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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 전쟁에선 전우가 중요하죠… 손숙이 내게 그런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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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 전쟁에선 전우가 중요하죠… 손숙이 내게 그런 존재"

입력
2015.09.16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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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계 대모 손숙·박정자

'키 큰 세 여자'로 7년 만에 호흡

50대 이후 5개 작품 한 무대에

한국 연극계의 대모, 박정자(73)와 손숙(71)이 2008년 ‘침향’ 이후 7년 만에 한 무대에 선다. 국립극단이 다음달 3일부터 25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 ‘키 큰 세 여자’에서다. 박씨는 이 작품에서 죽음을 앞두고 알츠하이머 증세로 기억을 잃어가는 90대 할머니 A, 손씨는 A를 간병하는 50대 여인 B를 맡았다.

15일 대학로의 한 연습실에서 기자들과 만난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씨가 먼저 “무대에서 겨룰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건 행운”이라고 후배를 한껏 치켜세우자 손씨가 “형만한 아우 없다는 말을 실감한다”고 맞받았다.

각각 연극 ‘페드라’(1962년)와 ‘상복을 입은 엘렉트라’(1963년)로 데뷔한 박정자, 손숙이 한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 적은 많지 않다. 50대에 막 접어든 1990년 ‘베르나다 알바의 집’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5개 작품에서 6번 한 무대에 섰다. ‘신의 아그네스’는 1992년과 2007년 함께했다.

박정자는 “무대에서의 전쟁을 치르려면 옆에 있는 전우가 중요하다. 손숙이 내게 그런 존재”라며 “8년 전 ‘신의 아그네스’를 할 때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였는데, 손숙의 격려가 큰 힘을 줬다”고 말했다. 당시 박씨는 첫 공연을 앞두고 교통사고를 당해, 후유증으로 대사를 잊어버려 실제 공연에서 대본을 손에 들고 무대에 올랐었다. 무대 밖에서 박씨를 ‘형님’이라고 부른다는 손씨는 “나 역시 지쳐서 연극을 그만두려고 했을 때 형님 덕분에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다. 투정하면서 의지할 수 있는 선배가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이냐”고 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희곡작가인 에드워드 올비(87)가 쓴 ‘키 큰 세 여자’는 서로의 과거이자 미래인 세 여인 A, B, C를 통해 다사다난한 한 여자의 인생을 돌아본다. 부유한 치매노인 A는 자신의 육체적 쇠약과 다른 사람들에 대한 불평을 두서없이 늘어놓고, B는 A를 보살피며 위로와 조롱을 넘나든다. 1999년 극단 여인극단의 공연으로 국내에 소개됐는데 당시 백수련, 이경희가 연기했었다.

“오랜만에 작품다운 작품을 한다”(손숙)는 보람도 들지만, 일관성 없는 치매노인과 티격태격하는 장면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자주 “그 대사, 내 대사요”(손숙) 할 정도로 배우가 외우고 연기하기는 까다롭다. 그래서 “젊어서 이렇게 했으면 사법고시도 합격했겠다”(박정자)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맹렬하게 연습한다. 연습 1시간 전에 나와 대본을 읽는다.

두 사람은 “눈만 뜨면 연습실에 오고 집에서는 잠만 잔다”는 말로 부담감을 에둘러 말했다. “먹는 시간이 아까워 연습실에서 컵라면 끓여먹고 연습할 때도 있는데, 젊은 스태프들이 안됐더라고요. 우리가 한창 연습하면 밥을 안 먹으니까.”(손숙)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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