&D 수행 자격을 폭넓게 인정하는 것처럼 우리도 일반 국민의 R&D 참여를 원칙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국가연구개발촉진법(가칭)을 제정하기로 했다. 또 우수한 기술을 보유했어도 창업한 지 1년이 안 된 기업은 국가 R&D에 참여할 수 없도록 제한한 기준도 폐지하기로 했다. 창업 초기 기업이 빨리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지원책의 하나다.

31일 국과심을 통과한 이들 24개 규제 개선안에 대해 미래부 관계자는 “관련 연구자나 업계, 일반 국민 등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며 “개선이 완료될 때까지 해마다 두 번씩 국과심과 함께 개선 진행 상황을 점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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