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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진단서 논란으로 번진 백남기 부검 시도 접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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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진단서 논란으로 번진 백남기 부검 시도 접는 게 옳다

입력
2016.10.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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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의대 합동 특별조사위원회는 3일 백남기씨 사망진단서에 주치의가 사망의 종류를 ‘병사’, 직접 사인을 ‘심폐정지’로 기록한 것은 대한의사협회의 사망진단서 작성지침과 다르다고 밝혔다. 이윤성 위원장은 “(백씨의 사인이) ‘외인사(외부 요인에 의한 사망)’로 기재됐어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특위는 사망원인 판단은 주치의 재량에 속한다는 점을 들어 부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리진 않았다. 이런 어정쩡한 결론이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지 의문이다.

서울대병원 사망진단서가 논란인 것은 경찰이 진단서에 모호하게 표현된 사인을 부검 실시의 근거로 내세운 때문이다. 백씨의 사망 원인은 명백하다. 경찰의 직사 물대포를 맞고 병원에 이송된 직후 ‘외부 충격에 의한 두개골 골절’과 그런 외상에 의해서만 나타나는 ‘뇌 경막하 출혈’로 이미 수술이 불가능할 정도로 생명이 위태로웠음이 병원기록에 남아있다. 1년 가까운 입원 기간에 진행된 숱한 검사와 진료에서도 공권력의 폭행이 사망 원인임이 드러나 있다. 이런 분명한 사실을 눈앞에 두고도 경찰이 굳이 부검을 하겠다는 것은 어떻게든 경찰의 법적 책임을 희석시키려는 몸부림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경찰이 백씨와 유사한 부검 사례로 든 사건도 재판에서 ‘병사’로 인정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강원 원주시에서 절도범이 집주인에게 들켜 얻어맞은 뒤 의식을 잃고 9개월 동안 입원했다가 ‘폐렴’으로 사망한 사건에 대해 대법원은 ‘외인사’라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지난 5월 “직접적 사인이 폐렴이라도 집주인이 가한 외상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단절시키지 않는다”고 밝히고 집주인에게 유죄를 확정했다. 경찰이 백씨에 대한 부검을 해 보았자 법원은 결국 사망 원인을 제공한 경찰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단을 할 것임을 보여준다.

법원이 경찰이 신청한 백씨 부검 영장에 ‘유족들과의 합의’등을 조건으로 발부한 것도 이런 사정을 염두에 둔 것으로 짐작된다. 유족들은 현재 부검과 관련해 경찰과 협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경찰은 이쯤에서 유족들이 반대하는 부검 시도를 중단하는 게 옳다. 명분도 실리도 없는 부검으로 평지풍파를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 검찰도 지난해 11월 과잉진압 혐의로 고발된 경찰 지휘부에 대한 수사를 더 이상 미적거리지 말고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 검찰과 경찰이 책임회피에 급급할수록 야당의 백남기 특검 법안에 더 큰 힘이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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