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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가공육 남용에 경각심 일깨운 WHO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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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가공육 남용에 경각심 일깨운 WHO 경고

입력
2015.10.27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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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가 충격적인 발표를 냈다. 소시지와 햄 같은 가공육이 담배나 석면 못지않은 암 유발물질이라는 것이다. 이번 발표는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10개국 22명의 전문가를 써서 육류섭취와 암의 상관관계에 대한 800여건의 연구조사를 검토한 후 작성한 보고서에 바탕을 뒀다. WHO는 이에 따라 소시지, 햄, 핫도그, 베이컨, 햄버거 등을 담배와 같은 1급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소 돼지 등 붉은 고기도 ‘발암 위험물질 2A군’으로 분류할 예정이다.

WHO의 보고는 즉각 전세계적인 논란이 되고 있다. 보고서는 ‘매일 50g의 가공육을 먹으면 직장암에 걸릴 위험이 18% 높아진다’는 계량분석을 제시했으나, 국내외 육류업계에서는 “암의 양상은 매우 복잡해 한 가지 요소를 원인으로 지목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육류 영양소의 중요성은 이론적 위험보다 훨씬 크다”는 반론도 나왔다. 이에 WHO도 이번 보고의 목적이 해당 식품의 퇴출이 아니라, 지나친 육류 소비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사실 섭취물의 유해성을 제한된 틀에서 계량적으로 파악하는 방식은 폭넓은 지지를 받기 어렵다. 출근길 교통사고에도 경중을 따지기 어려운 수십 가지의 원인이 작용하는데, 하물며 어떻게 특정 섭취물의 질병유발 작용을 계량화할 수 있느냐는 식의 회의 때문이다. 석면 금지에 100년이 걸리고, 담배의 유해성 논란이 아직도 이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가공육은 국내에도 연간 약 1조5,000억원의 시장이 형성돼 있어 기업들의 반론은 크다.

그러나 WHO의 경고는 가볍지 않다. 업계에선 IARC가 경고한 가공육 섭취량은 매일 50g으로 연간 18㎏이지만, 우리 국민 1인당 연간 가공육 소비량은 4㎏에 불과하다고 반박한다. 하지만 고열량 육식 위주 식생활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대장암 발병률에서 우리나라는 지난 4월에 세계 1위(고대 구로병원 오상철 교수팀 분석)에 오른 상황이다. 차제에 가공육을 포함한 육류 소비행태를 돌아보고, 지나치지 않도록 절제하는 방안을 사회적으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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