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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사교육과 공교육 - 학부모는 어느쪽?

입력
2017.12.19 15:1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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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모집에 2,816명 지원, 281.6대 1. 올해 대입 논술전형의 최고 경쟁률이다. 합격확률이 희박한데 그렇게 많이 몰린 이유는 뭘까? 학부모의 정보력을 탓해야 하나? 논술은 대부분 사교육인데 누군가 합격할 수 있다고 했고 그 말을 믿었기에 지원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합격할 수 있다고 말한 이유가 궁금해진다. 실제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그건 수험생과 학부모가 감당해야 할 몫이고 돈을 벌 수 있기 때문 아니겠는가. 결국 교육이 아닌 시장 논리가 지배하는 입시가 아니면 나올 수 없는 경쟁률이다. 이미 수능 성적은 결정됐지만 컨설팅 효과로 대학은 바꿀 수 있다는 업체의 유혹을 어떻게 외면할 수 있겠는가. 이번 수능의 만점자를 홍보용으로 독점하기 위한 업체끼리의 경쟁이 치열하고 수천만 원이 오간다고 한다. 교육이 아닌 자기 이익에 충실한 사교육의 공세가 점점 거세지면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사교육 시장에서 구매한 합격의 희망은 대부분 공수표로 끝난다. 그런데 정말 이상한 건 실패의 책임을 사교육에 묻지 않고 오히려 공교육을 원망하는 학부모들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이다. 사교육의 시장논리가 장악하고 있는, 마치 전쟁터 같은 입시 현장에 학생과 학부모만 남겨놓고, 공교육은 도망쳤다고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나름 사명감을 가지고 시장의 논리가 조작한, 불안과 걱정이라는 고약한 감정에 학부모들의 자식사랑이 오염되지 않도록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지만 한계를 느낀다.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은 부모 탓도, 아이 탓도 아니고 바로 우리 교육이 잘못했기 때문이라는 말이 학부모들에게 크게 위로가 되지만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기가 궁색하다. 사교육 대신 공교육을 믿으라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 공교육으로 충분하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간절히 바라고 애쓰고 있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공교육을 볼 때마다 회의에 빠진다. 우리 교육이 대학입시의 포로가 된 지 오래고 입시준비에서 공교육이 설 자리를 잃은 지도 오래다. 이런 엄연한 현실, 사교육 시장에서 개인적인 경제력과 정보력을 가지고 입시를 준비해야 하는 어려움이 공감돼야 소통할 수 있는데 공교육은 학부모들의 안타까운 처지에 관심이 없는 건가 아니면 외면하는 건가? 얼마 전 발표된 국가교육회의의 구성을 놓고, 현직 교사가 한 명도 없다고 말들이 많다. 학부모 대표도 없는데 그리 문제 삼는 분위기는 아니다. 이제 국가교육회의가 과연 어떤 정책을 내놓을지 하나도 궁금하지 않다. 대부분 학부모인 국민들이 지지하지 않을 게 불 보듯 뻔하다. 결국 반대 여론에 막혀 혼란만 부추기다가 철회될 얘기들만 하겠지. 고교학점제와 성취평가제 그리고 수능 절대평가 정책도 실패할 확률이 높아졌다. 교육적으로는 옳지만 시장의 논리에 반하기 때문인데 현재로서는 다수 학부모들이 사교육 편을 들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순진한 다윗인 공교육이, 영악한 골리앗인 사교육을 이기겠다고 더 이상 우기면 안 된다. 공교육을 정상화해 사교육을 잡겠다는 말은 지겹고 한심하다. 이제는 협력하여 골리앗에 함께 맞서야 희망이 있다. 공교육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하는데 학부모들의 공교육 불신요인, 예를 들자면 부적격 교원, 어려운 시험문제, 선행학습을 전제로 한 수업, 제왕적 교장권력 등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모습을 먼저 보이고 만나야 한다. 교사들은 단체가 있지만 학부모들은 흩어져 있다. 하지만 30%대의 교육 분야 지지율로 할 수 있는 게 없는데 어쩌겠는가. 공교육을 믿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사교육을 선택한 학부모들만이라도, 시장이 아닌 교육의 편에 서게 하려면 만나야 한다. 최소한 각 학교 학부모 회장들만이라도 만나 많이 듣고 민심에 닿아야 한다.

박재원 학부모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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