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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하야 요구 민심과 동떨어진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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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하야 요구 민심과 동떨어진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담화

입력
2016.11.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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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4일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또다시 국민 앞에 머리를 숙여 사과했다. 지난달 25일에 이어 9일 만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담화 형식을 통해 “저의 큰 책임을 가슴 깊이 통감하고 있다”면서 검찰수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말했다. 특검 수용 뜻도 밝혔다. 그러나 대통령 스스로 법질서를 무너뜨렸다는 비판과 권한 이양 및 2선 후퇴 요구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하야까지 요구하는 국민들의 분노를 누그러뜨리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야당도 비판과 성토 반응 일색이어서 조만간 세 번째 대국민사과가 불가피해 보인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씨 사건에 대해 엄정한 사법처리를 강조하고 자신도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밝힌 것은 일단 긍정적이다. 하지만 최순실씨의 이권개입과 위법행위만 언급했을 뿐 사인에 불과한 최씨에게 국정 보좌를 받음으로써 법질서를 파괴했다는 비판은 슬그머니 비켜갔다. 가장 참담해하고 분노하는 핵심 대목을 외면했으니 국민들이 납득할 리 만무하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또 하나의 수사 가이드라인 제시라고 비난했다. 최씨 문제에 대해 가장 힘들었던 시절에 자신의 곁을 지켜주었기 때문에 “경계의 담장을 낮추었다” “개인적 인연을 믿고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는 식의 눈물 섞인 변명으로 국민의 감성에 호소하며 어물쩍 넘어갈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무엇보다 일방적 불통 개각과 청와대 개편에 대해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는 게 문제다. 국민들은 지금 박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권위와 신뢰를 상실했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도 노무현 정부시절 청와대 정책실장이었던 인사를 국무총리 후보자로 내정하고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인사를 비서실장으로 임명했다. 야당의 강력한 반발은 물론이고 다수 국민들이 어이없어 하는데 한마디 설명도 없고 이해를 구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김병준 총리후보자가 경제ㆍ사회 분야 내치 분담을 얘기했는데 이에 대해서도 아무런 얘기가 없었다. 인사권은 대통령인 자신의 권한이니 상관 말라는 시위나 다름 없는 오만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지금 비등점으로 치닫고 있는 시중의 분위기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 같다.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담화 행간에는 어떻게든 국정 주도권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결기가 느껴진다. 다수 국민이 더 이상 그를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고 하야를 요구하고 있는데도 대통령 권한을 내려놓지 않겠다는 고집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김병준 국무총리 인준 등은 야당의 협조 없이 여소야대 국회 관문을 통과할 수 없다. 자신이 초래한 국정 마비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서는 국회와 여야 정당의 도움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정말 모른다는 것인가.

이번 주 말 전국 도처에서 시민들의 하야 요구 집회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4일 발표된 갤럽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5%로 떨어졌다. 과거 외환위기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6%보다 못한 사상 최저다. 박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의 임기는 유한하지만 대한민국은 영원히 계속되어야 한다”며 “국정은 한시라도 중단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게 진심이라면 국정중단을 막기 위해 자신이 먼저 해야 할 일부터 돌아봐야 한다. 거듭 타이밍을 놓치고 끌려갈 게 아니라 과감하게 집착과 권한을 내려놓고 국민과 여야 정치권에 진정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게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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