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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천루 숲 용틀임" 용산, 제2 여의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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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천루 숲 용틀임" 용산, 제2 여의도 될까

입력
2015.01.26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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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 7개 크기 캠프 킴 기지에 50층 이상 고층 빌딩8개 이상

2018년 이후 건설 계획 확정

서울 용산구 갈월동의 지하철 1호선 남영역은 출입구가 하나뿐이다. 역사를 나와 남쪽으로 걷다 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 두 번째 출구가 있을 법한 지역에 군부대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남영역과 삼각지역 사이 축구장 7개 크기(4만8,000㎡)의 이 곳에는 주한미군기지의 부속지구 중 하나인 캠프킴(Camp Kim) 기지가 있다. 서쪽의 용산더프라임(38층), 이안용산프리미어(34층), 남쪽에는 용산파크자이(36층), 대우월드마크(36층) 등 고층 빌딩들이 삭막한 군부대를 둘러싸고 있는 점도 이채롭다. 지난 21일 이곳에서 만난 70대 주민 김모씨는 “임오군란(1882년) 때 청나라 군대가 들어와서 주둔했던 지역도 이 곳이었다”며 “4대문과 남산, 한강과의 거리가 가까워 예로부터 명당으로 불렀고 용산 미군기지 중에서도 가장 노른자위 땅일 것”이라고 말했다.

26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캠프킴 기지는 미군이 철수하는 약 3년 후부터 서울에서 가장 번화한 상업지역 중 하나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18일 정부가 용산 미군 이전부지 개발을 앞당기겠다고 발표하면서 캠프킴 기지를 2017년까지 입지규제최소구역으로 지정해 용적률 800% 이상의 초고층 건물을 건설키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곳에 50층 이상 고층빌딩 8개 이상을 건립하겠다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주거 업무 상업 관광 등 용도제한이 없는데다 제 2롯데월드의 용적률(600%)을 감안하면 100층 이상의 건물도 얼마든지 들어설 수 있다.

이에 따라 지역의 부동산 시장에도 온기가 감돌고 있다. 캠프킴 기지 남쪽의 용산파크자이 부근에서 중개업을 하고 있는 강도경 미르메부동산컨설팅 대표는 “발표 이후 매매나 매수 문의가 크게 늘어나는 등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며 “개발이 순조롭게 이뤄지면 여의도, 광화문을 넘어 서울의 중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이 곳은 서울에서도 손꼽히는 ‘사통팔달’의 교통 요지다. 지하철 1,4,6호선과 경의중앙선까지 4개 노선이 이 곳을 지나는 데다 강변북로 올림픽도로 한강로 백범로 등 주요도로로의 접근도 쉽다.

동쪽의 미군기지에 국내 최대 규모의 생태 공원이 조성될 예정이라는 점도 호재다. 갈월동에서 상가용부동산을 주로 취급하고 있는 S부동산의 김모 대표는 “미국의 센트럴파크나 영국의 하이파크 같은 대규모 공원의 주변에 주상복합 등 대형 빌딩들이 들어오면 상당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사업의 추진 동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캠프킴을 비롯한 유엔사, 수송부 등 세 곳의 산재부지를 개발하려는 것은 미군기지 이전비용 3조4,000억원을 마련하기 위해서인데, 현재 세 곳의 감정가는 2조3,000억원 수준이다.

문제는 용산 부동산 경기가 장기간 침체를 겪고 있다는 점이다. KB국민은행 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용산구의 주택 매매가격은 2011년부터 작년까지 9.95% 하락해, 서울 평균(-3.21%)을 크게 밑돌았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도 여건이 호락호락하지 않다. 서울 오피스의 공실률은 2011년 말 5.2%에서 작년 말 9.2%로 3년 만에 두 배나 뛴 상황. 더구나 잠실의 롯데월드타워와 삼성동의 한전부지 등 서울 곳곳에 연면적 3만㎡ 이상 프라임 오피스 빌딩이 건립될 예정이란 점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잠재력이 있는 곳이긴 하지만 그 동안 개발계획이 무산된 적이 많은 만큼 공원 조성 계획 등의 변수를 지켜보고 신중한 접근을 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정새미 인턴기자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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